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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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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41 -​​​​​​​ 새소리가 들리나요?

posted Jul 0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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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41 - 새소리가 들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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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Cho, “Birds of Paradise”, 2021, Digital Painting

 

 

내가 즐겨 보는 그림 동화책을 오랜만에 꺼내 보았다. 삶을 잘못 산 것 같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기분이 가라앉을 때, 이 그림책을  들추어 보면서 위로가 되는 처방전을 찾곤 한다. 그간 이 책에서 말해 주는 것들을 하나씩 시도해 보았는데 페이지를 넘기다가 아직도 해보지 않은 ‘Bird-watch’를 보고 “과연 완벽한 정신건강 매뉴얼이야!”라고 감탄을 한다.

http://www.nyculturebeat.com/index.php?mid=NYStory2&category=3963997&page=2&document_srl=3674785 (이 책 소개에 대한 필자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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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르는 나’는 새를 좋아하나 보다

 

내가 새를 좋아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더군다나 버드 워칭은. 그렇다고 새를 특별히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주변에는 새 그림이 있는 스카프조차 못 견뎌 하는 사람도 있다. 언젠가 내가 핫 플래시(Hot Flash)때문에 새 무늬가 가득한 스카프를 풀었다 매었다 했더니 이 친구는 참다못해 “스카프를 제발 가만 놔둘 수 없느냐?”고 호소한 적이 있다.

‘내가 모르는 나’는 새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새 무늬가 있는 옷이나 물건도 은근히 많고, 새들이 종종 내 글에 등장하는 걸 보면. 그리고 Ringwood Manor에 갈 때마다 거기 호수에 사는 백조가 마음 쓰이는 걸 보면. 지난 가을 한 쌍이었던 백조가 올봄에는 쓸쓸히 혼자 있었다. 백조 한 마리를 사서 연못에 풀어놓을까(센트럴 파크에 나타난 원앙처럼) 아니면 백조 기금을 기부할까 생각을 해 보았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백조는 쌍으로 파는데 한 쌍에 700불에서 2500 불이나 하는 것을 알고 “아 오리 한 마리 값이 아니구나. 지금 있는 백조가 암컷인지 수컷인지도 모르는데…” 하고 엉뚱한 상상의 나래를 펴다 슬슬 꽁지를 내렸다.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의 두 번째 랑데뷰

 

남편은 딸이 선물해 준 망원경을 가지고 무엇을 볼까 궁리하다, 지난 가을 나무를 관찰하는데 재미를 본 이후, 버드 워칭에 관심을 가졌다. 도구를 쓰는 것에 젬병인 나는, 안경도 걸리적거리는 마당에 망원경을 통해 무얼 본다는 것이 영 구미에 당기질 않았다. 남편이 등록해 놓고 들어가지 못한 ‘초보자를 위한 새(bird) 사진 찍기’ 클래스를 아까워서 대신 들었다. 아름다운 새 사진들이 그린우드 호수(Greenwood Lake)에서 멀지 않은 새 보호구역(Bird Sanctuary)에서 찍은 것을 알고 마음이 동했다. 지난 가을 나는 낙엽을 줍고 남편은 망원경으로 나무를 관찰하며 앱을 찾아 식물의 세계를 탐구한 이래 다시 의기를 투합하여 화성남자와 금성여자의 두 번째 어드벤쳐, 버드 워칭이 시작되었다. 내가 새를 찾아 위치를 가리키면 남편은 망원경에 전화기를 부착해 클로즈업한 새 사진을 찍었다. 나는 새는 잘 찾는 대신 망원경으로 보면 그 새가 온데간데없고 남편은 망원경으로 잘 포착을 하는데 촛점 맞추느라 오래 걸려 새들이 날아가 버렸다. 찍새와 딱새처럼 시행착오를 하면서 각자의 장기를 살려 버드 워칭의 이인삼각을 한 걸음씩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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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21, Liberty Loop Trail: Great Blue Heron , Red-winged Blackbird, Common Gallinule (시계방향으로)

 

 

뉴욕주 오렌지카운티에 위치한 Liberty Loop Trail은 야생동물 보호구역(Wildlife refuge in Pine Island)으로 애팔래치안 트레일(Appalachian Trail)과도 만난다. 호수 주변에 핀 노란 야생화가 수풀과  늪지대를 상큼하게 해준다. 3마일 되는 트레일을 한 바퀴 도는 동안 나에게는 마치 갈라파고스 아일랜드(Galapagos Islands)처럼 느껴졌다. 여태 보지 못한 희귀한 새 종들과 옛날 옛적에 살았음 직한 거북이를 보았다. 굳이 열심히 찾지 않아도, 새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레이트 불루 헤론은 너무 무서운 새다. 목각 장식품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 가만히 있다 먹잇감이 나타나면 상상할 수 없이 빠른 속도로 갈퀴를 휘둘러 먹이를 낚아챈다. 제비처럼 바지런해서 잽싸게 날아가는 새들은 사진에 포착하기 힘들고 몸도 스트림 라인이 되어 군살이라곤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제비족이란 말이 나왔나 보다. 아메리칸 로빈처럼 땅 위를 주로 뛰어다니다 나지막한 나뭇가지 위에 머무는 새들이 역시 오동통하다.

 

 

The Audubon Mural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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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shington Heights 와 Hamilton Heights 동네에 설치된 멸종 위기 새들 벽화

 

 

이렇게 가볍게 시작한 우리의 버드 워칭은,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건강한 생태계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새의 종이 지구에서 점점 사라진다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되었다. 오듀본 소사이어티(Audubon Society)의 “SurvivalByDegrees"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북미주에 거주하는 새들의 반수 이상인 389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매년 6월 5일을 세계 환경의 날로 지키는데, 유엔 (UN)도 올해부터 10년 동안 “생태계의 복원”(Ecosystem Restoration)을 선포하고 기후변화와 멸종위기에 있는 생물이 사라지지 않도록 힘쓰고 있다.

National Audubon Society가 Gitler & Gallery와 함께 멸종 위기에 처한 새들을 벽화로 알리는 오듀본 벽화 프로젝트 (Audubon Mural Project)를 진행하고 있다. 로칼 아티스트와 협력해 지금 현재 129종 멸종 위기 새들이 그려진 90개의 벽화가 완성되었는데 앞으로도 계속 진행 중이다. 맨해튼 북쪽  워싱턴 하이츠(Washington Heights)와 해밀턴 하이츠(Hamilton Heights) 동네에 브로드웨이(Broadway)를 중심으로 벽화가 있는데, https://www.audubon.org/amp에 가면 벽화 사진과 지도를 볼 수 있다.

전에 버스를 타고 오가면서, 퍼블릭 아트가 빈약한 이 동네에 문이나 벽, 그리고 롤링 셔터(Rolling shutter) 등에 유독 새 그림이 많이 있을까 의문을 가졌었는데 이제야 수수께끼가 풀렸다. 조류 화가인 존 제임스 오듀본(John James Audubon)이 한 때 이 동네에 살았고 그의 묘지도 이 동네 Trinity Church Cemetery(155th&Broadway)에 있다.

 

 

등잔 밑이 어둡다

 

우리의 버드 워칭은 뉴욕주 오렌지 카운티에서 시작했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고 뉴욕시, 특히 센트럴 파크는 북미주에서 버드 워쳐(Bird Watcher)들이 몰려드는 곳이라고 한다. 대서양을 따라 이동(the Atlantic Flyway)하는 철새들의 쉼터가 되고 있고, 매년 볼 수 있는 새들이 210종이 넘는다고 한다. 봄가을뿐 아니라 Hallett Nature Sanctuary, Ramble, North Woods는 센트럴 파크에서 사계절 새를 많이 볼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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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6/21 Van Cortlandt Park : 꽁지와 가슴이 노랗고 옆에 빨간 무늬가 있는 Cedar waxwing, Red-winged Blackbird, 호숫가 후미진 곳에 쉬고 있는 백조 가족들, 가슴이 붉은 American Robin (시계방향으로)

 

 

마침 뉴욕시 오듀본(New York City Audubon )이 주관하는 무료 버드 워칭 투어가 브롱스의 밴 코틀랜드 파크(Van Cortlandt Park)에서 있었다. 이른 아침이어서 좀 늦게 도착했더니 이미 가이드와 일행이 떠났다. 이른 아침이나 저녁 해 질 무렵이 새들이 활발하게 움직여 버드 워칭하기 좋은 시간이라고 한다. 우리끼리 새들이 많이 있을 법한  호숫가 주변 트레일을 걸었다. 평화로운 숲속에서 새소리를 듣고 바람결에 실린 꽃향기를 맡으며 하이킹하는 자체로만도 좋았다. 중간에 만난 커다란 돌이 쉬었다 가라고 거기 있는 것 같았다. 한동안 머물러 있으니 Red-winged Blackbird가 날아와 가지에 한참이나 앉아 있다. 오동통한 걸 보면 여기 서식지가 좋은가 보다. 새를 보려면 참을성도 있어야 하고 또 운도 따라야 한다. 우리가 놓친 그룹을 투어 끝날 무렵 만나 잠깐 합류했는데, 13종의 새들을 보았다고 한다.  가이드는 새들이 오는 장소를 알고 있어 때로는 새소리를 틀어 새들을 불러내기도 한다. 가이드가 알려주어서 바위 밑에 내려가 웅크리고 자고 있는 백조들을 보았는데, 나중에 버드 워칭 101을 읽어보니 트레일에 벗어나 너무 가까이 새들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가르침이 있었다. 이미 도시에 사는 새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데 이들을 배려하라고 한다.

아직은 몇 마리 되지 않지만, 새의 울음소리, 실루엣, 부리 모양, 무늬, 그리고 땅에서 움직이는지, 나뭇가지에 있는지…. 그들의 행동들을 조금씩 알기 시작했다. 흥미가 모락모락 일어난다. 버드 워칭을 좋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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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Cho, “Just Two of Us”, 2021, Digital Painting

 

 

PS. 존 제임스 오듀본(John James Audubon, 1785-1851)은 미국의 조류학자, 화가로 북미를 다니면서 직접 새를 관찰하고 분류하고 수채화로 실물 크기의 새 그림을 그렸다. 이를 인쇄하여 ‘The Bird of America’(1827-1838) 책을 출판하였다. 1820년대 말에 이미 오듀본은 야생이 사라지고 새 종도 없어진다는 것을 감지하였다. 자연환경 보존에 대한 후대의 영향력으로 그의 이름을 따서 Audubon Society가 주별로 먼저 형성이 되고, 1905년 National Audubon Society(전국 오듀본 소사이어티)를 창립하였다. 멸종 위기에 있는 조류와 서식지 보존에 전념하고 있다. New York Historical Society의 Birds of America gallery에는 ‘The Bird of America’ 원본 수채화 작품 435점을 소장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Audubon’(2017)에 그의 생애와 ‘The Bird of America’ 그림을 그리고 출판하기까지의 역경과 여정이 잘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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