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공감마당]

9bdbc4

영화 <뮬란>과 중국 소수민족 문제

posted Sep 29, 2020
Extra Form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mulan_poster_resize.jpg

 

 

영화 <뮬란>과 중국 소수민족 문제

 

 

최근에 중국 남북조시대 때 북방 유목민족에 맞선 한족 여성의 야사로 중국과 대만에서 드라마로도 널리 제작된 <화목란(화무란)>이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영화제작사 ‘월트 디즈니’(메카시즘이 한창이던 시절, 훗날 대통령이 되는 레이건과 함께 헐리우드의 진보적인 영화 배우들을 탄압하는데 앞장섰던 자이기도 하다.)는 수년 전에 중국과 동양 유교문화권 시장을 겨냥해서 이 전설을 만화로 만들었고, 최근에 이를 영화화했다. 

이 영화는 상영되기 전인 지난해에 뮬란 역의 유역비(류이페이)가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 때문에 홍콩 항쟁 참가자들 사이에서 ‘보이콧 주장’이 일어났었다. 또한, 올해에는 엔딩 크레딧에서 중국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을 강제수용소로 가두는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악명 높은 투르판 공안국(경찰청)과 언론을 통제하는 신장위구르자치구 공산당 선전부에 감사를 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만, 태국에서도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미국 의회는 ‘디즈니’에 영화 제작 과정에서 위구르족들을 강제로 동원했는지 질의할 정도로 논란이 더욱 확대되었다. (하지만 트럼프와 같은 공화당인 부시 정부는 ‘테러와의 전쟁’ 협조한다는 대가로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을 묵인했었다.) 

 위선적이게도 ‘월트 디즈니’는 ‘영화 제작’ 과정에서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한 것에 불과하다고 합리화했다. 그리고 중국 정부는 논란 확대를 막기 위해 ‘뮬란’에 대한 보도를 금지했다. 

사실 디즈니가 만화영화로 제작되었을 때도 뮬란이 맞섰던 투르크계 유목민들을 자신들의 조상으로 규정하고, 1949년 중국 혁명을 피해 망명한 위구르족 등 다양한 투르크계 소수민족 활동가들이 많이 사는 터키에서는 ‘자신들의 조상들을 모욕’했다고 거세게 비판하기도 했다. 

(또한, 터키 공화국의 창설자 케말 파샤(아타튀르크)가 세속주의 정책을 펼치면서 청산했던 옛 오스만투르크 제국을 미화하는 대통령 에르도안은 신장위구르자치구 ‘재교육 시설’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  

 참고로 이번 영화는 중국 정부가 그동안 소수민족을 다수민족 한족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에 동화시키기 위해 펼쳤던 여러 정책의 연장이다. 현재 중국어 수업 확대에 반대하는 몽골족들이나 ‘재교육 시설’에 갇힌 위구르족 입장에서는 노골적으로 다수민족인 한족을 미화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모순적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소수민족의 역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만드는 결과, 뮬란이 맞섰던 여러 소수민족 역시 ‘중국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오홍레이와 같은 일부 중국 지식인들은 평범한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쓴 <절반의 중국사>(김선자 옮김/ 메디치 펴냄/)에서 고대의 북방 유목민족들이 세운 나라들인 몽골제국과 그 외에 소수민족이 세운 요, 금, 청 등을 ‘자랑스런 중화민족’의 역사로서 소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티베트족과 위구르족의 독립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역사 해석이 한족 영웅들의 역할을 ‘비하’한다며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영화 <뮬란>을 둘러싼 논란은 중국 정부가 겉으로는 “소수민족을 존중”한다는 정책조차 지킬 의지가 별로 없음을 드러내는 것 같다. 심지어 일부 소수민족 정책 입안자들은 현재 미국의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을 통해 한계가 잘 드러난 미국식 동화정책을 중국 소수민족 정책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영화 보이콧 운동이 소수민족 문제 해결과 홍콩 항쟁 참가자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탄압을 약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마르크스주의”가 인도와 아일랜드 독립운동을 지지했던 마르크스는 물론, 스칸디나비아 노동자계급 운동의 단결을 도모하고자, 노르웨이 독립을 막으려는 스웨덴 지배계급에 맞서서 노르웨이 독립을 지지한 스웨덴 노동자계급 운동을 러시아 노동자계급이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 레닌이 발전시킨 “마르크스주의”하고도 관련이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김재원-프로필.gif

 


  1. [포토에세이] 기적

    [포토에세이] 기적 파란융단이 바다에서 쉬고 있습니다. 태양이 붉은 손을 내밀며 올라오라 재촉하지만,고개도 못들고 거친 숨을 쉬며 파도를 만듭니다. 하얀거품이 잠잠해질 때 쯤.. 지친등을 보이며 아쉬운듯 천천히 올라갑니다 이른 새벽 바다가 보이는 동...
    Date2021.03.01 Views225
    Read More
  2. [포토에세이] 우리가 모르는 것, 우리가 아는 것

    [포토에세이] 우리가 모르는 것, 우리가 아는 것 우리는 모른다. 소파에 누워 동물의 왕국을 보며 동물이 얼마나 배고픈지 모른다. 얼마나 목마른지 모른다. 한 줌 풀을 뜯는 일이 한 모금 물을 마시는 일이 얼마나 무서운지 우리는 모른다. 우리는 모른다. ...
    Date2021.01.31 Views294
    Read More
  3. [포토에세이] 이공이공

    [포토에세이] 이공이공 화동의 귀염에 난리가 났습니다 할아버지도 삼촌도 이모도 함박웃음에 물개박수를 칩니다 우렁찬 환호가 무대를 가득 채웁니다 나풀나풀 분홍드레스 멈칫멈칫 두려움 꼬깃꼬깃 수줍음 망울망울한 눈으로 엄마도 불러보고 혼자라는 사실...
    Date2020.12.30 Views205
    Read More
  4. [포토에세이] 달걀귀신

    [포토에세이] 달걀귀신 어릴 적 무수한 괴담 속에서 가장 난해한 귀신은 얼굴 없는 달걀귀신일 것이다. 핏발선 눈도 피 묻은 살점이 잔뜩 낀 날카로운 이빨도 없어 한없이 연약해 보이는 여자 귀신을 우리는 무서워했다. 얼핏 보기에 아무런 해를 끼칠 것 같...
    Date2020.11.30 Views244
    Read More
  5. [포토에세이] 솥

    [포토에세이] 솥 서울에서 태어난 저는 무쇠솥에 대한 향수는 없지만 양은솥에 대한 그리움이 있습니다. 솥에서 뭉실뭉실 피어나는 작은 구름이 어릴적 소박한 부엌을 불러옵니다. 연탄불에 놓인 하얀솥,겨울은 따스한 물과 음식을 제공하는 보일러였고 여름...
    Date2020.11.01 Views195
    Read More
  6.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분쟁의 기원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분쟁의 기원 최근에 유럽과 중앙아시아 사이에 위치한 코카서스 지역의 나고르노-카라바흐(이후 '야르차흐 공화국'으로 개명함)를 둘러싼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분쟁은 러시아의 중재로 휴전 협정이 체결되기는 했지...
    Date2020.10.31 Views270
    Read More
  7. [포토에세이] 장독

    [포토에세이] 장독 우리는 아파트를 짓고 땅에서 멀어졌다. 사람이 땅에 살기 시작하면서 땅은 사람을 포근히 감싸주었다. 땅을 파고 기둥을 세워 짚을 덮어 집을 만들면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했다. 다람쥐처럼 겨울을 나기 위해 먹을 것도 땅속에...
    Date2020.09.29 Views304
    Read More
  8. 영화 <뮬란>과 중국 소수민족 문제

    영화 <뮬란>과 중국 소수민족 문제 최근에 중국 남북조시대 때 북방 유목민족에 맞선 한족 여성의 야사로 중국과 대만에서 드라마로도 널리 제작된 <화목란(화무란)>이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영화제작사 ‘월트 디즈니’(메카시즘이 한창이던 ...
    Date2020.09.29 Views417
    Read More
  9. [포토 에세이] 各自圖生(각자도생)

    포토 에세이 : 各自圖生(각자도생) 도로가 고막을 찢어버릴 듯 사나운 경적을 울린다. 회색 먼지와 검은 연기가 숨을 막는다. 부서진 돌은 땅을 향해 모래무덤을 만들고 골재가 된 모래는 아파트가 되어 자본의 욕망이 되었다. 그리고 일부는 아스팔트가 되어...
    Date2020.08.28 Views230
    Read More
  10. [포토 에세이] 매미

    [포토 에세이] 매미 돌림병을 멀리해 숨어 산 지 어느새 반년. 창밖에 매미 한 마리 날아왔다. 예전 창문에 붙은 매미를 까마귀가 물어가는 모습을 보고 겨우 며칠 사는 매미가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단 한 번의 만남을 위해 몇 년을 땅속에서 지낸 매미를 딱...
    Date2020.07.28 Views26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