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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16 - 새 동네의 첫 번째 미션: 플라밍고처럼 먹거리 찾기

posted Apr 3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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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동네의 첫 번째 미션: 플라밍고처럼 먹거리 찾기


Greenwich village(그리니치 빌리지, 여기 사람들은 “빌리지”라 부른다)로 이사 오면서 박스에 담아 옮겨진 화초들을 며칠 잊고 있다가 화들짝 놀라 열어보니 단단하던 산세베리아 잎사귀가 반쯤 꺽여 있었고 나머지 잎사귀들도 흔들리는 이빨마냥 건들건들하다. 딸아이가 사준 “에코”라고 이름 붙어준 에어 플랜트조차 잎이 잔뜩 말라 있어 부랴부랴 물에 담구고 널어놓았다. 새들새들한 이 화초들을 보니, 나도 지금 이렇겠구나 싶어, 박스 풀던 것을 일단 멈추고, 새 동네 먹거리 탐험에 나섰다. 이 동네는 걸으나, 차를 타나, 지하철을 타나 구글맵을 해보면 별반 시간의 차이가 나지 않으니, 웬만하면 걸어 다닌다. 자전거가 제일 빠른 교통수단이어, 시티바이크도 곳곳에 많이 있고 자전거 전용 차선도 잘 되어 있다. 이 동네에선 걷다가 제일 조심할 것이 자전거다. 자전거는 일방통행을 안 지키고 어느 방향에서 치고 들어올지 모른다.

걸어서 20분 반경 안에 첼시, 소호, 이스트 빌리지, 차이나타운, 리틀 이탈리아 등이 있으니, 근처에 먹을 곳이 지천이다. 이사통에 밖에서 많이 사먹었더니, 신선한 식재료로 만든 간단한 집밥이 그리워, 빌리지의 북쪽 경계선 14가에 위치한 유니온 스퀘어 그린마켓으로 향했다. 뉴욕시에서 제일 큰 파머즈 마켓으로 월, 수, 금, 토 아침 8시에서 저녁 6시까지 장이 열린다. 1976년 몇 명의 농부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피크시즌에는 140 명이 넘는 상인들이 갓 수확한 신선한 과일과 야채. 생선, 치즈, 빵, 잼, 피클, 꽃과 화초, 와인, 사이더, 메이플 시럽, 라벤더, 김치 등 다양한 종류를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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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들이 너무 많아 어디서 무얼 사면 좋을지 몰라 우선 달걀과 야채를 샀다. 그린마켓의 좋은 점은  직접 농부나 생산자와 이야기하며 궁금한 점과 농장의 정보를 물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달된 송아지 사진을 자기 손주 사진인양 크게 걸어 놓은 농부가 이틀 전에 낳은 달걀이라고 먹어보면 맛이 다를 것이라고 한다. 반 다스는 샀는데 슈퍼에서 산 달걀은 삶으면 어떤 때는 흰자가 푸석한데, 이 달걀들은 식감이 탱탱하였다. 푸릇푸릇한 봄나물이 많이 나와 있었다. “새싹하나가 커다란 브로콜리 한 줄기 영양가가 있다”는 말에 솔깃해서 샀는데 일주일이 지나도 싱싱한 채로 있었다. 아버지 생각이 문득 났다. “작은 멸치 하나에 생선 한 마리의 영양가가 고스란히  들어 있단다”하시며 아침마다 멸치볶음을 거르지 않고 드시곤 하셨다.

비츠나 무의 종류도 참으로 다양하다. 가게 앞에 여러 종류를 잘라 놓고 진열해 놓았는데, 한 엄마가 한국말로 유치원 또래의 딸을 데리고 일일이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You are what you eat.” 에 한 걸음 더 나아가 “You are what your grandparents ate.”라는 연구발표도 있듯이 우리가 먹고 있는 것이 우리 자신뿐이 아니라 우리 손자 대까지 영향을 준다는 걸 생각해볼 때, 건강한 음식을 선택할 줄 아는 식습관을 어려서부터 체험시켜주는 엄마가 참 현명하다 느껴진다. 그 가게에서 산 조그만 무나 비츠는 집에 와서 깎아보니 신선하지 않았다. 그린 마켓이라고 다 신선하지는 않고 잘 골라야 하는 것 같다.

“Farm to Table”의 선구적인 쉐프 댄 바버(Dan Barber)가 Ted Talk에서 했던 말이 기억이 난다.  그가 먹었던 가장 맛있는 생선은 맛있게 요리한 생선이 아니라, 너무 익혔지만, 스페인 남부의 건강한 생태환경에서 자란 생선이었다고 한다. 이 곳에는 플라밍고들이 하루에 150마일을 되는 곳에서 매일 날아와  물고기를 먹고 간다고 한다.

 TED 영상 보러가기

새 동네에 와서 첫 번째 나의 미션은 착한가격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찾아보는 것이다. 전에는 그로서리 쇼핑은 미국 슈퍼마켓과 한국마켓 두 군데 가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뉴욕에 와서는 건강하고 신선한 재료를 찾으려고, 근처 농장과 직거래를 하는 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CSA)도  이용해 보고 여러 마켓들을 둘러보았다. CSA는 생각만 하고 있다가 작년에 우연히 버스에서 만난 여인의 짐 보따리를 보고 시작되었다. 그 여인의 얼굴 표정이 유독 행복하고 뿌듯해 보였다. 그 속에 무엇이 있을 까, 그 농장 로고는 어딜까 궁금해졌다. 물어 보니 CSA Farm sharing을 해서 5월부터 11월까지 일주일에 한번 픽업 로케이션에서 야채, 과일, 고기를 찾아간다고 한다. 토마토를 하나 먹어보라고 건네주었는데, 그 사람의 뿌듯한 얼굴 표정을 알겠다.

아직 새 동네 정보도 많지 않고, 좌충우돌 나의 미션은 시간 소모가 많고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하는데, 플라밍고는 새끼들에게 건강한 먹이를 먹이려고 하루에 150마일 날아가는데 하는 마음으로 새 동네 음식탐험을 하고 있다.

PS 1. Dan Barber(댄 바버)의 미슐랭 원스타 레스토랑 Blue Hill 이 빌리지에 있고, 맨해튼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Rockefeller State Park 옆 농장에 자리 잡은 Blue Hill at Stone Barns는  많은 음식애호가들이 한번 쯤 경험하고 싶은 곳으로 꼽히고 있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식재료를 추구하고 소비자와 농부, 환경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여, 존경을 받고 있는 세프 댄 바버도 유니온 마켓에서 아침 일찍 장을 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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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2. 유니온 스퀘어의 남서쪽 간디 동상. 워싱턴, 링컨, 라파엣 등 다른 동상도 있지만 왠지 이 광장에 제일 어울리는 것 같다. 간디가 이 곳에 있다는 것이 뉴욕이 좋은 이유 하나를 더해준다.^^

PS 3. 칼럼을 다 끝내고 오늘 월요일 이른 아침 마켓에 갔다. 사람이 붐비지 않고 채소도 일찍 오니 신선하였다. New Jersey Lani’s Farm의 안주인, 노선주 씨를 만나게 되었다. 샐러드에 좋은 그린 믹스와 오이 종류를 추천해 주었다. 농사가 힘들지만 정부에서 지원을 해주고 유기농 인증을 받지는 않았지만, 농약을 뿌리지 않고, 자연적인 거름을 써서 건강하게 재배를 하는 큰 농장으로 성장했다고  한다. Food Stamp를 받고 있는 저소득층들도 여기 그린마켓에서 야채와 과일을 사면 더 보조를 하는 인센티브가 있어 이들에게 건강한 식습관을 장려한다고 한다. 이들이 후에 병에 걸려 발생되는 의료비보다 예방차원에 지원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어서 서로에게 윈윈이라고 한다. 학교에서 어린 아이들도 현장실습으로 그린마켓에 와서 야채를 골라 사보게도 하고  산교육을 시킨다고 했다. 노선주씨의 부스에는 다양한 야채가 있는데 김치와 깻잎도 있었다. 쑥으로 만든 부침개를 맛보라고 해서  집에 와서 데워 먹으니 쑥 내음이 나고 맛이 그만이었다. 이 맨해튼 한복판 그린 마켓에서 쑥부침개를 먹다니…. 그래서 뉴욕이 재미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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