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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선이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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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를 다녀오다

posted Dec 0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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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선_제주 사려니숲_최영선.jpg

 

 

2018년 일본을 다녀온 후 4년 만에 비행기를 탔다. 제주도 여행을 하기 위해서다. 제주도는 10년 만에 가는 것이고, 여섯 번째 방문이다. 10년 전에는 지금 미국에 살고 있는 손녀딸과 함께였고, 이번에는 막내딸과 함께 갔다. 손녀딸과의 여행은 내가 그 아이를 보호해야 했는 데, 이번 여행은 전적으로 딸이 나를 지켜주었다.

 

2박 3일 일정 중 하루는 버스 투어를 하기로 했다. 제주 동부 투어를 하면서 제주도가 세계 7대 관광지 중 한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주 동부 투어는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진행되었는 데, 다녀 보고 일정이 너무 힘들면 중간에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동안은 제주도에 가서 자유롭게 몇 군데만 돌아다니다가 왔는 데 제주도 동부 곳곳을 돌아본다는 것은 호기심도 일고 아주 매력적이었다. 버스에는 모두 18명이 탑승하고 있었고, 기사님이 역사를 전공한 사람인지 제주도 역사를 소상히 설명해 주어서 놀라웠다. 바다를 끼고 곶자왈을 달리다가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이 ‘사려니숲’이었다. 아름드리 삼나무들이 곧게 서서 빽빽하게 둘러선 그 숲을 바라보니 너무 멋지고 아름다워서 숨이 막혔다. 정말 오래된 나무들이었다. 몇 백 년은 되었을 것 같은 그 나무들의 나이를 나로서는 헤아릴 수 없었지만, 문득 빅토르 위고의 ‘젊음은 아름답지만 늙음은 고귀하다’는 말이 생각났다. ‘사려니숲’이 그곳에 그렇게 고귀한 모습으로 펼쳐져 있다는 것만으로 이번 여행은 너무 감동적이었고 행복했다. 제주도에 오면 항상 슬픈 유적지만 찾았는 데….

 

그다음으로 ‘보름왓’, ‘허브랜드’를 찾았다. 허브랜드에서는 나지막한 감귤나무에서 귤도 직접 따 보았고, 난생처음으로 족욕도 했다. ‘성산일출봉’, ‘섭지코지’, ‘함덕해수욕장’도 갔다. 함덕해수욕장의 모래는 너무나 하얗고 하늘은 파랬다. 날씨가 좋았던 탓인지 제주의 하늘색은 바다와 똑같이 닮아 있었다. 하루 종일 버스를 탔는 데 가는 길 전부가 바다와 숲을 끼고 있었기 때문에 피곤하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정신이 맑아졌다. 투어 일정인 6시까지 완주했음은 물론이다.

 

이번 여행 중 또 기억에 남는 것은 제주 맛집 중 하나인 ‘고집돌우럭’의 저녁 식사도 잊을 수가 없다. 하루는 호텔에서 묵고, 마지막 날 밤은 10년 전 손녀와 묵었던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갔다. 그곳 사장님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10년 전에 제가 손녀딸과 함께 왔었어요.”

“아이구, 반갑습니다.”

“그때 사장님이 저와 손녀딸을 중국 사람인 줄 아셨어요. 떠날 때 우리가 ‘안녕히 계셔요’ 하니 ‘한국 사람이세요? 저는 중국 사람인 줄 알았어요’ 했는 데….”

 

그렇게 지나간 이야기를 하고 한바탕 웃었다. 딸이 나에게 말했다. “엄마, 버스 하루 종일 타는 것을 보니 문제없을 것 같아. 내년 봄에는 제주 서부 투어를 하자.”

“글쎄, 그때 가보고….”

 

나는 확답을 하지 못했다. 딸과 함께 한 이번 탐라여행은 나에게는 너무나 빛났던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PS. 어느덧 열두 번째 원고를 마감했다. 일 년 동안 쓰겠다는 약속을 지켜서 기쁘다. 첫 원고가 ‘지하철 풍경’이었는 데 마지막 원고가 묘하게도 ‘탐라여행’이다. 무엇이라고 할까? 인생은 나그네 길이라고 했는 데 진정 나는 나그네 인가. 모두에게 고마웠고,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최영선-프로필.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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