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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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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더슨빌, 시카고 - “Little Sweden of Chicago”

posted Dec 0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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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ersonville, Chicago(앤더슨빌, 시카고)

“Little Sweden of Chicago”

 

andersonville final suecho.jpg

Sue Cho, “Plein Air Painting of Andersonville, Chicago”, 2022, Dec. Digital Painting

 

작년 여름 뉴욕서 시카고까지 느림보 여행기에 정작 시카고에 관해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다. 그때는 길에서 늑장 부리다보니, 시카고에선 시간이 별로 없었다. 미국의 도시들을 다녀보아도 시카고 다운타운처럼 깨끗하고 도시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곳은 드문 것 같다. 오늘은 2021년 Time Out이 선정한 “세계에서 Cool한 동네” 2위로 뽑힌 시카고 북쪽에 위치한 조그마한 마을 앤더슨빌(Andersonville) 이야기를 할까 한다.

 

Swedish museum.jpg

 

앤더슨빌 마을 어귀에는 스웨덴을 상징한 목마가 있다. 한쪽에는 스웨덴의 마을과 다른 쪽에는 시카고 다운타운 풍경이 그려져 있다. 바닥에는 1855년 이 마을이 유래했다는 문장이 새겨져 있다. 큰길 Clark Street를 따라서는 흥미로운 상가들이 쭉 펼쳐져 있다. 체인 스토어가 아닌 이곳에만 있는 유니크한 가게들, 커피숍 , 가구점, 골통품점, 책방, 음식점들이 이어져있다.

 

Swedish American Museum

 

스웨덴 국가 마크가 그려진 마을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워터 타워가 보인다. 19세기에 스웨덴 이민자들이 이곳에 모여 살았고 Swedish American Museum에는 그들의 이민 역사의 유산들을 보존하고 있다. IKEA로 친숙한 디자인의 나라 스웨덴의 미니멀하고 미끈한 물건이 아니라, 아래층 선물 코너에 Pippi Longstocking (삐삐 롱스타킹) 인형이나, 민속품, 카드 등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안성맞춤이다.

 

Women and Children Fir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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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 건너편에 길가에는 “Women and Children First”라는 책방이 눈에 띈다. “여성과 아이들 먼저”라는 말부터 심상치 않다. 배가 난파할 때 여성과 아이부터 구한다는 유래에서 온 말일 텐데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사람들, 목소리가 없는 사람들을 의미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성이나 아이들에 관한 책들도 많지만, 아메리칸 인디언에 관한 책들도 쇼윈도에 진열되었다. 학생들이 페인트칠해 만든 북마크도 눈에 띄고 LGBTQ+ (성소수자)의 모임의 안내도 벽에 그려져 있다.

 

Lost Larson Bak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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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t Larson은 딸이 좋아하는 제과점이다. Tebirkes는 속에 아몬드 크림과 까만 파피시드( poppy seed)가 위에 뿌려진 덴마크 크루아상이다. Ham and Cheese Croissant과 알록달록한 스웨덴 전통 케이크, Princess Cake도 추천해 주었다.

 

Kathy Osterman Beach, Forster Beach, Montrose Beach

 

시카고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바다 같은 미시간 호수다. 미국 중서부 도시가 그렇듯 어디를 가나 평평해 산은 없지만 쉽게 호수를 접근할 수 있다. 앤더스빌에서 동쪽으로 가면 Lake Shore Drive가 시작된다. 날씨가 좋을 때는 사람들이 자전거로 다운타운까지 출퇴근하기도 한다. 남쪽 시카고 대학 (University of Chicago)이 있는 하이드 파크 (Hyde Park)까지도 자전거 길이 쭉 이어진다. 시원하고 상큼한 호수 바람을 느끼면서 출퇴근하는 이들은 이 맛에 일터에 가지 않을까 싶다.

 

rainbow beacon.jpg

 

Kathy Osterman Beach는 레인보우 색 비컨이 말해주듯 “gay beach”라고도 불린다. 4월에 추운데 물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남쪽으로 Foster Beach와 Montross Beach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Montrose Beach가 아름다웠다. 여기서 다운타운이 아늑하게 들어오는 게 좋다. 아주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그런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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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낙네가 꽃삽을 들고 쭈그리고 앉아 나물을 정신없이 캐고 있는데 보니 쑥이었다. 한국 사람인 것 같아 말을 걸었다. 가득 담은 쑥 봉다리에서 한 줌을 꺼내 다듬어, 동그랗게 부케처럼 만들었다. 나에게 주려 하나 했는데 웬걸 도로 쑥 집어넣는 것이었다. 은근히 배신감이 느껴지는 건, 내가 한참 이상한 건가?

 

Tre Kronor

 

tre krono collage.jpg

 

Tre Kronor는 앤더스 빌에서는 서쪽으로 2마일가량 떨어져 있다. 이곳은 가족과 친지들과 함께 브런치를 하곤 했던 추억의 장소이다. 이번 추수감사절 연휴에 시카고에 방문했을 때 들렸다. 으레 이곳에 오면 “Swedish Pancake with Lingonberry Sauce”와 과일을 곁들인 Salmon Quiche를 주문했다. 스웨디시 팬케익은 달걀과 버터가 많이 들어가서 그런지 식감이 쫀득하고 찰지다. 이걸 먹을 땐, 설탕과 버터도 괘념치 않는다. 크리스마스 캐럴을 들으면서 가족들과 함께 나누는 식사는 아늑하고 편안하다. 덴마크 사람들이 말하는 “Hygge”( 휘게)가 바로 이런 소박한 기쁨의 순간들이 아닐까 싶다. 비행기 시간이 여유가 있어 옆에 있는 Swedish Gift Shop에서 크리스마스카드와 선물을 사고 건너편 North Park University를 구경했다. 이곳에서 본 예수상 “Learn of Me” 가 인상적이다. 조각가 Egon Weiner의 작품인데 이 대학의 배너에 소개된 문구 “Chicago’s best value in Christian Education”과도 어울리는 것 같다. 마른풀과 짙붉은 벽돌 건물이 자아내는 분위기도 스웨덴 느낌이 난다.

 

north park  univ.jpg

 

앤더슨빌을 둘러보면서 이렇게 자그마한 시카고 북쪽 동네가 어떻게 세계에서 쿨한 곳으로 선정되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스웨덴 이민자들이 시작한 이곳을 세월이 지나도 그들의 유산을 존중해주고 보존해서 유니크한 스웨덴풍의 마을을 간직하고 있다. 상가 안쪽에 걸어가면 100년의 세월도 넘긴 주택가 건물이 나온다. 단독주택도 있고 삼 세대, 여섯 세대 주택들이 보인다. 다운타운의 하이라이즈보다는 꽃과 채소를 키울 수 있는 조그만 마당도 있고, 걸어서 마을에 나가 밥도 먹고 장도 보고, 그리고 비치까지 걸어 나갈 수 있는 서버브와 시티의 좋은 절충 같다. 이곳에 있으면 다양한 것들이 함께 어우러짐이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하나밖에 없는 작은 가게들이 커다란 체인에 삼켜 먹히지 않고 특이하고 예술적 힘으로 번성하고 있다. 힘없는 소수들에게 목소리를 실어주고, 다른 것을 포용하는 느낌이 이 마을을 걸으면서 느껴졌다. 겉으로만 표명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그랬으면 좋겠다.

 

montros harbor.jpg

Sue Cho, “Chicago Skyline from Montrose Beach ”, 2022, Dec. Digital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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