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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목연재] 생태적인 경제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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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제로운동과 순환경제

posted Jan 0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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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호수 이승무
글쓴이 76

자연의 순환질서와 조화를 이루는 생태적인 경제를 찾아서

▶1. 쓰레기 제로운동과 순환경제

2. 경제사상사에서의 순환경제 관념

3. 자본주의 경제는 어떻게 순환과 균형에서 벗어나는가?

4. 인구문제와 경제 그리고 생태환경

5. 대안경제의 추구 1): 공동경제와 경제 민주주의

6. 대안경제의 추구 2): 협동조합과 대안화폐

7. 대안경제의 추구 3): 생태경제학과 탈성장

8. 제국문화에서 벗어나려는 아나키스트의 경제관

9. 생태사회주의의 흐름

10. 한반도에서의 순환적이고 생태적인 경제 발전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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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311254.jpg

 

 

1. 쓰레기 제로 운동과 순환경제

 

쓰레기제로 (zero waste) 운동이라는 것은 도시의 폐기물처리시설인 소각장 건설에 대한 주민들의 자생적인 반대운동으로서 특히 다이옥신이라는 환경 호르몬의 위험성이 알려지면서 1980년대에 시작이 되었다. 대도시 지역에서 더 이상 쓰레기 야적이나 매립이 불가능해지면서 여러 곳에 소각장이 그에 대한 대안으로 정책적으로 설치되던 때였다. 주민들의 건강과 생활환경 오염에 대한 염려에서 출발한 소각장 반대운동은 쓰레기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생각하고 이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들에 관해 고민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흐름과 활발한 시민운동의 추세를 반영하여 1990년대에 우리나라의 환경정책에서는 쓰레기의 발생을 줄이기 위해 쓰레기 종량봉투 제도를 1994년도에 전격적으로 도입했다. 그러면서 쓰레기의 재활용을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폐기물 예치금제도, 생산자책임 재활용제도 등이 선진 외국의 제도들을 많이 참고하면서 도입되고 추진되었다. 2004년도에는 그동안 폐기물을 처리하는 문제를 다루는 환경부의 국인 폐기물자원국을 자원순환국으로까지 바꾸면서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것보다는 자원순환이 근본적으로 향해 가야 할 목표인 것처럼 인식하게 되었다. 이 자원순환이라는 것은 법적으로는 재활용만이 아니라 원천적인 쓰레기의 감량과 중고품의 재사용, 재활용이 더 이상 불가능한 폐자원으로부터의 에너지 회수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며, 노력해야 하는 우선순위에 따라 원천적 감량(reduce), 중고품 재사용(reuse), 물질재생(recycle), 그다음은 에너지회수(recovery)라는 순서로 이론적, 법적으로 정해져 있다. 이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대도시의 쓰레기 문제를 공통적으로 경험하고 제품포장 등으로 쓰레기를 대량으로 발생시키는 산업계와 부정부패의 온상인 처리시설을 설치하는 엔지니어링과 건설업계에 강한 책임을 묻는 시민운동이 쓰레기 제로 운동이란 이름으로 여러 나라에서 활동해 오면서 거두게 된 제도적 산물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자원순환의 정책적 개념은 어디까지나 환경정책 분야인 폐기물 문제를 잘 해결한다는 관점에서 출발한 것이고, 사람들의 물질적인 사업과 삶의 전체 그림에서는 가장 말단의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부산물 내지 부작용을 잘 해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환경부라는 정부 부처나 자치단체의 청소행정과 같은 곳에서 하는 일이 경제활동의 진행에 따라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골치 아픈 오염물질과 폐기물을 큰 잡음이 나지 않게 잘 처리해 준다는 생각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쓰레기를 양산하는 생산과 소비 자체의 문제를 다루는 것은 환경공학을 공부한 환경기술자들이나 행정공무원들이 자신들의 일과 관련된 것으로 생각하기가 힘들다.

 

그런데 2000년대 초부터 중국에서는 물건의 대량생산과 대량폐기를 기본으로 하는 시장 자본주의 체제의 관행을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이 답습하면 곤란하다는 문제의식이 중국공산당 내에서 강하게 대두했다. 이런 움직임에 따라 중국의 엔지니어인 우지송(吴季松) 씨가 지식경제와 순환경제의 아이디어를 담은 <순환경제학>이란 책을 2003년도에 냈다. 이를 계기로 순환경제에 관련된 논의가 급물살을 타서 2008년도에는 순환경제촉진법이라는 법률이 시행되게 되었다. 중국에서의 순환경제 개념은 폐기물 분야 정책이라는 환경정책의 틀을 넘어서 사회와 경제에서의 물질의 순환 질서에 기초한 경제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농촌과 도시 간에 유기물질을 포함한 여러 물질을 순환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자원을 덜 사용하고 환경에 부담을 덜 주면서 경제를 발전시키는 경제정책의 성격을 띤다. 주무부처도 중국의 환경보호부가 아니라 국가발전개혁위원회라는 경제발전계획을 담당하는 부처이고, 각 성시의 지방정부에서도 이런 순환경제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백서를 내는 등 폐기물 재활용이나 자원순환을 뛰어넘는 개념의 대안적인 경제발전을 추구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기존의 자본주의적인 생산소비 시스템을 그대로 따라서 성장해 간다면, 거대한 인구와 경제규모에서 그에 따른 환경부하와 에너지와 자원의 투입을 감당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방향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중국의 순환경제학 교과서에서는 핵발전과 유전자변형 농산물(GMO)을 순환경제적인 발전을 이루는 요소들로 적극적으로 포함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순환경제학은 서구사회에서 케네스 불딩(Kenneth Boulding)이나 조세스쿠-뢰겐 같은 비주류에 속하는 생태적 지향의 경제사상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생산양식의 자연적 물질적인 기초를 중시하는 맑스의 사상을 받아들여 이론적인 모양을 갖추려고 하기는 했으나 그 출발점 자체가 공학기술적인 관점에 있었기 때문에 핵에너지나 유전자 기술 등을 중심으로 한 산업문명의 병폐에 대한 깊은 인식은 결여되어 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2015년 이후에는 유럽에서도 이런 중국의 순환경제 개념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고 또한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 등의 분야에서의 시민사회로부터의 강력한 정책적 요구에 부응하여 순환경제라는 개념이 프랑스에서부터 법령에 도입되기 시작하고 플라스틱 병의 원료 단계에서의 물질 재투입 목표 설정과 같은 강력한 순환경제 정책이 실시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오염이 국제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인식됨에 따라 1회용 플라스틱을 원천적으로 퇴출시키고 대체적인 재료를 사용하려는 정책이 큰 동력을 얻게 된 것이다.

 

이처럼 폐기물의 재활용에서 출발하여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대량폐기의 산업경제를 그런 방식에서 벗어난 물질소비를 최소화하는 친환경적인 경제로 대체하려는 순환경제는 이제 여러 나라들에서 더 이상 급진적인 비주류 경제학자나 운동가들의 관심사에 머물지 않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제도로 많이 도입되어 있다. 그러나 아직 순환경제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작동원리와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 지금과 같은 순환경제 정책들이 시장경제의 물질자원 사용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지 등에 관한 많은 의문이 풀리지 않은 채로 정부와 산업계에서 시민들에게 호감을 주도록 하는 정책적인 구호로 동원되는 측면이 강하다.

 

인도의 시민운동가이면서 사상가인 반다나 시바(Vandana Shiva)는 이에 비하면 간디와 같은 사상을 계승하여 농촌 마을의 자치와 민주주의 그리고 토종 씨앗에 대한 농민의 권리를 옹호하는 생물종 다양성에 관련된 운동을 하면서 그런 풀뿌리 민주주의를 중요한 요소로 하는 순환경제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Terra viva manifesto, 20151)) 요컨대 순환경제 개념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경제 개념을 넘어서 사회정치적인 틀 자체의 변혁을 요구하고 지구상에서 인류가 거주해 온 오랜 시간에 걸친 순환적이고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물질적인 삶의 모습에 대한 재발견을 미래의 변혁을 위해 참고할 중요한 지식으로 요구하고 있다. 말하자면 현대의 자본주의적 생산양식 그리고 그 뿌리가 되는 제국 문명들이 빚어온 자연과 충돌하는 파괴적인 인간상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보는 차원에서의 문화적인 변혁이 자연의 순환질서와 조화를 이루는 생태적인 경제로서의 순환경제의 길에서 놓치면 안 될 등대와 같은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금까지의 사회주의 사상이나 협동조합 등 대안기업의 운동들이 인간경제의 병폐를 인간의 근원적인 존재조건인 순환에서 벗어난 균형의 이탈로 인한 병리적 현상으로 바라보았음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인간 노동력 역시 순환에서 벗어난 생산양식에서 건강과 안전을 상실하고 소모품화하는 문제를 같은 차원에서 연관되는 문제로 다룰 때 제도화된 순환경제의 본의를 급진적으로 되살릴 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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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s://seedfreedom.info/wp-content/uploads/2015/05/Terra-Viva_Manifesto-English.pdf

 

 

글쓴이 이승무 소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역사적인 관점에서 사회경제와 경제사상을 바라보는 데 관심이 많이 있고, 맑스의 역사관을 발전시킨 카를 카우츠키의 책들을 여러 권 번역한 바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유기체적 관점에서 출발한 순환경제라는 개념이 미래에 요망되는 경제와 경제학을 세워나가는 데 중요하다고 보고 틈틈이 자료를 수집하고 글을 써 오고 있다. 환경정책 중에 폐기물 자원순환 분야 속한 정책연구를 해 오고 있다. (홈페이지: www.cycleconom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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