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5년 11월 22일 토요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를 폭격해 어린이를 포함해 24명을 살해하고, 87명에게 부상을 입혔습니다. 당시 이스라엘의 폭격을 목격한 팔레스타인인 칼릴은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강력한 폭발'이 있었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밖을 내다보니 연기가 온 동네를 뒤덮고 있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귀를 막고 텐트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도망치라고 소리치기 시작했습니다…다시 봤을 때는 이웃집 위층이 사라진 것을 깨달았습니다. 깨지기 쉬운 휴전일 뿐입니다. 이건 사는 게 아니에요. 안전한 곳은 없습니다."
휴전 없는 휴전
2025년 10월 10일, 하마스와 이스라엘 사이에 휴전이 시작되었습니다. 몇몇 팔레스타인인은 거리에 나와 춤을 추며 전쟁이 멈춘다는 소식에 기뻐했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 많은 사람이 2023년 10월 7일 이후 시작된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이 이번에는 완전히 멈추길 기대했습니다. 2년가량 계속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확인된 것만 팔레스타인인 7만 명가량이 사망했고, 가자 지구는 그야말로 폐허처럼 변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당장 저부터 이번 휴전으로 과연 전쟁이 멈출지 의문이었습니다. 2025년 1월에도 휴전이 된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저도 크게 환영했습니다. 수많은 팔레스타인인이 거리로 나와 춤을 추며 노래했고, 수십만 명이 바닷가 길을 따라 자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여러 팔레스타인인의 입에서 '재건'이라는 말이 나왔고, 늦었지만 이제라도 다시 시작하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2025년 3월부터 휴전을 깨고 가자 지구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에 들어갔습니다. 양상은 지금과 비슷했습니다. 휴전이 시작되었지만, 이스라엘이 공격을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었습니다. 휴전 기간에도 사상자는 계속 발생했고, 휴전 이전에 비해 공격 규모가 줄었다는 것뿐이었습니다. '전쟁이 멈추지 않은 휴전'이 계속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지난 10월 다시 휴전이 시작된다고 했을 때, '이제 평화가 왔다'라고 기뻐한 것이 아니라, '과연 이스라엘이 공격을 멈출까?'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현실은 저의 우려대로 진행되었습니다. 11월 말까지 이스라엘은 휴전 협정을 500여 차례 위반하였고, 300명 넘게 살해했습니다. 폭격과 살인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면, 이스라엘은 언제나 '하마스가 먼저 공격했다'라며 자신의 범죄를 정당화했습니다.
휴전 없는 휴전 속에, 많은 가자 주민이 구호 단체에서 나눠주는 음식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가자 지구에 겨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많은 난민이 임시로 만든 천막에서 지내고 있고, 갑자기 쏟아진 비 때문에 천막 안으로 물이 들이치고 있습니다. 휴전이 시작되면서 외부에서 가자로 식량 공급이 일부 재개되었지만, 여전히 이스라엘은 식량과 의약품 등의 생필품 공급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거나 차단하고 있습니다.
휴전이 시작되고, 한국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관련 행사나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가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제가 주목하는 점은 참여 인원의 많고 적음이 아닙니다. 휴전이란 말 때문에 '아, 이제 전쟁이 끝난 건가'하며, 팔레스타인에 대한 관심이 조금 줄어든 건 아닐까 싶습니다.
<미스트>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습니다. 자욱한 안개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괴물이 사람을 공격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휴전이라는 말이 어쩌면 <미스트> 속 안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안개 저편 너머에 있는 사람은 안개 때문에 이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안 보입니다. 한 곳에 고립된 사람들만 불쑥불쑥 나타난 괴물에게 끌려가 죽임을 당합니다. 이스라엘의 미사일이 언제, 어느 곳에 떨어질지 알 수 없듯이 말입니다.
책임과 처벌
지난 2025년 11월 27일 목요일, 팔레스타인 서안 지구 북부에 있는 도시 제닌(Jenin)에서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인 2명을 사살하는 장면이 영상에 잡혔습니다. 해당 영상을 보면, 두 팔레스타인인은 이미 체포되어 손을 들거나 윗옷을 올려 무기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도 이스라엘군은 그 자리에서 총을 쏴 살해했습니다.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마을에 들어가 알문타시르(26살)와 유세프(37살)을 사살한 것입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 11월 28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대변인 제레미 로렌스는 '명백한 즉결 처형'이라며, 서안 지구에서 이스라엘군과 정착민에 의한 팔레스타인인 살해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처럼 무력을 불법적으로 사용하고도, 처벌받지 않은 상황은 끝이 나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편,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 이타마르 벤그비르는 11월 28일 자신의 X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제닌의 한 건물에서 나온 수배 테러리스트에게 총격을 가한 국경수비대와 이스라엘군 대원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냅니다. 대원은 그들에게 기대되는 바와 정확히 일치하게 행동했습니다. 테러리스트는 죽어야 합니다!

독일이 벌인 홀로코스트에 참여했던 아이히만이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1960년 아르헨티나에 있던 아이히만을 붙잡아 끌고 갑니다. 이스라엘은 1961년 예루살렘에서 재판을 열었고, 아이히만에게 사형을 선고합니다. 아이히만은 자신은 그저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했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인 1962년 아이히만에 대한 사형을 집행합니다. '악의 평범성'이란 말로 잘 알려진 한나 아렌트의 책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바로 이 재판에 관한 기록입니다.
아이히만을 처벌하는 데 사용한 근거 하나가 이스라엘의 '나치와 나치 협력자 처벌법'입니다. 해당 법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제1조. (a) 다음은 사형에 처할 수 있는 범죄이다…반인도적 범죄는 살인, 절멸, 노예화, 기아 또는 추방 및 모든 민간인 주민에게 저질러진 기타 비인도적인 행위, 그리고 민족적, 인종적, 종교적 또는 정치적 근거에 의한 박해를 포함한다.
이스라엘은 자신이 홀로코스트 피해자 국가인 것처럼 표현합니다. 그 사실 여부를 떠나, 지금 이스라엘은 집단학살 가해자 국가입니다. 과거 독일이 홀로코스트를 벌인 것처럼, 이스라엘은 그들이 단지 팔레스타인인이라는 이유로 대규모 살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인을 굶주리게 하고 추방하고 있고, 그들의 문화와 정체성마저 파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집단학살을 주도한 이스라엘 정치인뿐만 아니라, 여기에 가담한 군인이나 공무원 등 개개인에 대해 반인도적 범죄의 책임을 묻고, 처벌해야 할 것입니다. 아이히만에게 그랬듯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