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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베카의 머리아픈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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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일본 나라, 헤이조쿄 터 - 원래 모습을 상상하게 하는 유적

posted Sep 1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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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일본 나라, 헤이조쿄 터

- 원래 모습을 상상하게 하는 유적

 

헤이조쿄 터. 역사를 좋아하거나 일어일문학과 등 일본과 관련된 학과를 졸업한 게 아니라면 많이들 알지 못하는 장소. 그러나 내가 이 장소를 안 것은 그렇게 학문적인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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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좋아했던 일본 연예인이 있었다. 그가 나라 출신이기도 했고 워낙 본인 고향을 좋아하는지라 나라로 촬영을 갈 때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평소 좋아하는 장소로 헤이조쿄 터를 이야기하고 꼭 방문했었다. 그래서 나도 자연스럽게 이곳을 알게 됐고 그때부터 언젠가 한 번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나라 여행을 계획하면 동대사, 나라공원 등 유명한 곳을 먼저 가게 되기도 하고, 중심가도 아닌 뭐가 참 없는 헤이조쿄 터에 가자고 하는 것은 일행들에게 참 미안한 일이었다.

 

그런데 지난 8월 초, 나는 어쩌다 보니 오사카에 혼자 있게 되었고 '바로 지금이 내가 헤이조쿄 터를 갈 수 있는 기회다!'라는 생각에 나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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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조쿄는 710년 일본의 수도가 지금의 나라 지역으로 옮겨오면서 만들어진 도시다. 비록 헤이안쿄(지금의 교토)로 옮기기 전까지 약 70년 정도만 수도였다지만 어쨌든 한때 일본의 정치와 문화가 집중되었던 곳! 하지만 지금 이곳에는 넓은 궁 터에 몇몇 건물들만 복원되어 있다. 그렇기에 헤이조쿄 터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생각보다 넓은 빈 공간이다. 궁궐이 있었던 자리에는 건물의 흔적과 기단 등이 남아있고 그 위에 일부 건물을 복원해 놓았다.

 

헤이안쿄로 수도를 옮긴 후 헤이조쿄는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농경지가 되었다. 그러던 중 19세기 중반 헤이조쿄의 위치에 대한 연구가 있었고, 1900년 발굴조사를 통해 확인된 건물의 위치와 규모, 문헌을 바탕으로 고대 건축에 대한 연구를 더해 현대의 기술로 헤이조쿄를 다시 만들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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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복원된 건축물은 주작문이다. 주작문은 1998년에 복원됐고, 궁궐의 중심부였을 제1차 대극전은 2010년에 복원됐다. 이후 대극문, 대극전원, 동루 등을 계속해서 복원하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이렇게 현대에 복원된 건물들이 멋이 없다? 참 감흥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헤이조쿄 터를 한참 걷다 보니 문득 1년 전 방문했던 경주 감은사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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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여름, 경주 감은사지에 방문했을 때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감은사 역시 지금은 절의 모습은 전혀 없고 동·서 삼층석탑만이 지금까지 남아있고 건물터와 기단 등이 감은사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 공간이 주는 아쉬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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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때에는 남아있는 유적을 보는 경험보다는 남아있지 않은 것을 상상하는 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바닥에 남아있던 금당터! 문무왕은 죽은 뒤 동해의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고 했고, 신문왕은 아버지가 감은사에 드나들 수 있도록 금당 아래에 특별한 공간을 만들었다. 예전에 다큐멘터리인가 어떤 영상에서 이 이야기를 봤던 기억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터를 보자마자 대왕암에서 용이 드나들었을 길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던 차에 나를 도운 것은 헤이조쿄 터의 복원사업 정보관이었다. 헤이조쿄 터를 어떻게 복원하고 있는지 발굴조사와 문헌, 연구 등을 바탕으로 모형과 자료로 보여주고 있는 공간인데, 이 정보관 덕분에 상상력이 부족한 나도 텅 빈 궁터에서 1300년 전의 모습을 조금 더 상상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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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기저기 유적지를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재건'과 '보존'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예전에는 보존은 남아있는 것을 최대한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래된 돌은 오래된 돌 그대로, 무너진 건물터는 그 흔적 그대로 남겨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헤이조쿄 터를 방문하고 나서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거의 재료와 흔적을 무조건 그대로 남겨두는 것뿐만 아니라 그 유적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의미를 이해하고, 현재의 기술을 이용해 사라진 모습을 다시 보여주는 것 역시 하나의 보존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무엇을 근거로 어떻게, 어디까지 복원할 것인가는 계속 고민해 봐야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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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여행을 계획하면서 교토는 거의 이제 필수 코스이지만, 나라 역시 하루 정도 시간을 내어 둘러볼 만한 곳이 많다. 아까 언급한 동대사, 나라공원뿐만 아니라 카스가타이샤, 나라국립박물관도 꽤 좋은 곳이고, 조금 더 시간이 있다면 헤이조쿄 터를 꼭 추천하고 싶다.

 

다만 한 가지는 꼭 말하고 싶다. 여름은 절대 피할 것.

헤이조쿄 터에서 가장 가까운 역인 킨테츠 야마토사이다이지역에서 헤이조쿄 터는 걸어서 20분이고 헤이조쿄 터 자체도 꽤나 넓다. 그런데 그늘이 없다. 중간중간 건물에서 쉬면 되지 했지만 그래도 정말 너무 덥다. 여러분은 꼭 봄, 가을에 가시길 바란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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