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40 -역경 속에 핀 꽃 : 뉴저지 식물원

posted Jun 01, 202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40 - 역경 속에 핀 꽃 : 뉴저지 식물원

 

 

thumbnail_Cherries-and-the-Manors-edited_resize.jpg

Athena S. Kim, Cherry blossoms in the Skylands Manor, 2021, oil on linen board

 

"The flower that blooms in adversity is the most rare and beautiful of all." - Mulan (“역경을 이겨내고 핀 꽃이 가장 귀하고 아름답다.” - 뮬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고 그린우드 레이크(Greenwood Lake)에 다시 봄이 왔다. 자연과 가까이 지내다 보니, 순환하는 계절 속에 사는 축복을 새삼 느낀다. 도시에서만 살던 내겐 숲의 생활이 낯설고 새로운 한 해였다. 2년 차가 되니 설레며 조금은 편안해진 마음으로 새봄을 맞이한다. 장작불을 때야 하나, 오트밀이 동이 날까 걱정을 안 해도 되고, 거미와 왕개미가 출몰해도 소스라치지 않고 여유 있게 휴지에 싸서 뒷마당으로 던진다. 숲속의 봄은 새롭다. 작년과 같은 봄이 아니다. 작년엔 존재감이 없었던 가녀린 나무에 드문드문 꽃을 피우니, 내가 좋아하는 red bud다! 작년 봄부터 크고 단단한 꽃망울을 야무지게 품고 있던 서양 철쭉(rhododendron)이 추운 겨울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더니 일 년 만에 꽃망울을 터뜨렸다. 과연 “역경 속에 핀 꽃이 귀하고 아름답구나.”

 

그린우드 레이크를 오가는 길에 링우드(Ringwood)에 위치한 뉴져지 식물원(New Jersey State Botanical Garden at Skylands)을 지나쳤었다. 작년엔 눈독만 들이고 팬데믹으로 감히 꽃구경할 엄두를 못 했다. 올해는 일찍 따뜻해진 날씨 덕인지, 꽃들이 유난히 풍성해 보인다. 4월 초 벚꽃이 만개할 즈음 식물원을 찾았다.

 

식물원 초입 우측으로 1920년대 John Russell Pope가 설계한 Skylands Manor가 보인다. 저택 주변의 테라스에서 신랑, 신부가 웨딩촬영하고 있었다. 이곳은 결혼식이나 연회장으로 사용되고, 또 매너에서 숙박도 한다. 조각과 연못이 정원의 품격을 더해주고, 여름에 연못에 연꽃이 피고 잉어가 노닐면 더욱 아름다울 것 같다. 계단으로 내려가면서, 목련길, 진달래, 작약 가든으로 이어진다.

 

테라스에서 비탈길 언덕을 내려다보니 벚꽃들이 활짝 피었다. 벚나무가 많지는 않아도, 각기 다른 종류의 벚나무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다. 언덕 아래로 군데군데 이젤을 펴놓고 화가들이 캔버스에 이 풍광을 담고 있었다. Skylands Manor가 정면으로 보이고 양옆으로 벚꽃이 드리워진 비유포인트가 멋있는 지점에 발길이 멈추었다. 화가가 거의 그림을 완성하고 있었다. Athena S. Kim, 반갑게도 한국분이었다. 2019년 처음 뉴저지 식물원을 알게 된 후부터, 볼수록 매력 있는 이곳을 자주 찾아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그림으로 보는 식물원

 

collage-edited_resize.jpg

Athena S. Kim의 뉴져지 식물원 작품들

Skylands Manor를 지나 식물원 안쪽으로 들어서면 일년초 가든(Annual Garden)이 제일 먼저 나온다. 매년 주제를 달리하여 여름부터 일년초 꽃을 심는다. 네 코너에는 “Four Seasons”,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상징하는 작은 조각상들이 있고 정 가운데는 사자, 천사(cherubs), 갈랜드(garland) 문양이 있는 이탈리 르네상스 스타일의 Wellhead가 눈길을 끈다. (왼쪽 위) 

 

 

다년초 가든(Perennial Garden)의 초입에는 양쪽 대칭으로 나지막한 관목으로 울타리가 둘러싸인 두 정원이 보인다. 아늑해서 벤치에 앉아 사색하기 좋다. 귀여운, 피리 부는 Faun(반인 반양) 조각이 하나씩 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그림은 늦여름 칸나꽃이 필 때 풍광이다. (왼쪽 아래)

 

4월 중순부터 목련, 작약, 진달래 가든에 봄꽃들의 향연이 시작되어, 라일락 가든은 5월 중순에 절정을 이룬다. 그 종류와 색의 다양함이 100여 종이나 된다고 한다. 라일락 가든 속에 있으면 마스크를 썼음에도 그 향기에 취해 정신을 못차리게 된다. (오른쪽 위)

식물원 중앙에 너른 잔디밭은 초가을 풍광인데, 돗자리를 깔고 앉아 피크닉을 하면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기 좋다. 나무숲 뒤에는 야생화 가든(Wild flower garden)과 백조의 연못(Swan Pond)이 개울을 따라 펼쳐진다. 백조는 없고 이름만 있다. 그 너머에는 트레일이 있어 북쪽으로 가면 링우드 주립공원(Ringwood State Park)의 일부인 Shepherd Lake과도 연결이 된다. 물놀이, 뱃놀이로 알려진 곳이다. 뒤로는 라마포 산(Ramapo Mountains)이 보인다. (오른쪽 아래)

 

 

Wild flower garden

 

5월 초 식물원을 다시 찾았을 때, 지난번 보지 못한 식물원 동쪽을 살펴보았다. 식물원 서쪽이 격식을 갖춘 꾸며진 정원이라면, 이곳은 그늘이 드리워진 숲속으로, 두 줄기의 개울을 따라 징검다리도 건너고, 소박하고 자연적인 느낌을 준다. 울타리가 쳐진 옥잠화와 서양 철쭉 정원(Hosta and Rhododendron garden)을 지나 동쪽 철망 문을 열면 야생화 가든 (Wild flower Garden)이 시작된다. 때마침 투어가 시작되고 있었다. 코비드 이후 사람이 모인 곳에 가까이하길 두려워, 잠시 주저했지만 야외에서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 합류했다. 가이드의 설명에 푹 빠져들어 걱정은 어느덧 사라졌다.

 

 

wild-flower-garden-collage_resize.jpg

Wild flower tour: Bog Pond(왼쪽 위), 그 속에 사는 box turtle(가운데), 개울 따라 핀 야생화(오른쪽 위), Japanese Primrose(왼쪽 아래), 우산 모양의 May apple(오른쪽 아래)

 

 

무심코 지나칠 야생화들을 하나하나 알려준다. 나에겐 생소한 Marigold, Skunk cabbage, Trout lily, Pachysandra, Spring beauty, Virginia bluebell, Creeping phlox, Celandine poppy 등 야생초들을 일일이 가리키면서, 각자가 품고 있는 사연을 말해 준다. 그중 May apple(팔각연)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산처럼 늘어진 잎 아래쪽에 가운데가 노란, 하얀 꽃을 피운다고 한다. 열매가 달리면 처음에는 독성이 있는데 익으면서 독성이 없어진다. 열매가 무거워 땅에 기울어지면 그 열매를 박스 터틀이 먹고 배설하면서 씨가 퍼진다고 한다.

 

 

thumbnail_ma9Tgc6rT6WglBLLHIcFsg_resize.jpg

 

 

공원 남쪽 끝에 있는 4대륙(Four continents) 조각상이 넓은 식물원을 한눈에 바라보고 있다. 여기서 북쪽까지 반 마일 크랩 애플 길(Crab Apple Allée)이 펼쳐진다. 나이 든 노부부가 손을 잡고 이 길을 걸어가는 걸 보면서 코비드에 잘 견디어 낸 그들에게 마음으로 박수를 보낸다. 인생길에 밝은 화려한 꽃밭도 있지만, 비록 그늘지고 힘든 길을 거닐 때도 야생화 같은 기쁨들이 그 속에 숨어 있다는 것을 이 조각상들은 관조하는 것 같다.

 

PS

The New Jersey State Botanical Garden at Skylands (NJBG)

https://njbg.org/

 

뉴저지 식물원은, 링우드 매너(Ringwood Manor), 쉐퍼드 레이크(Shepherd Lake)와 함께 링우드 스테이트 파크(Ringwood State Park)를 이루고 있다. 웹사이트에 나온 자료를 간추려보면, 식물원의 유래는 180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욕의 저명한 변호사인 Francis Lynde Stetson이 이곳에 여름별장 터를 잡고 “Skylands Farm”이라 불렀다. 당시 선구적으로 농장을 운영하고 나인 홀 골프 코스를 정원에 만들어 Andrew Carnegie 등 유명인사들을 초청했다고 한다. Fredrick Law Olmsted 수제자이며, 미국조경 건축학회를 창시한 Samuel Parsons이 조경을 맡았다. Swan Pond를 비롯한 이곳의 조경이 그의 저서에 예화로 나온다.

 

1922년에 Clarence McKenzie Lewis가 Skylands 두 번째 주인이 된다. Stetson 가의 집을 허물고 현재의 매너를 짓고, 그 당시 유명한 조경건축회사인 Vitale and Geiffert에게 조경을 맡겼다. Lewis는 이곳을 식물의 쇼케이스로 만들려는 야심을 갖고 전 세계와 뉴저지에서 나무들을 수집했다. 색, 질감, 형태, 향기의 조화로움이 뛰어난 가든으로 널리 알려졌다.

 

1966년 뉴저지 주가 Shelton College의 캠퍼스로 사용된 1,117에이커의 Skylands 부지를 샀다. 1984년 Skylands Manor 주변의 96에이커가 공식적 뉴저지 식물원이 되었고, 주와 국가의 사적지로 등록이 되었다.

 

Athena S. Kim 

2007년, 40대에 미국에 이민 와서 우여곡절 끝에 서양화를 하게 되었다. 고전 회화의 대가 및 Hudson River School 화풍에 영감을 받고, 겸재 정선을 흠모한다. 북부 뉴저지에서 풍경, 정물, 인물 등 실제 대상을 소재로 연필 소묘와 유화를 즐긴다.

 

artist-ajusted_resize.jpg

 

홍영혜-프로필이미지.gif

 


  1. 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40 -역경 속에 핀 꽃 : 뉴저지 식물원

    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40 - 역경 속에 핀 꽃 : 뉴저지 식물원 Athena S. Kim, Cherry blossoms in the Skylands Manor, 2021, oil on linen board "The flower that blooms in adversity is the most rare and beautiful of all." - Mulan (“역경을 이겨...
    Date2021.06.01 Views96 file
    Read More
  2. 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39 - Korean American: 민들레가 미나리 되다

    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39 - Korean American: 민들레가 미나리 되다 Sue Cho, “Stop Asian hate: Don’t underestimate”, 2021, Acrylic 코로나 백신을 맞고 나오는 병원 엘리베이터에서였다. 6 명이 조르르 탔다. 젊은 동양 남자, 중년 흑인...
    Date2021.05.02 Views154 file
    Read More
  3. 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38 - Sue Cho, 색으로 희망 밝히는 화가

    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38 - Sue Cho, 색으로 희망 밝히는 화가 Sue Cho,“Summer Afternoon”, 2018. Acrylic, 46x60. (Sue의 자화상) Sue를 처음 만난 것은 1985년경 뉴져지 포트리 아파트에서다. 한국 사람들이 제법 살았던 나지막한 코업 아파트 ...
    Date2021.03.31 Views89 file
    Read More
  4. 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37 - 맬컴 엑스와 우연한 만남

    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37 - 맬컴 엑스와 우연한 만남 Sue Cho, “Malcolm X”, 2021, Digital Painting 맨해튼을 마음대로 누비고 다닌 적이 언제였지? 팬더믹이 시작되기 바로 전, 작년 2월 컬럼비아 대학병원 근처에서였다. 병원이 자리 잡고 있는...
    Date2021.03.03 Views118 file
    Read More
  5. 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36 - 겨울 숲엔 새 길이 보인다

    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36 - 겨울 숲엔 새 길이 보인다 Sue Cho, “Midday after the Snow”, 2021, Digital Painting 코비드-19가 시작되고 한 달 남짓하여 “일상이 그립다”라는 글을 썼는데, 이젠 “옛 일상이 와도 새롭다”...
    Date2021.01.31 Views126 file
    Read More
  6. 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35 - 작은 기쁨

    Sue Cho, Children’s Story Book Series, 2018. Acrylic, 46 x 46 in. 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35 - 작은 기쁨 코로나 백신이 승인되고 이제 터널의 끝이 보이는 것 같은데, 12월이 되니 오랫동안 삭혀왔던 어둡고 침체한 마음을 끌어 올리기가 버겁다. ...
    Date2020.12.30 Views180 file
    Read More
  7. 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34 - 아메리카 원주민의 기도

    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34 - 아메리카 원주민의 기도 Sue Cho, ”Ceremony for the Lost Lands”, 2020, Digital Painting 연일 올라가고 있는 코비드 19 감염률로 2020 Thanksgiving Day는 가족들이 모이지 않고 각자 조용히 보내기로 했다. 터키 대...
    Date2020.11.30 Views201 file
    Read More
  8. 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33 - 다름의 미학, Sterling Forest, NY, 2020

    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33 - 다름의 미학, Sterling Forest, NY, 2020 Sue Cho, “Fall Escape”, 2020, Digital Painting 밤새 비가 지붕을 후드둑 후드둑, 캠핑와서 텐트 속에 있는 것 같다. 비가 온 다음 촉촉한 숲이 좋다. 수북이 쌓인 낙엽 위를...
    Date2020.11.01 Views150 file
    Read More
  9. 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32 - 가을은 참 예쁘다, 'Big Apple' 사과 따기

    Sue Cho, 'My father and I – you pick apple orchard farm', 2020, Digital Painting 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32 - 가을은 참 예쁘다, 'Big Apple' 사과 따기 가을은 참 예쁘다 가을은 참 예쁘다 하루하루가 코스모스 바람을 친구라고 ...
    Date2020.09.29 Views196 file
    Read More
  10. 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31 - 코로나 방구석 춤

    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30 - 코로나 방구석 춤 Sue Cho, Shake your Booty, 2020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주차장에 차를 찾으러 가는데 메렝게(Merengue) 음악이 흘러나온다. 나도 모르게 원투쓰리풔 파이브식스세븐에이트. 힙을 씰룩거리며 ...
    Date2020.08.31 Views212 file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