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여는글]

a6de88

새로 시작하는 4월

posted Apr 05, 2022
Extra Form
글쓴이 김진희
발행호수 5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noname01_resize.jpg

드디어 4월입니다. 눈을 들면 온통 꽃 천지입니다. 하얀 매화, 노란 산수유, 개나리와 민들레, 분홍 진달래, 진분홍 복사꽃, 우아한 흰 목련…… 메마른 겨우내 꽃피는 봄날은 기다렸습니다. 

 

생명이 소생하는 4월은 부르는 이름도 많고 기억할 일도 많습니다. 인디언 체로키족은 4월을 ‘머리맡에 씨앗 두고 자는 달’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T.S. 엘리엇은 시 ‘황무지’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 했고 시인 신동엽은 ‘4월은 갈아엎는 달’이라 했습니다. ‘빛나는 꿈의 계절, 생명의 등불을 밝혀 준다’라는 노랫말도 있습니다. 4월에는 동백꽃 붉은 제주 4.3의 기억이 있고 사월혁명과 ‘이제 내게 4월은 옛날의 4월이 아니’게 하는 세월호의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시인 이성부는 봄을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라고 했습니다. 자연의 순환을 따라 봄이 찾아왔지만, 또 다른 봄은 아직 오지 않은 듯합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시킨 정권이 첫 임기를 마치고 더 이루어야 할 촛불 정신의 숙제는 남았는데, 오히려 우리 사회가 퇴행하는 건 아닌지 염려가 가득한 봄날입니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전쟁 소식은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고 피난민이 천만 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어른들이 일으킨 전쟁으로 인해 아무 잘못 없는 어린이들의 삶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소식을 매일 듣습니다.

 

1991년부터 1999년에 일어났던 유고슬라비아 전쟁 당시 어린이들이 자신들이 겪은 전쟁의 공포를 증언하고 평화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는 글과 그림을 모아 엮은 ’나는 평화를 꿈꿔요’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십여 년 전 일이지만 마치 오늘 우크라이나 어린이의 글과 그림을 보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전쟁은 이렇게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전쟁을 일으키는 어른 중 어린시절에 “나는 자라서 어른이 되면 꼭 전쟁을 일으켜야지!”라고 결심했을 사람은 없었을 텐데,…… 복잡한 현실에서 어린이와 같은 단순한 마음이 답이 될 수는 없는 것일까요? 유고슬라비아 전쟁 당시 10살이던 로베르토가 쓴 시를 소개합니다. 

 

내가 만약 대통령이라면 

내가 만약 대통령이라면 

탱크들은 어린이들의 놀이 집이 될 거예요.

사탕 상자들이 하늘에서 떨어질 거예요.

박격포에선 풍선이 발사될 거예요.

총구멍에서는 꽃들이 피어날 거예요.

 

전 세계의 어린이들이 

공습경보나 총소리에 놀라지 않고 

평화롭게 잠을 잘 수 있을 거예요.

 

피난민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우리는 새로 시작할 거예요

 

-로베르토/ 10살. 옛 유고슬라비아 폴라 지역

 

끝날 듯 이어지는 코로나와 끝나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전쟁과 또 다른 일들로 어렵고 힘든 봄을 맞이했지만 우리는 ‘늘 그랬듯이’ 용기를 내어 ‘새로 시작하는 4월’을 만들기를 꿈꾸어봅니다.

 

image00001_resize.jpg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어린이와 같이 하나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거기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눅18:17)

 

김진희-프로필이미지.gif

 


  1. '국뽕'에 취해 살기

    '국뽕'이란 속어가 있다. 인터넷 오픈 백과사전 나무위키는 국뽕을 ‘자국에 대한 환상에 도취되어 현실을 보지 않는, 맹목적으로 자국을 찬양하는 행태를 비꼬는 인터넷 신조어로, 국가와 히로뽕의 합성어이다. 무언가에 기분 좋게 취해 즐기는...
    Date2022.07.05 Views67
    Read More
  2. 6월이다. 6.10과 6.25가 나란히 있는...

    그는 열아홉에 원양어선을 탔다고 했다. 일찍 학교 문을 나와버린 그가 선택한 뱃일은 그의 일생의 업이 되었다. 타고난 체격에 얼마간 고등학교에 붙어 있을 무렵 럭비부에서 근육과 뼈에 힘을 다져 넣었던 탓에 첫 일로 먼바다에서의 어부가 가능하였으리라....
    Date2022.06.02 Views126
    Read More
  3. 초록초록으로 물들어가는 푸른 달

    이 산 저 산, 연둣빛이 가시고 온통 초록초록으로 물들어가는 푸른 달 5월입니다.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정도로 코로나19의 위협이 완화된 지금, 지난 2년 남짓의 삶을 돌아봅니다. 팬데믹과 함께 제시된 새로운 삶의 표준(New Normal)에 적응하여 변화하고...
    Date2022.05.03 Views154
    Read More
  4. 새로 시작하는 4월

    드디어 4월입니다. 눈을 들면 온통 꽃 천지입니다. 하얀 매화, 노란 산수유, 개나리와 민들레, 분홍 진달래, 진분홍 복사꽃, 우아한 흰 목련…… 메마른 겨우내 꽃피는 봄날은 기다렸습니다. 생명이 소생하는 4월은 부르는 이름도 많고 기억할 일...
    Date2022.04.05 Views179
    Read More
  5. 검은 호랑이 해

    검은 호랑이 해 올해가 시작한지 두 달이 지나 벌써 3월이 되었습니다. 봄의 기운이 서서히 일어나는 듯 베란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이 산은 앙상한 가지 사이로 푸른 잎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오늘은 역사적인 하루, 2022년 3월 9일 20대 대통령 선...
    Date2022.03.09 Views155
    Read More
  6. 검은 호랑이 해

    검은 호랑이 해 코로나 19가 아직도 우리의 삶을 어렵게 하고 있지만, 올해부터는 기지개를 켜고 여러 활동을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2월에 청년 활동을 시작하고, 3월부터는 서울 성곽문화기행을 시작으로 그동안 중단되었던 대면 활동들을 재개하려고 합...
    Date2022.02.04 Views143
    Read More
  7. ‘자산어보’에서 길목을 보다!

    ‘자산어보’에서 길목을 보다!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불과 1년 전 2021년을 맞이했던 송년의 마음처럼 희비가 교차하는 심정으로 새해를 맞았습니다. 지난 1년 코로나의 질곡을 함께 헤쳐나온 길목의 조합원과 후원회원 모두의 평안...
    Date2022.01.03 Views166
    Read More
  8. 공감과 좌절

    공감과 좌절 ‘선생님은 내 편을 들어주지 않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 편만 들어주는 것 같아요. 그런 선생님이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 것 같아서 몹시 화가 나요.’ ‘선생님은 변했어요. 선생님이 처음에는 부드럽고 따뜻했는데, 이제는 아주...
    Date2021.12.04 Views169
    Read More
  9. 세월의 두께만큼 쌓인 관성을 깨기 위해서

    세월의 두께만큼 쌓인 관성을 깨기 위해서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대선 정국에서 난데없이 한 야당의 유력 후보가 전두환에게 배울 게 있다고 해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습니다. 발언 영상과 그 이후의 유감 표명 영상까지 보니 평소 생각이 드러난 것 같...
    Date2021.11.01 Views139
    Read More
  10. 길목을 생각하며

    길목을 생각하며 11년 전에 제가 처음 접했던 향린공동체는 경이로움과 기쁨의 그 자체였습니다. 오랫동안(모태신앙, 49세까지 보수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다 들꽃향린교회를 출석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신앙과 삶을 발견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나의 안...
    Date2021.09.28 Views14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Next
/ 8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