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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국의 걸으며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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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이끼 위 꽃잎

posted May 0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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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설헌의 시를 받은 것은

봄비가 흩날리는 날이었다

담장 기와에 떨어진 살구꽃을 보며

난설헌은 무얼 생각했을까?

 

봄비 (許蘭雪軒)

 

春雨暗西池 춘우암서지

輕寒襲羅幕 경한습라막

愁倚小屛風 수의소병풍

墻頭杏花落 장두행화락

 

서지에 봄비 자욱하고

찬 기운이 비단 장막에 스미네

수심 속에 병풍에 기댔자니

담장 머리에 살구꽃 떨어지네 

(번역: 임휘철)

 

요즈음 마음이 적막하고 쓸쓸하여,

이리저리 발걸음을 옮기는 시간이 잦다.

봄비 내리고 바람이 차가워진 날,

어지러운 심사를 잊고자 산길을 걸었다.

 

noname01.jpg

 

 

이끼 위에 내려앉은

꽃잎을 바라보다,

난설헌의 시가 떠올랐다.

마음이 움직여 그의 시를 빌어와 손보다.

 

黒雲充天空 흑운충천공

春雨飛我心 춘우비아심

慢步走春野 만보주춘야

櫻花落靑苔 앵화락청태

 

검은 구름 하늘 가득하더니

내 마음에 봄비가 흩날리네

느린 걸음 봄들판 향해가니

푸른이끼 위로 벚꽃잎 지네

김영국.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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