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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발길에 채인 목사, 김수산나

posted Jul 0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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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을 며칠 앞둔 3월 30일 성금요일 아침, 송파구 거여동에 있는 강남향린교회는 재개발사업자인 조합의 요청, 경찰과 법원의 협조 하에 용역들이 교회의 물품들을 강제로 철거하고 교회 주위에 펜스를 설치하여 교회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벌써 3개월이 지났다. 강남향린교회는 교회 입구 쪽 펜스 앞에 천막 기도처를 설치하고 요구사항이 이행될 때까지 매일매일 기도회를 이어가고 있다. 예고 없는 강제집행의 부당함을 알리고, 거여2-1지역에서의 재발방지 및 이전 시까지 예배당 사용보장, 교회 물품 원상 복귀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강남향린 교우들과 함께 수고하고 있는 김수산나 목사가 분주한 중에도 인터뷰를 위해 시간을 내주었고 시종 환하게 웃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Q : 그 동안 살면서 요즘처럼 바쁜 시간이 없었을 것 같습니다. 삶의 여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A : 첫 질문이 가볍지 않네요. 기억에 남는 일을 생각해보지 않아서.... (잠시 생각을 하고) 두 가지 일이 생각납니다. 먼저는 최근 강남향린교회가 겪고 있는 일이고요. 두 번째는 대학 시절에 친구가 커밍아웃을 했던 일입니다.

Q : 아버지가 목사라고 들었습니다. 목사의 길을 가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A : 어렸을 때는 나이가 들면서 절대로 목사는 되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버지가 현재 전남 무안에서 기장교회 목회를 하고 계세요. 시골 교회의 사택은 보통 교회 근처에 있는데 교회가 사는 집이 가깝게 있다 보면 아무래도 교회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게 되지요. 그런 모습을 겪으며 부모님의 속이 좋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했어요. 신앙은 있었지만 목사의 길을 가리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신앙적으로 궁금한 것이 많아져서 신학대학에 가서 궁금한 것들의 대답을 찾아보고 싶어졌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함석헌 선생이 스스로를 ‘하나님의 발길에 채여서’1) 살고 있다고 설명한 것처럼 목사의 길을 가게 된 것도 그렇게 느끼고 있어요.  (1: ‘하나님의 발길에 채여서’는 함석헌 저작집 7권의 제목임)

Q : 하나님의 발길에 채였다는 표현이 의미심장하네요. 발길에 채인 그 순간을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A : 친했던 고등학교 친구가 있었는데 이 친구가 대학교 때 저에게 커밍아웃을 했어요. 저에게 얘기를 하면서 친구는 몹시 두려운 모습이었어요. 친구의 엄마는 독실한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었고 고모는 목사였어요. 특히 고모는 친구를 고치려고 하루에 2시간씩 안수기도를 했다고 하는데 친구는 그 과정이 몹시 힘들고 고통스러웠다고 얘기했어요. 종교가 없었던 친구는 목사, 신부, 스님을 찾아가서 자기의 상황을 하소연 해보았지만 결과는 항상 같았어요. 그래서 고민 끝에 저에게 찾아와서 얘기를 한 것이지요. 하느님은 선하다고 하는데 자기는 태어나면서부터 성소수자인데 사람들은 왜 자기를 죄인 취급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너는 그런 목사 되지 말라고 얘기 하는데 그 때 강한 충격을 받았어요. 저도 답답한 마음에 친구의 상황을 당시 다니던 교회의 담임목사에게 상담을 했는데 그 과정이 결국 불편한 관계로 되어서 교회를 떠나게 되었지요.

Q : 가지 않으려고 했던 목사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아버지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되는데요. 목사로서의 아버지는 어떤 분이셨나요?
A : 아버지는 어렸을 때 고아가 되어서 해남에 있는 교회 목사의 집에서 자랐어요.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자식(2남 2녀)들을 모두 주위 분들에게 맡기셨다고 해요. 그래서 형제들은 흩어져서 자랐어요. 아버지는 초등학교 때 돌봐주셨던 목사의 모습에 좋은 영향을 받아서 목사가 되겠다고 다짐하고 목사의 길을 걷고 계시지요. 신앙적으로는 보수적이지만 기장교회 목사로 개혁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분들과 협력하며 목회를 하고 계세요. 아버지의 모습 중에 기억나는 것은 성실하고 부지런한 분이라는 점이지요. 늘 공부하셨어요. 목사는 더욱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며, 새벽기도회 다녀오신 뒤 잠들기 전까지 신학서적부터 에세이까지 다양한 책을 읽으셨고, 집안 청소부터 마당 정리 등 근검절약,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으셨어요. 어머니가 자란 외가는 전형적인 기독교 가정으로 그래서 아버지와는 기독교적인 환경에서 만나서 가정을 이루게 된 것 같아요. 어머니는 사회복지 활동을 하셨는데, 지금은 하지 않지만 항상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돕는 게 꿈이었고, 목회를 통해 풀어가는 것 같아요.

Q : 가정환경을 들었을 때 그런 환경에서 자란 자식들도 성실하고 부지런 할 것 같은데 어떤지요?
A : 그랬으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저는 게을러서 부모님의 부지런함과 성실함을 쫓아가려고 애쓰고 있어요.

Q : 어찌 생각하면 강남향린교회에 오게 된 일이 삶의 여정에서 가장 큰 사건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어쩌다 이곳으로 오게 되었나요?
A : 대학시절과 신학대학원 때 다니던 오산에 있는 교회에서의 생활은 친구의 커밍아웃을 접하고, 담임목사와 상담을 한 이후로 점차 불편하게 되었어요. 신앙에 대한 얘기를 나누려고 하면 목사가 저를 정죄하는 말투로 대꾸를 하였고 저의 활동들을 은혜가 없다고 정죄했어요. 그런 일들을 계속 겪으며 더 이상 교회를 다닐 수 없어서 나오게 되었고 새로운 교회를 찾던 중에 당시 신연식 전도사의 소개로 교육전도사로 강남향린교회에 오게 되었어요. 사실 이전에 향린교회들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소개해 준 선배로부터 강남향린교회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세상에 이런 교회도 있구나 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함께 할 수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사건이 되었네요.     

Q : 강남향린교회는 길목 조합원들이 잘 아는 교회이지요. 자세한 설명보다는 오기 전에 소개로 들어 본 것과 실제로 함께 생활하며 겪어 보면서 어떤 느낌이었나요?
A : 무엇보다 주요한 특징은 민중지향적인 교회라고 생각해요. 민중교회는 아니지만 그런 교회가 되려고 다양한 노력을 하는 교회인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지향하는 바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수렴하고 소화하려고 노력하는 교회지요. 정말 신앙의 에너지가 많은 분들이 모인 교회이고요. 그런데 초기에 적응하기 어려운 모습이 있었어요. 주일마다 활동과 모임이 안 끝나더라고요. 예배를 보고 점심을 먹고 다양한 활동을 한 뒤에 뒤풀이가 있었는데 노래 부르고, 기타치고, 시를 읊고, 먹고 마시며 대화하고.. 지금 생각하면 소중한 모습이지요. 하지만 그 때는 늦게 끝나서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어떻게든 잘 버티자고 마음을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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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강남향린교회의 재개발 과제는 오래전부터 교회 내부적으로도 어려운 문제라고 알고 있어요. 교회 건물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이견으로 일부의 교우들이 떠나는 아픔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A : 이병일 목사가 안식년을 보내던 시기(2010.6~2011.6)에 교우들 간에 이견으로 안타까운 일이 생겼지요. 그 당시 전도사인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떠나는 분들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것 밖에 없었지요. 그 분들도 도움을 못주어서 저에게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그 시기는 강남향린교회의 나아갈 방향과 활동의 구체적인 모습에 대하여 치열하게 논쟁했던 시기였지요. 아쉬웠던 점은 이전에는 갈등이 있더라도 뒤풀이를 통해서 소통하고 친교하며 어느 정도 해소가 가능했는데 그 때는 그것이 잘 안됐어요.

Q : 예배당을 예고 없이 강제로 침탈당하고 천막기도처를 거리에 설치한 지 벌써 3개월이 되었네요. 롯데타워 앞에서 기도회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최근에는 청와대와 롯데백화점 앞에서 1인 시위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후 진행상황을 어떻게 예상하는지요?
A : 현 시점에서 조합 측에서 절대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는 사항은 펜스를 열고 교회에 들어가서 마지막 예배를 보는 것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도시정비)도 이전에 유사 사례도 있으니 해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요청했다는데 안 된다는 입장만 전해 듣고 있어요. 교회는 이곳에 건물이 철거되더라도 거여2-1지역에서 최후까지 남는다는 입장입니다. 최근의 사건을 겪으며 연대하는 다른 현장 분들의 방문은 큰 힘이 되었고 감사한 일입니다. 이후 기도회와 대응 활동의 참여 범위를 넓혀서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계속 싸워나갈 것입니다. 강남향린교회 투쟁을 통해 5월 30일에 서울시에서 재개발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는데, 이번 사건이 맺은 의미 있는 결과물이지요. 그리고 천막기도처를 세우고 있으니 주위에서 재개발로 인해 같은 어려움을 겪는 많은 분들이 찾아와서 본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묻고 함께 궁리하는 시간을 보내요.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재개발관련 센터로서의 역할도 모색해보자는 의견도 있어요.

Q : 내부적인 어려움이 있을 때 외부적인 사건은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역설을 생각해 볼 수 있지요. 이번 사건이 강남향린교회의 미래에 새로운 계기가 될 것으로 보는지요?
A : 그 동안의 내부 갈등이 있었다면 이번 사건을 대처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풀어보자고 하는 생각에는 교우들 전체적으로 같은 생각을 가지는 것 같아요. 천막기도처를 설치하고 매일 돌아가며 지키고 같이 기도하는 과정에서 교우들이 자주 보게 되면서 서로를 잘 이해하고 소통을 많이 하게 되는 점은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요. 하지만 시간이 길어지면서 피로감이 커지고 구체적인 사안에 대하여 생각이 다른 면도 있기 때문에 염려되는 부분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Q : 이번 사건을 처음부터 지금까지 겪으면서 어떤 느낌인지요. 그리고 강남향린교회가 내적으로 어떻게 정리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 하나님은 이번 사건을 통하여 우리를 길로 광야로 내보냈고, 교회당 안에만 앉아 있지 말고 진정으로 예배를 드려야 할 곳으로, 함께 예배드려야 할 사람들을 찾아 가도록 역사하셨다고 깨닫게 됩니다. 교우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반성을 하고 있어요. 어떤 분들은 다양한 연대활동을 통해서 강남향린이 활동했지만 교회 건물이라는 거점 중심으로 활동한 것이 아닌지 내적으로 반성하고 있고요. 진보적인 교회를 다니고 진보적인 활동을 한다는 자만을 가진 것 아닌가 반성도 하고 있어요. 어떤 분들은 신앙이라는 것이 기도하는 것인 줄만 알았다고 해요. 그래서 하나님과의 관계만 집중했는데 행함이 없는 믿음이 죽은 것이라는 말씀의 뜻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고 고백하더군요. 강남향린교회의 선교방향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해진 것 같아요. 아픔을 겪는 사람들과 그런 현장들과 연대하는 것이 그것이지요. 당사자가 되어보니 연대해 주는 사람들이 큰 힘이 되고 고맙고 소중하며, 일회적인 연대도 필요하지만 꾸준히 함께 연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깨닫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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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주제를 바꾸어 보겠습니다. 한국교회에서 여성목사로서 활동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측면이 있지요. 목회를 하면서 겪었던 기억나는 일들이 있을 것 같은데.
A :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양성평등’이라는 측면에서 기독교는 훨씬 뒤쳐져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장소와 만남 가운데 부적절한 일들이 많지요. 한 예로 담임목사와 불가피하게 교회 관련 여러 모임에 같이 참석하다 보면 저를 목사라고 보기 보다는 사모로 알고 인사하는 경우가 많아요. 여성이 목사라는 사실을 특이한 경우라고 생각하는 한 단면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나마 기장을 벗어나면 여성목사가 거의 없다보니 그런 현상이 더 많은 것 같아요.

Q : 한국교회 내 양성 평등에 대한 얘기를 좀 더 해주세요.
A : 얼마 전에 여교역자 협의회에서 설문조사를 했는데 설문중 하나가 교회 내 성 역할에 대한 항목이었어요. 성 역할이 나누어져 있지 않다고 대답한 숫자가 95%이었는데 구체적으로 설문한 내용을 보면 답변과 모순되는 결과를 볼 수 있어요. 즉 교회 내에서 하고 있는 역할을 물었더니 남성은 회의 참여, 주차 관리의 순서인데 반하여 여성은 부엌일, 교육부 교사의 순으로 나왔어요.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대답은 남녀 모두 같았는데 1순위가 성경공부이고 그 다음이 성가대원이라고 결과가 나왔어요. 이런 현실에서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설교권이 목사에게 쏠려있는 상황에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이에요.

Q : 여성목사가 목회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떤지요? 
A : 현재 교회는 새로운 목사를 청빙하는 과정에 있고 새로운 분이 부임하면 저의 거취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어떻든 목사로서 마음이 많이 가는 곳은 성차별을 개선하고 성 평등을 위한 목회를 하고 싶어요. 주변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요. 성차별을 당해본 적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오히려 여성상위 시대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지요. 이런 분들을 포함하여 어떻게 목회를 해나갈지 고민하고 길을 찾아가도록 하려고요. 선배 중에는 여성목사이기에 청빙을 못 받고 그런 어려움 때문에 그만 두는 경우가 많아요. 어떤 분들은 소위 특수목회를 하면 되지 않느냐는 논리로 일반목회를 하는 것을 방해하기도 해요. 제가 적극 참여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이를 위해 열심이 활동하는 기장 양성평등위원회, 기장 전국여교역자회, ‘성정의 실현을 위한 기장 교역자 모임’의 활동을 열심히 따라가겠다고 다짐해 봐요. 

Q : 길목협동조합은 어떻게 가입했고 그 동안 참여해본 활동은 얼마나 되는지요.
A : 설립 초기에 강남향린교회에 관계자가 와서 설명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그 때 교우 중에 조합원으로 가입한 사람이 별로 없다고 해서 가입한 것 같아요. 그 동안 관심을 못 가졌어요. 이번 인터뷰가 길목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첫 번째 활동인 듯합니다.

Q : 길목이 설립된 지 5년이 되었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외연 확장이 안 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향후 길목의 활동에 대한 느낌이나 조언 한마디 부탁합니다.
A : 다른 것은 잘 모르겠지만 외연 확장 관련해서 드리고 싶은 조언은 길목을 향린교회의 선교 활동의 하나라고 보는 견해들이 있어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모임 장소를 항상 향린교회에서 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고 봐요. 예를 들어 서대문에 있는 기사연 빌딩의 이재홀을 활용하면 길목의 활동을 향린이라고 보는 생각도 차츰 해소가 되고 본래의 활동 목표를 이루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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