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김영국의 걸으며 생각하며]

cac8d6

박새와 무등

posted Mar 09, 2023
Extra Form
발행호수 6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허리통증과 호르몬 작용에 관한 소고

 

몸과 마음은 독립된 개체인가 아니면 몸은 마음은 분리불가한 합일체인가 이도저도 아니면 불가근불가원의 관계체인가?

 

걸으며01.png

 

허리가 말썽이다.

지난 12월에 아프기 시작한 허리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잔잔한 또는 격한 통증이 번갈아 가며 두 달째 붙어 다닌다. '안녕'하며 인사를 하고 지낼 정도로 친근하다.

 

회사를 우선순위에서 제거하고 새벽기차를 타고 떠난 無等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당연하다, 등급을 매길 수 없는 산을 오르는데 세속의 일 따위가~

걸으며02.png

 

하지만 초입부터 서석대에 오르기까지 오전 산행은 통증과 수면부족과 아침 식사 부실로 그야말로 최악이다. 대열의 후미에서 겨우 따라붙었다.

 

천 미터 고지에 포진한 주상절리를 만나 바위에 오르는 순간 이 모든 것이 곽재(경상도 사투리다. 순식간 눈 깜짝할 사이라는 의미다) 사라졌다.

 

걸으며03.png

 

정확히는 부지불식간 운동에 따른 격렬함, 경치가 주는 감흥, 발밑 주상절리의 오묘한 깎아지름이 주는 짜릿함이 선사하는 호르몬의 폭풍으로 그간 지속해서 따라다니던 통증이 사라지고 온몸이 가벼워졌다.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 몸의 통증을 사라지게 했으니 이는 반전이라 부를만하다.

 

내려오는 길, 높고 수려한 삼나무 등걸에 박새가 종종거리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마침 옆에 벤치가 놓여있다. 살금 다가서 앉았다. 싫지 않은 눈치다. 바라보고 있자니 뭔가를 바라는 듯하다. 옆에 있던 친구가 금세 행동식 하나를 꺼내 손에 올려준다.

 

걸으며04.png

 

손가락 끝에 놓인 과자부스러기를 부리로 집어 가는데 살포시 부리의 움직임이 전해진다.

 

봄맞이 산행이 감미롭다. 물론 통증과 수면부족을 병행한 호사다.

올해 계절 따라 무등을 오르는 즐거움이 더하기를 바랄 뿐이다.

김영국.png


  1. 한열이 형과 오르내리던 길

    6월이면 생각이 많아집니다. 6월 시작하는 날 신촌사회과학대학 연합학생회에서 주관하는 토크콘서트에 패널로 섭외되어 연희관 강의실에 32년 만에 갔습니다. 1991년 봄에는 강의를 듣기 위해 연희관을 올랐는데 이날은 말하기 위해 교단에 섰습니다. 6월의 ...
    Date2023.07.12 By관리자 Views73
    Read More
  2. 두 번의 달리기와 한 번의 음악회

    사이렌이 울리고 재난 문자가 요란하여 새벽에 깨버린 탓에 일찌감치 나선 출근길에 왠지 봄철 치정살인극이 떠올라 마스카니가 작곡한 오페라 까발레리아 루스띠까나를 하루 종일 오며 가며 들었다. 봄이 가고 여름 오니 아쉽다고 해야 하나 좋다고 해야 하나...
    Date2023.06.09 By관리자 Views61
    Read More
  3. 4월에 일어난 일들

    친구들과 강원도 정선을 나드리 삼아 다녀왔다. 마침 정선 오일장이다. 참두릅 개두릅 좌판에 그득하다. 끓는 물에 데친다. 참두릅 20초 개두릅 10초 찬물에 헹군다. 예쁘게 담는다 아차차 초고추장이 없군. 스윗칠리소스를 대타로 봄을 입안 가득~ 의미 있는 ...
    Date2023.05.11 By관리자 Views67
    Read More
  4. 달리기와 다정함

    며칠 전부터 마음에 들어와 앉은 문장이 있습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진화인류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브라이언 헤어가 쓴 이 책을 아직 펼치지는 못했지만 겉표지에 나열된 김영하, 최재천 이런 이름 때문에 이 구절에 매혹당했던 것은 아닙니다. "우...
    Date2023.04.11 By관리자 Views56
    Read More
  5. 박새와 무등

    허리통증과 호르몬 작용에 관한 소고 몸과 마음은 독립된 개체인가 아니면 몸은 마음은 분리불가한 합일체인가 이도저도 아니면 불가근불가원의 관계체인가? 허리가 말썽이다. 지난 12월에 아프기 시작한 허리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잔잔한 또는 격한 통증이 번...
    Date2023.03.09 By관리자 Views53
    Read More
  6. 계룡에서 자유를 생각하다

    장엄한 계룡의 겨울은 눈발을 날리다 햇살을 비추다 변화무쌍하다. 정월 보름으로 가는 낮달이 하늘에서 빛난다. 높은 하늘, 계룡의 산세보다 유려한 곡선으로 낮달 주변을 선회하는 독수리는 찰나의 순간만 허락하였다. 그 사이 고개를 들지 않았다면 이런 상...
    Date2023.02.08 By관리자 Views45
    Read More
  7. 한양도성을 걸으며

    한양도성을 계절별로 걸어보자고 말하였다. 입에서 발화(發話)한 소리가 공허하지 않으려면 두 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12월은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았다. 눈길을 걸으며 생각한다. 나는 누구고 내가 있음은 무얼 의미하는가? 이내 고개를 흔들며 다시 생각한...
    Date2023.01.05 By관리자 Views72
    Read More
  8. 이심전심의 화룡점정

    손기정평화마라톤대회 배번과 같이 온 가이드북을 보고 깜짝 놀랐다. 1947년 51회 보스턴 마라톤 감독으로 참가하여 서윤복 우승(세계신기록) 1950년 54회 보스턴 마라톤 감독으로 참가하여 1위 함기용, 2위 송길윤, 3위 최윤칠로 전관왕 석권 우리가 배달의 ...
    Date2022.12.04 By관리자 Views87
    Read More
  9. 공룡능선: 파우스트적 거래

    이는 실로 파우스트적 거래라 부를만하다. 설악은 깊고도 그윽한 가을의 속살을 다 주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요구한 것은 극심한 통증과 온몸을 두들겨 맞은듯한 피곤함이다. 스물여섯인가 일곱인가 되던 해에 설악을 알게 해 준 이를 따라 몇 번 다녔던 시절...
    Date2022.11.02 By관리자 Views147
    Read More
  10. 걷자, 달리 뭐

    아들이 입원한 병실의 한쪽에 54세의 남성이 들어왔다. 같은 또래다. 곁눈으로 슬쩍 훑고 상념에 잠긴다. 건장하고 단단한 몸이다. 왼쪽 발목 아래가 없다. 아직 붕대가 감겨 있는 것으로 보아 사고가 얼마 전이었고 어떤 사정인지 신장내과에 전원 온 것으로...
    Date2022.10.03 By관리자 Views8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