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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현 신부님과 평화바람 사진집 - <지혜는 다정한 영>을 출간

posted Oct 1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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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현 신부님과 평화바람 사진집

<지혜는 다정한 영>을 출간했습니다.

 

무명의 나를 알아봐 준 완두의 편지를 일종의 제안으로 받아들인 후 몇 년이 지났다. 어쩌면 기다림이었다.

 

2022년 3월 봄바람 순례 때 영광부터 광주, 진도, 목포까지 사흘간 함께했고, 2023년 11월 평화바람 20주년이라고 해서 군산시 하제마을 팽팽문화제에 처음 가봤다. 2024년 7월 세종시 국토부 앞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 중단 및 도민결정권 촉구 결의대회'에서 우연히 만난 완두가 웹자보를 보내주었다. 그리하여 7월 22일부터 새만금 해수유통을 위한 생태계 복원 월요 미사에 가기 시작했다. 한 번 가보니 그 먼 부안 해창갯벌까지 누가 갈까, 나라도 가야지 싶었다. 그러던 중 9월에 <일곱째별의 탈핵 순례 사진집>을 만들어 문정현 신부님께 드렸다.

 

"우리도 이런 거 만들어 줘."

"이거 7년 걸렸어요."

"에이, 1년이면 되지."

 

거의 매주 해창갯벌에 가던 10월에 완두가 평화바람 집에 와서 자고 가라고 했다. 남의 집에서 하릴없이 잠을? 어색했지만 초대를 받았으니 응했다. 가는 길에 완두는 새만금 수라갯벌을 보여주었다. 그리곤 새를 쫓아가는 전투기를 사진 찍어달라고 했다. 희한하게도 평화바람 집 대문은 늘 열려있었다. 다음 날 아침, 딸기의 프리타타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밥 함부로 얻어먹지 말라는 신부님 서각이 있다. 맞는 말씀. 그렇게 밥 얻어먹은 나는 밥값을 하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11월 25일에 드디어 끝나는구나 했던 월요 미사가 12월에 전북도청으로 자리를 옮기자마자 다음 날 밤 계엄령이 떨어져, 새만금 생태계 복원과 더불어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내란수괴 혐의 윤석열 퇴진을 외치다가 체포영장 집행 후 2025년 1월 20일에 끝났다.

 

그리고는 3월 말부터 전주 전북지방환경청 앞에서 문정현 신부님과 평화바람의 천막농성이 시작되었다. 봄이 막 움터 오르는 4월 12일 팽나무 앞에서 이날을 기록해 달라던 완두의 말을 기억한다. 주 1~2회씩 네댓 달을 천막에 갔다. 평화바람 활동을 더 자세히 알기 위해 더덕과 오이와 딸기가 설명해 주는 군산미군기지 생태평화 정기답사에도 참여했다.

 

3대째 기독교 모태신앙인 내가 스텔라가 된 건 월요 미사 영향이 없지 않다. 다음 해 견진성사까지 받으며 신부님께 서각 선물을 부탁드렸다. 처음 읽는 천주교 성경에서 눈에 띈 지혜서 1장 6절 말씀 '지혜는 다정한 영'. 까탈스럽기 짝이 없는 서울 토박이인 나도 좀 다정함이 필요해서 받은 그 말씀대로 나는 지혜 있는 자가 되었는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천막에 갈 때마다 환한 미소로 맞아주시는 신부님과 완두와 평화바람 친구들의 다정함이 좋았다.

 

드디어 여름, 완두에게서 전주부터 서울까지 걷는다는 새,사람행진 소식을 들었다. 8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260킬로미터를 매일 걸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국토부 상대 새만금신공항기본계획취소소송 1심 승소. 그렇게 결국 길을 가다 큰일을 냈다.

 

문정현 신부님 사제 서품 59주년을 축하하러 전주로 가던 12월까지도 천막농성은 계속되었다.

 

마침내 2026년 1월 30일 신부님과 완두의 마지막 천막농성일에 전날부터 함께했다. 그리고 3·1 민주구국선언 50주년을 기념하러 신부님을 찾아 해남까지 갔다.

 

다시 봄이 되자 평화바람 대표는 뉴질랜드로 가서 큰뒷부리도요를 환송하고 수라갯벌로 다시 날아와 환영했다. 큰뒷부리도요는 알래스카로 갔다. 수라갯벌은 시작점도 아니고 종착지도 아니다. 하지만 그곳이 없으면 큰뒷부리도요는 먹고 쉬지 못해 여정을 마치지 못하고 심지어 생존도 어렵다. 마찬가지로 평화바람은 누군가의 출발지도 목적지도 아니다. 하지만 사무치게 외로운 겨울밤에 그곳에 가면 아무것도 묻지 않고 풍성한 밥상이 차려졌으며 기름보일러 온도가 높아졌다. 그 집 초록 대문은 닫힌 적이 없다. 바람은 그렇게 드나든다. 평화롭게.

 

평화바람을 만난 지 어느새 만 7년이 되었다. 이 사진집 기획을 평화바람은 달가워하지 않았다. 이유는 지금까지 여러 동지와 함께해왔는데 자신들만 드러나고 싶지 않아서였다.

 

대한민국 다큐멘터리 사진가나 사진기자 중 문정현 신부님 사진 한 장 없는 사람이 없겠지만, 찍기만 하고 보여주지 않는 사진은 사진이 아니라던 평화바람의 사진 35,000여 장 중 150여 장을 추린 이 사진집은 구순에도 여전히 뜨겁게 타오르는 불꽃 문정현 신부님과 고희 무색 반짝반짝 작당 지략가 완두와 뚝딱뚝딱 건축 시공 감독이자 팽팽 사회자 더덕과 은근 유머 평화 인권 영상감독 오이와 평화 요리사이자 탐조 공예작가 딸기와 23년을 함께한 평화바람 친구들에 대한 내 소소한 사랑의 선물이다. 부디 이 우정을 기꺼이 받아주시기 바란다.

 

-작가의 글 중에서-

 

(문정현 신부님과 평화바람 사진집 <지혜는 다정한 영>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문학작가펠로우십 선정 작가 도서입니다. 옥봉생태평화센터 건립 기금 후원에 쓰이고 있습니다.)

옥봉생태평화센터 건립 기금 후원 방법

https://okbongpeace.imweb.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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