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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목연재] 생태적인 경제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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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문제와 경제 그리고 생태환경

posted Apr 0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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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호수 이승무
글쓴이 79

자연의 순환질서와 조화를 이루는 생태적인 경제를 찾아서

1. 쓰레기 제로운동과 순환경제

2. 경제사상사에서의 순환경제 관념

3. 자본주의 경제는 어떻게 순환과 균형에서 벗어나는가?

4. 인구문제와 경제 그리고 생태환경

5. 대안경제의 추구 1): 공동경제와 경제 민주주의

6. 대안경제의 추구 2): 협동조합과 대안화폐

7. 대안경제의 추구 3): 생태경제학과 탈성장

8. 제국문화에서 벗어나려는 아나키스트의 경제관

9. 생태사회주의의 흐름

10. 한반도에서의 순환적이고 생태적인 경제 발전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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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무_인구문제.jpg

 

 

4. 인구문제와 경제 그리고 생태환경

 

인구문제는 지구상에서의 생물학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생태에 관한 문제의식으로서 인간사회의 역사와 제반 사회과학을 전개해 나가는 데서 기초 중의 기초라고 할 분야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식량은 산술급수로 증대하는데, 인구는 기하급수로 증대한다는 말로 알려진 영국의 경제학자 토마스 맬서스의 인구론을 산아제한이 나라의 정책이던 어린 시절부터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다. 이러한 맬서스의 인구론에 담긴 생태학적인 함의는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영향을 주었다고 알려진다. 위의 단순한 명제만 놓고 본다면 인구론 이후 과거 2백 년의 역사에서 인구는 약 8억 명에서 약 80억 명으로 열 배 정도 증가했고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사람들의 식생활 수준이 낮아졌다기보다는 높아진 것으로 생각되고 특히 우리 남한에 사는 사람들이 체감하기로는 많이 향상되어 오히려 영양과다 섭취로 건강을 걱정할 정도가 되었다고 할 수 있어서 간단히 반박이 된다. 그러나 맬서스의 인구 증가가 가져올 비참한 극빈(pauperism) 상황에 대한 염려는 1970년대 생태 경제적 문제의식이 여론의 무대에 등장하는 신호탄이 된 로마클럽 보고서 "성장의 한계"에서 성장하는 인간경제 규모에 대해 자원, 에너지, 식량 등 생태적인 한계가 예상된다는 문제의식으로 계승되어 이는 생태주의 진영이 대체로 가진 신맬서스주의의 배경이 된다. 이는 지질학적인 시대 구분의 명칭으로서 "인류세"를 제시하는 입장과도 일맥 상통한다.

 

이러한 맬서스의 인구론은 인간의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반(反)휴머니즘으로 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자들도 그의 인구론을 대체할 체계적인 인구이론이라 할 만한 것을 제시하지 못하여 찬성하는 측이든 반대하는 측이든 여전히 맬더스 인구론의 자기장 안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맬서스의 문제의식과는 반대방향으로 최근에는 인구 감소추세가 진행되어 사회적으로 위기감이 적지 않게 공유되고 있는 실정이다. 인구문제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에게 지금의 사회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데서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관문으로 되어 있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인구는 소비자이면서 생산요소로서의 노동력을 공급하는 집단 개념이다. 맬서스는 인구를 경제에 의해 부양을 받는 소비자의 측면을 중심으로 바라보았기에 인구증가와 식량증가를 비교했다. 그러나 맬서스가 바라보고 염려한 당시 민중들의 빈곤은 자연 상태에서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인간적인 면을 가진 가난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으로 조건이 지어진 비참한 극빈 상태였다. 그런 극빈상태의 원인은 농촌으로부터 도시로의 대규모 인구이동과 농촌에서의 인클로저로 농경지가 양모생산을 위한 목장으로 전환된 구조적인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왜 맬서스는 인구증가가 극빈과 비참한 상태의 원인이 된다고 생각했을까? 개별 가족이나 개인의 입장에서는 식구 수의 증가와 빈곤의 인과관계에 관한 그런 설명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장기에 걸친 인구변동 추세는 생태학적으로 식량상황 등 자연적, 생태적인 생존조건의 변동에 따른 개체수의 변동으로밖에 설명될 수 없다.

 

19세기말 20세기 초에 활동한 맑스주의 이론가 카를 카우츠키는 인구를 설명하는 데 큰 관심을 가져 인구이론에 관하여 두 권의 책을 저술했다. 1880년에 나온 <인구증가가 사회진보에 미치는 영향>은 맬서스의 인구론과 다윈의 진화론에서 드러난 "유기체적 자연에서의 과잉인구의 경향성"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었다. 그러나 1910년에 출간한 <자연과 사회에서의 증식과 진화>에서는 맬더스의 인구론이 생태학적으로 일반 이론이 될 수 없음을 밝혔다. 그 책에서 그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아무튼 우리는 우리의 탐구의 결과로써 한 민족의 증가와 마찬가지로 한 계급의 증가는 모든 상황 하에서 같은 강도와 같은 방식으로 작용하는 경향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미 자연적 다산성이 달라지는 생활조건과 더불어 극히 심하게 달라진다. 사회 발전의 진행에서 이에 추가되는 것이 사회적 성격의 다양한 영향들, 인구증가에 때로는 억제적으로 때로는 촉진적으로 영향을 주는 도덕적 경제적 요구들이다. 거기서 우리는 출생빈도를 규정하는 인자들만을 고찰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의 증식의 모습에는 또한 사망률도 상당히 영향을 주며, 사망률 역시 다시 사회적 상황들에 의해 지극히 심하게 영향을 받는데 이는 더 이상의 증거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사회적 시기이든, 어떤 민족이든, 어떤 지대, 어떤 계급이든 그에 따라 자신의 증식의 특수한 조건과 속도를 가진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부양활동공간의 확장도 직선 운동을 나타내지 않으며 극히 다양한 변천을 겪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부양활동공간의 확장 경향과 인구증가 경향이라는 두 경향은 결코 반드시 평행선을 이루며 발달하는 것은 아니며 동시에 어긋나는 방향을 따를 수도 있다. 물론 오래도록은 그럴 수 없다. 왜냐하면 장기적으로는 하나의 인자는 다른 인자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식량 없이 살 수 없다. 그러나 인간 자신이 식량을 생산하는 자다. 식량 없이는 인간이 없고, 인간이 없이는 식량의 생산이 없다.

 

이 모든 다채로운 가능성들을 볼 때, 인간에게 모든 상황 하에서 관철되는 유일한 보편적인 인구법칙을 가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 어느 사회적 유형이든 오히려 자신의 특수한 인구법칙, 단순한 보편적 자연조건에서가 아니라 극히 가변적인 사회적 조건에서 나오며 그래서 흔히 아주 복잡한 종류의 것인 인구법칙을 가진다."

 

그는 자본주의 체제가 가져온 도시문명이 노동력 즉 인구를 재생산하는 데 실패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프롤레타리아 여성에게 자본주의는 지극히 혹독한 과잉노동의 시대를 뜻한다. 이는 프롤레타리아 여성의 다산성에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 산업 프롤레타리아트는 여러 세대에 걸쳐 자신의 독자적인 후세를 충원하는 계급이 아니며, 그런 계급이 될 전망은 없다. 반대로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오래 존속할수록, 교통 체제가 발달할수록 계속 새로운 농민적 분자들, 아직은 농민적 다산성을 보유하고 있는 이 분자들을 가져다주는 농촌으로부터의 유입이 더욱 커진다."

 

잉여가치의 과소생산에 따른 자본주의 체제의 붕괴이론을 전개하는 헨리크 그로스만과 같은 맑스주의 경제학자는 노동력을 고용하는 가변자본의 증가속도를 물적인 요소를 고용하는 불변자본의 증가속도가 능가하는 추세 때문에 자본주의가 붕괴할 것으로 예측하는 이론을 내놓았다. 노동력을 공급하는 인구는 맑스의 이론체계에서 잉여가치 생산의 유일한 원천이고 그렇기에 자본주의 체제의 버팀목이다. 이런 면에서 오늘날 인구붕괴를 염려하는 시장경제론자들과 맑스주의자들의 인식은 상당히 서로에게 접근하고 있다. 그런데 장기적인 문명의 차원에서 볼 때 자본주의 도시문명은 인구를 재생산하는 데 비관적이라고 보는 것이 카우츠키의 관점이다. 이는 오늘 특히 대도시 환경에서 아기를 낳아 키우는 데 큰 걱정을 해야 하는 한국 사회의 상황을 설명하는 데 큰 설득력을 가진다.

 

생산 시스템은 점점 더 비싸고 방대한 고정자본과 이에 맞물린 소프트웨어에 의존해 가고 다수 인간의 노동력은 점점 더 주변화되어 간다. 현재 자원과 에너지원을 고갈시키고 지구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은 인간 노동력을 부양하는 데 필요한 소비재의 공급 체계가 아니라 거대한 물적 체계로 가속도가 붙어 확장해 가는 인공지능의 하드웨어다. 인간 노동력은 창의적이고 환경의 변화에 적응해 가는 생산요소로서 건강한 생태환경과 함께 건강과 질적인 발달을 해 간다. 쏟아져 나오는 상품을 구매하고 기계장치에 시중을 드는 그런 피동적인 소재, 착취의 대상으로서의 노동력 부족을 걱정하는 자본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생산활동 그리고 생태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 문명을 유지해 가는 주체로서의 인간 집단 개념인 인구는 적정한 크기와 건강을 가지고서 살아가야 할 실체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인구는 무한정 커질 것을 걱정해야 하는 괴물도 아니고 착취의 대상도 아니며, 지구상에서 그 자체의 미적인 가치와 존엄성을 가진 얼마가 될지 모르지만 그 나름대로의 수명을 가진 자연을 구성하는 집단생명체의 하나로 보는 관점이 절실하다. 자연을 모체로 하는 이 집단생명체는 맹목적으로 증식하지도 않고 자신의 존재 기반을 잠식하지도 않고 자신의 건강수명을 늘려가려는 노력을 하면서 충실히 생명활동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인구를 대상으로 소외시키고 염려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은 대자연의 순환을 도외시하고 이윤을 최대화하는 체제의 관점에서 인구의 실체를 잘못 바라보는 것일 수 있다고 가설을 세우고 집단생명체로서의 인구의 생태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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