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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진의 홀로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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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차즈께 - 숙취에 대낮에 눈 부은 채로 일어날 때

posted Sep 0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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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갔다 왔다. 그러다가 조금 있다가 일본으로 갔다.

 

일본에서 들은 말.

 

일본은 나이 든 사람도 존중하고 기업에서도 젊은 사람도 똑같이 평등하게 대하며, 경력만 있다면 고용한다. 그래서 나이 든 사람 취업이 쉬운 편이라고 들었다. 그리고 중소기업이나 거래처 사람들을 하대하거나 무례하게 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한국은 공공기관만 봐도 그렇다. 지원대상자나 거래처를 하대하는 듯 한 느낌 뉘앙스로 대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 대기업도 그렇다. 내가 그랬구나. 쩝

 

그리고 나이가 들고 경력이 있으면 불편해해서 고용이 쉽지 않다. 한국이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 아직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은 사실 젊은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이 든 사람을 위해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건가? 나 정도의 훌륭한 경력자도 아직 한국에서 놀고 있다. 백수니까.

 

어쨌든 백수니까 시간 있고 기회 있고 비즈니스 빙자해서 일본에 갈 일이 생겼다.

 

일본은 가깝지만 멀다. 아니 불가능하다고나 할까. 왜냐면 일본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사람에게 해당한다. 왜냐면 비자 문제이다.

 

물론 최근 단체관광으로는 가능하다. 자유여행은 불가하다. 일본에서 지인이나 법인이 초청을 해야 한다. 지인 초청은 가족관계 등을 밝히거나 장례식 결혼식 병문안 등 이유를 밝혀야 한다.

 

일본에서 초청을 하고 싶어도 일본 당국에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온라인으로 신청을 하고, 패스워드를 받는 다. 그러면 패스워드를 가지고 한국에서 비자 신청을 한다.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데 2주 정도 걸린다. 과정도 복잡하다.

 

비자 받으면 한국에서 16만 원 상당의 PCR검사를 한다. 물론 난 6만 5천 원에 하는 곳에서 받았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올 때 20만 원 상당의 PCR검사를 해야 한다. 물론 난 5만 원 상당의 가격으로 하는 곳으로 찾아갔다. 인터넷으로 헤매며 예약하고 또 온라인으로 일본말로 된 등록서를 기입하고 찾아간다. 이것도 일이다. 시부야로 가서 검사를 받았다. 우리처럼 코에 펜싱처럼 찌르는 게 아니다. 일본은 작은 통 안에 침을 뱉는다. 그럼 끝. 이게 뭐야!!! 사람들 옆에 있는 데 마스크 벗고 침을 뱉으라니..

 

어... 일본 출발 준비만 벌써 한 장이다 간다. 자세한 과정까지 적으려면 두 세장 필요하다.

 

예전에는 한일 양국이 무비자로 왕래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짧은 단기 체류는 언제나 편하게 갔다 왔다. 그리고 비행기 시간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굉장히 많아서 편하게 갔다 올 수 있었다. 그래서 농담으로 라멘이 먹고 싶으면 아침에 갔다가 저녁에 올 수도 있다.

 

일본 분이 자동차도 그렇고 IT도 그렇고 이제 모든 게 한국이 추월했다고 느껴진다고 했다. 활기가 없다고나 할까. 코로나도 그렇고 말이다. 주식도 그렇다. 내가 산 미국 주식은 지금 올라가는 데, 일본 주식은 반 토막이다.

 

그러나 부자가 망해도 3대가 간다고 했다. 게다가 일본은 한때 세계 경제 2위였다. 여전히 G7 국가이다. 여러모로 배울 만하다. 그런데 먹는 게 이제 한국이 너무 비싸다. 일본 카페에서 아침에 갓 구운 파이와 커피를 마셔도 5천 원 정도다. 한국은 만 원 정도 된다.

 

한일관계가 어서 회복됐으면 좋겠다. 물론 한일 역사 관계나 국내 친일파를 가장한 기득권 세력들의 문제, 방사능에 오염된 물을 바다에 버리는 일 등 등은 정확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많다. 일례로 독립군 잡아들이던 한국계 일본 순사가 해방되고 나서 독립군을 빨갱이라고 잡아넣으며 기득권은 여전히 유지됐으니까.

 

자유롭게 왕래를 하고 무역을 하고 거래를 해야 그나마 각자의 경제에 작은 활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제 일본 출장도 끝으로 다시 일해야 한다. 의뢰가 들어왔으니 열심히 해야지.

 

이번 달 홀로요리는 뭐로 할까? 일본 갔다 왔다고 어묵 탕을 해야 할까? 근데 지금도 더워서 뜨끈한 탕은 어울리지 않는다. 게다가 예전에 무국을 소개할 때 살짝 어묵 탕을 언급해서 조금 어울리지 않았다. 가기 전에 먹었던 꽁치 통조림 김치찜은 조금 어울리지 않고, 이것도 비슷하게 했다.

 

그런데 일본 하면 뭘 먹을까?

 

스시? 참치덮밥? 스시? 소바정식? 세숫대야 우동? 튀김덮밥? 데판야끼(철판요리)? 유럽식 레스토랑? 일본 생맥주와 문어숙회?

 

아니다. 꼭 먹어야 하는 게 있다. 물론 위의 나열된 것은 이번에 다 먹었다. 꼭 먹어야 하는 게 무엇인가? 바로 오차즈케이다. 아침에 먹는 누룽지 같은 거다. 이것은 내가 비슷하게 올려놓은 것도 있다. 일본식 간단한 아침밥, 해장 음식을 소개해 보겠다.

 

오차즈케IMG_5758.jpg

일본에서 사 먹은 오차즈케

 

오차즈케는 녹차에 밥 말아먹는 거다. 거기에 예전 밥을 비벼 먹는 양념가루를 얹으면 끝난다.

 

근데 티백 녹차를 먹으면 좀 느끼할 수 있기 때문에 짭조름한 양념가루가 필수이다. 후라가께라고 한다. 일본에 녹차를 파는 곳에 가면 오차즈케를 판다. 진한 말차가루를 넣어서 진득하게 만든다. 그리고 누룽지처럼 만든 삼각 김밥을 넣는다. 그 위로 짭조름한 후라가께를 뿌린다.

 

여러분이 술을 먹고 간단히 아침밥을 집에서 해 드시기 바란다. 오차즈케는 밥 위에 명란이나 생선을 올리기도 하는 데, 이 밥은 숙취에 부운 눈을 겨우 떠서 먹는 게 일품임을 밝힌다. 그래서 간단한 게 좋다.

 

1. 말차가루가 없으니까 녹차 티백을 따뜻한 물에 풀어놓는다.

2. 밥을 적당히 넣는다.

3. 후라가께를 뿌린다. 없으면 김가루하고 깨하고 가다랑어포(가쓰오부시)를 넣는다.

4. 그리고 밥 위에 다구앙(노란무)이나 오매부시(매실장아찌)를 올려놓는다. 없으면 난 마늘장아찌를 올려놓는 것도 일품이다.

5. 간단히 후루룩 마시며 먹는다.

 

글을 마치는 순간 어디선가 소리가 들렸다.

물론 환청이겠지. 탈핵 seventh star 작가님의 환청이 들렸다.

“그건 방사능 오염된 거 아냐?”

“일본말 너무 많이 쓰는 거 아니에요?”

그런가? 고메나사이.

현우진-프로필이미지.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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