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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국의 걸으며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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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트레킹의 추억

posted Nov 0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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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호수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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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의 공간에서 법칙의 시공으로 이동하다.

 

울란바토르는 혼잡하다. 계획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혼돈만이 가득하다. 울란바토르 시내 거리거리를 가득 메운 차량만이 아니라 도심 한가운데 발전소와 경수로 냉각탑 비슷한 저 배치는 무엇이란 말인가.

 

걸으며1.png

 

비포장 길이 시작되었을 무렵 계획의 공간에서 벗어나 법칙의 시공으로 접어들었음을 인지할 수 있다. 소와 말의 혀는 용케도 꽃을 피하며 녹색의 만찬을 즐기고 있다. 꽃마저 뜯겨 저들의 위로 직행했다면 초원은 '유지'되지 못하였을 것이다. 초원은 그렇게 동물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걸으며2.png

 

그날 밤 우리는 별에 압도되었다.

 

수억 광년을 아니 인지의 시공을 너머 도달한 빛이 무장 해제된 망막세포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법칙의 시공은 그렇게 완악한 마음의 빗장을 허물어 내려갔다.

 

걸으며3.png

 

깨질듯한 대기를 가로질러 펼쳐진 원시의 초원과 침엽수림은 그들의 유전자를 차곡차곡 우리의 근육에 각인시키고 있다.

 

게르 위로 빗방울 소리 세차고 김현식 음악이 나오고 보드카는 몇 순배인지 헤아리기 어렵다.

 

밤새 빗소리는 평온하고 동트기 전 멈춘 대지의 시야 끝에 방해하는 그 무엇도 걸리지 않는 저 끝은 나뭇잎의 흔들림과 바위의 반짝임으로 바람과 햇살을 증명하고 있다.

 

걸으며4.png

 

계획하여 트레킹을 시작하였다.

 

무던히 다녔지만 법칙의 시공으로 안내되어 들어왔다는 걸 실감한 건 처음이다. 우리도 계획의 관계에서 법칙의 인연으로 진화하고 있는가? 다시 몽골 초원과 별빛 아래에 누구와 설 것인가!

 

걸으며5.png

 

이 필설로 서울의 다섯 배 사이즈나 되는 3,000제곱킬로미터의 테를지 국립공원을 전하고자 하는 나의 의지가 가소롭다.

 

듣고 믿는 자에게 복이 있다 하였으나 나는 보고도 여전히 그립다. 눈앞에 두고 다시 오리라는 다짐을 몇 번이고 동행들과 한다.

 

나는 그대가 곁에 있어도 그대가 그립다.

 

사족: 마지막 사진은 동행한 친구가 찍어주었다. 나는 전혀 인지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가 보통 이상의 눈썰미를 지니고 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김영국.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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