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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가 이미 말해준 우리들의 이야기

posted Aug 3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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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가 이미 말해준 우리들의 이야기

 

 

“늘 시간이 없어서 공기의 냄새, 바람의 소리, 햇살의 감촉을 느낄 틈은 말할 것도 없고 가족들과 밥 한 끼 나누기도 힘든 나. 

10분이면 되는 가벼운 스트레칭도 잘게 부순 스케줄 표에 끼워 넣기가 부담이 되고, 그러다 보니 건강을 챙기는 일은 늘 자투리 시간에나 하는 것으로 미뤄두는 나.

끊임없이 일하는데 쌓이는 것보다 더 빠르게 사라지는 많은 것들.

그리고 대신 늘어만 가는 불안감.”

 

여기까지는 나의 이야기이다. 

 

미하엘 엔데의 ‘모모’의 마지막 페이지를 어제 넘겼다.

‘모모’는 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그 도둑이 훔쳐 간 시간을 사람들에게 찾아 주는 한 소녀 ‘모모’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무려 1970년에 발표된 이야기이다. 어떻게 50년 전의 이야기가 지금의 나의 이야기로, 지금 이 시대의 이야기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일까. 이 작가는 미래를 예측한 것일까? 아니면 우리는 그 자리에서 멈추어 버린 것일까?

 

“제대로 된 인생을 사는 데 필요한 시간이 충분하다면 아주 다른 사람이 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당신에게 필요한 건 바로 시간이에요. …… 시간 낭비를 가져오는 잡담은 피하세요. … 어머니를 좋지만 값이 싼 양로원에 보내는 겁니다. … 쓸데없는 앵무새는 내다 버리세요. … 저녁 명상은 집어치우세요. … 친구들을 만나느라고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 견습생이 일을 잘하고 있나 감시할 수 있게 말이죠. …… 언젠가 다른 인생을 새로 시작하기 위해서 이제부터 시간을 아끼리라. …… 시간을 알뜰하게 쪼개 썼지만 손톱만큼의 자투리 시간도 남지 않았다.” [모모 中]

 

우리는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쉬지 않고 빨리빨리 일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아낀 시간을 모아서 내가 보다 행복할 수 있는 일에 쓰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은 모아지지 않는다. 그저 흘러갈 뿐이다. 

 

“어느 날 갑자기 아무것도 하고 싶은 의욕이 없어지지. 어떤 것에도 흥미를 느낄 수 없지. 한 마디로 몹시 지루한 게야. 허나 이런 증상은 사라지기는커녕 점점 더 커지게 마련이란다. 하루하루, 한 주일 한 주일이 지나면서 점점 악화되는 게지. … 차츰 기분이 언짢아지고, 가슴 속이 텅 빈 것 같고, 스스로와 이 세상에 대해 불만을 느끼게 된단다. … 무관심해지고, 잿빛이 되는 게야. 온 세상이 낯설게 느껴지고, 자기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것 같아지는 게지. … 병의 이름은 ‘견딜 수 없는 지루함’이란다.” [모모 中]

 

더 행복해지기 위해 시간을 아끼며 살았는데, 어쩌다 우리는 ‘행복을 느끼는 시간’도 함께 아끼기 시작하게 된 걸까. 

 

이야기가 다 끝나고 책의 맨 뒷장에는 ‘작가의 짧은 뒷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나는 이 모든 일이 이미 일어난 일인 듯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이 일이 앞으로 일어날 일인 듯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내게는 그래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아마 작가는 알고 있었나 보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서로 없이는 절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지금 우리에게 벌어지는 일들은 50년 전에 이미 겪었고, 50년 후에도 겪을 일이라는 것을,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이 멈춘 ‘모모의 세계’와 코로나로 멈추어 버린 ‘우리들의 세계’는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어디서나 사람들이 서서 다정하게 말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안부를 자세히 물었다. 일하러 가는 사람도 창가에 놓인 꽃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거나 새에게 모이를 줄 시간이 있었다. … 노동자들은 일에 대한 애정을 갖고 편안하게 일할 수 있었다. … 저마다 무슨 일을 하든 자기가 필요한 만큼, 자기가 원하는 만큼의 시간을 낼 수 있었다. 시간이 다시 풍부해진 것이다.” [모모 中]

 

코로나는 지금이 바로 우리가 잃어버렸던 시간들을 되찾을 시간-기회란 걸 얘기해 주는 시그널이 아닐까 한다. 

예전에도 역병은 있었다.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이건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위기가 아니다. 

우리가 행복을 저축해 두기 위해 행복을 저당 잡히기 시작한 그 순간 위기는 시작되었고, 그것을 멈추지 않는 한 위기는 언제든 발생할 것이다. 

행복하기 위해 행복하지 않은 방식으로 행복을 찾아 나선 수많은 나와 너 그리고 우리들.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지금 당장 저당 잡힌 행복을 찾아와서 마음껏 누려야 한다.

그래야 우리들은 더 이상 행복을 축적하기 위한 조급함으로 사라지는 것들과 다가오는 것들에 대한 불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느리게 갈수록 더 빠른 거야.” [모모 中]

 

모모의 거북이가 말해주었다. 느리게 갈수록 더 빠른 거라고. 

호주에 이어 러시아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의 수개월에 걸친 산불, 아시아 여러 나라의 홍수피해 등 빨리빨리 달려온 우리들로 인해 자연과 동물들에게 너무나도 많은 피해를 입히고 있다. 그리고 결국 이것은 우리의 많은 시간을 뒤로 되돌려 놓고 있다. 

우리들은 이제라도 시간을 내서 나와 내 주변을 살피고, 자연을 둘러보며, 동네 길냥이들에게 안부를 전할 수 있어야 한다. 

빨리 가기 위해서는 천천히 둘러보며 가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람이란 한갓 자기 안에 있는 시간에 그치는 존재가 아니거든. 사람은 그것보다 훨씬 더 큰 존재란다.” [모모 中]

 

전 세계가 코로나로 함께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을 보면서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많은 사람과 자연과 연결되어 있으며, 나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실감하게 된다. 

그렇기에 이 위기의 시간,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나'라는 존재에 대해, 그리고 나와 연결된 많은 것들에 대해 잔잔히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최선영-프로필이미지.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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