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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이 읽은 책 : 가난한 사람들의 선언

posted Jun 2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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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이 읽은 책 : 가난한 사람들의 선언 | 프란시스코 V.d.H. 보에르스마 | 마농지

 

 

이 책이 왜 매력적으로 다가왔을까?

 

일단 책 표지의 “저항한다는 것은 제시하는 것이다.” 이 선언이 끄는 매력이 있었다. 젊은 시절 기존 체제와 제도에 반대 저항할 때마다 듣던 말 “그래서 대안이 뭔데? 누구나 문제를 찾고 불평은 쉬워. 하지만 대안을 내야 책임 있는 자세 아니야?” 이 물음은 늘 어깨에 묵직한 돌을 하나씩 얹는 것이었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도대체 이 신자유주의를 깨뜨리고 내세우는 대안이 있단 말이야?

또 다른 매력은 저자인 ‘프란시스코 판 더를 호프 보에르스마’라는 긴 이름을 가진 요상(?)한 신부님이었다. 언제부터인가 ‘다 같은 사람이지 뭐 다를 게 있나’라는 생각에 변화가 생겼다. 자신이 가진 지위와 학식으로 승승장구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내려놓고 신념으로 사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부터였다. 고만고만하다고 생각하던 삶이 크게 보이기 시작했다. 당연히 내 것을 뺏겨서 싸우고 억울해서 싸우는 거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다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수님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의 보장된 자리를 버리고 스스로 고생길을 자처함이 신기했다. 더불어 나는 할 수 없기에 그런 이들을 보면 궁금증이 일고 존경심을 갖게 된다.

 

무엇이 네덜란드인인 그를 멕시코 농부의 삶의 길로 이끌었을까? 무엇이 그를 사회연대경제, 아래로부터의 대안을 연구하게 만들었을까? 어떻게 그는 신자유주의의 무서운 공격에 가차 없이 폭격당한 이들을 일으켜 세웠을까? 가난이 무서운 것은 인간을 본능에 귀 기울이게 만들고 이기심에 쉽게 빠져들게 만들기 때문인데 어떤 협동심으로 이기심을 이겨냈단 말인가? 가난과 무식은 온갖 아픔과 상처를 자식 대까지도 대물림시키고 그것을 운명으로 탓하는 나약한 인간을 만드는 악마인데 도대체 어떻게 하여 신부님은 이런 구조적 악과 싸워냈는가?

 

그와 그의 이웃들은 이런 궁금증에 1973년부터 지금까지 47년의 삶으로 대답해 왔다.

 

“품위 있는 빈곤” 이것은 신부님의 키워드였다. 그리고 모든 삶에서 구현코자 한 목표였다. 그래서 그는 신자유주의라는 우상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관계 맺기 방식을 추구했다. 그들이 추구하는 바는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존감을 가지고 살고 무엇보다 비참함에서 탈출하는 것이었다. 그러하기에 자선을 거부(자선은 가난한 사람을 객체로 도구화하기에)하였으며 배제된 사람들의 경제를 일구고자 노력하였다. 그 노력은 UCIRI(이스트모 지역 원주민 공동체 협동조합) 결성의 형태로 나타났으며 이 조직을 통해 코요테라고 불리는 국제 중개상을 거치지 않고 농민들이 직접 커피를 수출하는 경로를 만들었다. 1988년 ‘막스 하벨라르”라는 공정무역 라이선스를 만들고 대안 경제 운동을 세계적인 차원으로 확장해 나갔다.

 

“악마는 다국적 옷을 입는다.” 그들은 이윤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단지 다른 방식의 이윤 분배를 선호할 뿐이다. 기업의 지분을 공유해 직원들의 공동 소유권을 수준 높게 발전시키고자 하는 것이며 호혜적인 동반자 관계를 오직 중소 규모의 사업 파트너와 맺으려는 것이다. 왜냐하면 당연한 얘기지만, 거대 기업의 위협에 의해 그들이 가진 자그마한 것마저도 잃을 수 있는 상황에 늘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반대한다는 것은 제시하는 것이다.” 현재의 병폐를 고치기 위한 믿을 만한 대안이나 분명한 제안이 없다면, 저항은 무의미하다. 현재의 모든 문제들에 대해서 비판만 한다고 미래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멕시코에 있는 공동체는 다음의 슬로건을 만들었다. “우리는 계속해서 저항하지만, 계속해서 제안한다.” 주류 시장과는 다른 대안 시장이 이러한 저항과 제안 운동의 핵심이다. 그들이 발전시키고 있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은 5가지 전제에 기초한다. 첫째, 경제가 사람에 봉사해야지 그 반대가 되면 안 된다. 둘째, 발전은 물질이 아닌 사람을 기준으로 측정해야 한다. 셋째, 성장과 발전은 상이한 개념으로서, 발전이 꼭 성장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넷째, 어떤 경제도 생태계가 제공하는 것 밖에서 펼쳐질 수 없다. 다섯째, 경제는 그보다 더 큰 생물권이라는 유한하고 닫힌 체제의 하위 집합이다. 결과적으로, 무한한 성장은 불가능하다.

이런 그들의 철학은 사회적 경제에 기초한 연대라는 고유의 성격을 가진 모델(공정무역)을 구축했으며 그들이 새로운 유형의 거래를 도입할 수 있는 영역은 주류 경제의 주변부에 있는 주로, 소농들 분야의 영역에서였다. 

 

그리고 이들의 노력은 가난한 사람들, 배제된 사람들이 기존 해결책을 그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결책을 끌어낼 수 있음을 증명했다. 바로 이러한 조건에서만 세상에 의해 버림받았던 사람들이 오늘과 내일의 주체가 될 수 있었다. 

공정무역은 농산물 시장의 창출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이루었다. 공정무역의 구현은 우리에게 “더 좋은 세상의 특사”인 양했던 서양의 소비사회와 과학적 진보에 대한 믿음의 문제점과 일탈을 상기시킨다. 즉, 정신을 박탈한 경제적 물질주의에 등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정신이 없는 물질주의는 사회를 개인주의적이고 분파적이며 순응주의적으로 퇴행시키고, 현재의 경제 이론과 그 진화에 기초를 둔 세상 전체에 의문을 품게 한다.

지난 20년 동안 공정무역은 신자유주의 체제에 도전하면서, 이로 인한 폐해를 줄이고자 노력했다. 공정무역은 세상을 문화적으로 인간화하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나는 이런 책이 좋다. 얇고 가볍고 작은 책.

하지만 그 안에는 회오리의 울림이 있다. 이 책에는 인간가치에 대한 고민은 사치인 그저 먹고 사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살아내기’를 하는 고통의 외침이 들어있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조나 자선은 거부하며 스스로 가난하지만 품위를 갖겠다는 결의가 들어있으며 더 이상 대안 없는 외침은 하지 않겠다는 패배를 맛본 자의 고뇌와 연구가 들어있다. 

윙 윙 울리고 있다

사회연대 경제, 가난한 자들의 선언-그것을 실현코자 코요테들(국제 중개상, 다국적 기업)과의 힘에 부치는 싸움의 길을 비틀비틀 묵묵히 걸어가는 삶이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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