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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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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짠한, 그런 날엔: BonBon - A Swedish Candy Co.

posted Nov 0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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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_Untitled_Artwork (4).jpg

Sue Cho, "Swedish Candy Co.", 2023, Sept. Digital Painting

 

 

오늘은 문득 딸 생각이 난다.

 

며칠 전 딸이 뭇국이 먹고 싶다고 어떻게 끓이는지 물어보는데… 마음이 짠하다. 전화를 해보니 무만 사다 놓고 바빠서 주말에 끓인다고 한다.

 

내가 왜 미국으로 이민을 왔던고 하고 후회되는 날들이 있다. 가족들이 다 흩어져 살아서 곁에서 뭇국 하나 끓여 줄 수 없는 오늘 같은 날이다.

 

산책하러 공원에 가는 대신 오늘은 나도 모르게 로어 이스트 사이드(Lower East Side, 130 Allen St.)에 있는 스웨디시 캔디샵 BonBon(봉봉)으로 발길이 향한다. https://bonbonnyc.com/

 

뉴욕_20230818_175133.jpg

 

지난여름 시카고에 가기 전, 딸에게 "뉴욕에서 뭘 사다 줄까?" 하니, 봉봉 캔디점에서 "sweet and sour gummy"를 사다 달라고 해서 의외였다. Ess-a- Bagel 한 다즌을 주문할 줄 알았는데 … 내가 결코 가볼 일이 없을 것 같은 스웨디시 캔디 가게 BonBon에 버스를 타고 갔었다. 밖에서 보아도 알록달록 예쁘게 장식하여 눈에 띄었다. Tenement Museum에서도 멀지 않았다.

 

딸이 주문한 달콤새콤한 캔디를 쉽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웬걸, 초콜릿, 리코리스, 아이스크림 섹션 다음으로 "달콤 새콤한 캔디" 섹션에 수십 가지가 진열되었다. 단것을 즐기지 않는 나는 무얼 고를지 압도되었다. 분홍색 종이봉투에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골라서 섞어 담을 수가 있었다. 물고기 모양, 콜라 모양, 신발 모양, 심지어 이빨과 잇몸 모양까지… 조금씩 담아도 한이 없었다. 마침 가게에는 손님이 나 혼자여서 어여쁜 스웨디시 점원이 도와주었다. 제일 인기 있는 달콤새콤한 거미(gummy)가 무어냐 물어보니 Pinky skull(분홍색 해골)이라고 한다. 하필 해골이라니… 유리병에 특별히 담겨 있었다. 새콤하고 질감도 부드럽고 맛있었다. 그 옆에 병에는 여기서 제일 신맛이 나는 캔디라고 하나 꺼내 주었다. 얼굴에 신맛이 가득 진저리를 치는 점원의 표정이 재미있었다. 나한테는 견딜만했는데 너무 질겨 씹기가 쉽지 않았다. 분홍색 해골을 종이봉투에 수북이 담아 딸의 생일선물로 가져다주었다. 토요일에만 먹으라고 당부하면서.

 

여기 있는 캔디들은 다 스웨덴에서 수입된 것이라고 한다. 스웨덴 사람들이 캔디 소비국 일위라는 것이 놀랍다. 매년 일 인당 평균 16 kg을 소비한다고 한다. 아이들은 주중에는 캔디를 먹을 수 없고 토요일에 Pick and Mix 코너에서 캔디를 사서 마음대로 먹는다고 한다. 스웨덴에서는 1950년대부터 아이들의 치아 건강을 위해 일주일에 한 번 사탕을 먹는 것을 의료당국이 권장했는데 그때부터 Lördagsgodis(Saturday candy) 전통이 계속된다고 한다.

 

뉴욕_20231101_233717.jpg

My favorites: Pinky skull과 Sorbisar

 

 

오늘은 딸 생각도 나고, 핼러윈도 가까워지니 Pinky skull도 살 겸, 천천히 걸어서 봉봉에 갔다. 10시에 문을 연다고 하는데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집으로 가려던 참에 가게 앞에 기다리는 사람에게 물으니, 여기 점원, Sophie인데 매니저가 오기를 기다린다고 한다. 마치 나에게 캔디 가게를 설명해 주려 거기 있는 거처럼. 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다고 하는데 눈이 반짝반짝하면서 캔디 이야기를 해준다. 단 것에는 단호하게 "No"를 하는 나에게 침을 꼴깍 삼키게 한다.

 

뉴욕_thumbnail_Screenshot_20231028_022001_Gallery - Copy.jpg

친절하고 열정적인 Sophie, 제일 좋아한다는 Sour shrimp candy 옆에서

 

 

매니저가 나오지 못하는지, 록 박스에서 열쇠를 찾아, 바닥에 있는 열쇠 구멍에 넣어 힘겹게 실랑이하면서 문을 열었다. 셔터를 열고 바쁘게 왔다 갔다 한다. 마침내 문밖에 스웨덴 국기를 꽂고, 음악을 틀고 가게 열 준비가 마무리되었다. 기특하다.

 

Sophie가 이야기 해준 캔디 중에 몇 가지를 먹어보았다. 대개는 맛이 이상해서 뱉어버린다는 물고기 리코리스를 도전의식이 발동해 먹어보았다. 뱉을 정도는 아니지만, 누가 이런 맛을 찾을까 의아했다. 나도 시험 삼아 다른 사람에게 먹여보려고 봉투에 두어 마리 담았다.

 

지난번에 먹어보곤 가끔 생각이 났던 분홍색 해골은 핼러윈 즈임이어서 그런지 동이 나고 없었다. 대신 소피가 색다르다고 추천한 Sorbisar를 먹어 보았다. 25센트 동전 크기만 한데, 반은, 리코리스(감초)고 반은 새콤한 라즈베리 향의 gummy에 설탕 가루가 듬뿍 뿌려져 있다. 엄지와 검지에 쥐고 조금씩 뜯어먹으면, 하얗게 뿌려진 설탕이 녹으면서 초콜릿 색과 라즈베리 색이 반반으로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예술이다. 나한테는 좀 딱딱해서 씹기 어려운 게 흠이지만 재밌어어, Sorbisar를 봉투에 담았다.

 

이렇게 봉봉에서 캔디의 쓴맛, 단맛, 신맛, 괴상한 맛을 경험하다 보니 나의 짠한 마음들이 어느덧 녹아내리는 것 같다.

 

맨해튼에서 오래 캔디 샵을 하시던 분이 캔디의 소비자가 애들일 것 같은데 의외로 어른들이 많다고 한다. 어렸을 때 먹어왔던 캔디들을 잊지 못하고 매일 그 캔디를 사러 온다고 한다. Twizzlers(트위즐러), 고무줄처럼 질긴 게 무슨 맛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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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Cho, "Gumball in the Jar", 2023, Sept. Digital Painting

 

 

나에게는 이런 추억의 캔디가 무얼까?

 

깡통에 든 미제 참스사탕이다. 빨간, 자주, 초록, 오렌지의 순으로 먹고 하양, 노랑만이 남아 깡통에 딸그락거리던 참스 사탕. 미국 와서 친구 기숙사에서 참스 깡통을 보고 어찌나 반가웠는지, 몇 번 사 먹은 기억이 난다. 아직도 아마존에서 이 캔디를 살 수 있다. Charms Sour Balls 12 oz 깡통에 Cherry, Raspberry, Lime, Orange, Lemon, Grape 맛이 65개 들어있다고.

 

Sorbisar를 먹으면서 이 글을 마무리한다. 우리네 삶을 닮은 캔디이다. 반은 씁쓸하고 반은 새콤한( bittersweet).

 

뉴욕_Untitled_Artwork (5).jpg

Sue Cho, "Gumball Machine – center of attraction", 2023, Sept. Digital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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