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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자로 함께 살아간다는 것

posted Nov 3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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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자로 함께 살아간다는 것

 

 

유례없는 재난을 겪으며 올해 20대 여성의 자살률이 급증했다고 한다. 코로나블루, 코로나블랙 등 재난이 마음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이 반가우면서도 한편 씁쓸하다. 우울증이 자살과 연관되어 있기는 하지만 우울증에 대한 개입만이 자살에 대한 예방책인 것은 아니다. 위기에 놓인 20대 여성의 삶의 조건, 가부장적인 사회 문화와 불안정한 노동 조건을 변화시키는 것도 중요한 정책으로 제기되어야 하는데 마음 건강과 관련해서는 사회 구조적인 접근이 늘 아쉽다. 

최근 상담에서 청년을 만나는 기회가 많아졌는데 많은 이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과 막막함을 토로하며 무력감과 우울감을 호소한다. 상황과 처지에 따라 아픔의 모습은 조금씩 다르지만 자신의 무능을 탓하거나 열악한 가정환경을 원망하는 등 고통을 개인화하는 모습은 닮아있다. 우리 사회의 불안이-자유 경쟁이라는 미명하에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신자유주의로 증폭된- 감염병처럼 영혼을 잠식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 사회는 문제를 사회 구조적인 맥락에서 분리해서 ’개인‘의 문제로 개별화 파편화시키는 경향이 강하다.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를 다룰 때도 하청업체의 노동자가 현장에서 사망했을 때도 우선적으로 개인의 취약성이나 안전 수칙 준수 여부 등의 과실을 찾는다.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에 구조적인 위험을 개선하는 것은 찾기 힘들고 현장의 하청 관리자 개인에게 책임을 묻고 손해를 배상하면 된다고 한다. 그리고 같은 현장에서 같은 사고는 반복된다.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일 없다는 듯 잊히고 똑같이 돌아가는 현장이 무섭고 끔찍한데 내담자의 고통이 그런 트라우마 경험에 닿아 있다면 더욱더 그렇다. 상담자도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두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건강도 노동 환경이나 고용조건 등 구조적 맥락과는 분리된 채 취약성이나 관리 등 개인적인 맥락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개별화된 접근은 통합적인 이해와 개입을 어렵게 하고 특히 마음 건강 영역에서는 정신 장애에 대한 차별과 혐오, 낙인 등의 사회적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내담자를 이해할 때 현재의 삶의 조건과 맥락을 잘 이해하려고 한다. 무능, 부적응, 취약성을 개인의 심리 내적인 문제로만 보지 않고 처지, 상황이라는 조건, 사회 구조적 맥락과 통합적으로 이해할 때 내담자의 고통에 더 가까이 가닿음을 느낀다. 깊은 공감과 수용이라는 안전지대에서 내담자가 삶의 선택에 대한 절반의 책임을 기꺼이 수용할 때 삶에서 자기 실현성을 꽃피울 수 있다고 믿는다. 

요즘 상담실에 찾아오는 이들이 처한 삶의 조건은 정말 녹록지 않아 내담자의 무력감이나 분노 우울감이 전이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상담자로서 막막하며 무기력해지는 순간, 물론 그 순간을 잘 알아차리며 필요하다면 자문을 구한다. 그리고 나는 우리의 안녕이 이윤보다는 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실현하는 안전한 사회구조와 무관하지 않음을 알기에, 삶의 조건, 사회를 바꾸어 가는 일에도 관심을 두고 작은 힘을 더하려고 노력한다. 오는 12월 10일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떠난 고 김용균님의 2주기이다. 전태일 열사 50주기가 되도록 3시간마다 1명이 죽고, 5분마다 1명이 다치는 노동 현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노동 현장에서의 재난, 가습기 살균제 사고 같은 참사를 막을 수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많은 시민의 소망을 담은, 발의된 정신 그대로 하루라도 빨리 통과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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