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정

2. 뉘른베르크 - 배울 것이 많은 여행도 재밌다

2022년 9월, 런던에 있었던 나는 '옥토버페스트에 간다면 지금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적인 축제 시즌답게 높은 숙박비를 자랑하는 뮌헨에서 숙박하기엔 너무도 부담스러워 주변 도시를 찾아보게 되었는데 그중 내 시선을 끄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오늘의 주인공 '뉘른베르크'였다.

 

어쩐지 나는 그전부터 꾸준히 뉘른베르크에 가고 싶었는데 옥토버페스트를 핑계로 뉘른베르크 3박 4일 여행을 하게 되었고, 그것이 나의 뉘른베르크 첫 여행이 되었다. 그리고 다시 런던에 돌아간 뒤 내가 왜 뉘른베르크에 가고 싶었는지 알게 되었다.

 

베카1.png

이토록 진지한 유럽 여행기 혹은 이렇게 가벼운 대안경제 여행기, 정나영

 

 

세계 인권선언문 제1조부터 30조까지의 문장이 세계 각국의 언어로 적혀 있는 '인권의 길'이 있는 곳. 이걸 뉘른베르크에 다녀오고 나서야 기억해낸 것이다. 다행히, 정말 다행히도 이곳이 뭔지도 모른 채 게르만 국립박물관 앞에 있는 인권의 길을 보긴 봤었고, 심지어는 보고 "여기 뭔가 중요한 곳인 것 같아!" 하고 느껴서, 머리로 기억은 못했어도 가슴으로는 기억을 했던 모양이다.

 

베카2.png

나치 전당대회장 전시 공간

 

 

뉘른베르크는 '히틀러가 사랑한 도시'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나치와 관련이 깊은 곳이다. 인권의 길에 대해서는 기억을 전혀 하지 못했던 나는 2022년에는 뉘른베르크 시내에서 트램으로 2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나치 전당대회장에만 방문했었는데, 이곳은 1933년부터 1938년까지 매년 나치의 대규모 선전·선동 대회가 있었던 곳으로 수십만 명의 군중을 모아 나치의 세력을 키워나가던 곳이다. 처음 방문했을 때 관람이 가능한 곳은 작은 전시 공간과 주변 강뿐이었는데, 작년에 길목의 맥주 인문학 여행 '맥투더퓨처 시즌1' 때 방문했을 때에는 작은 전시 공간이 제대로 된 문서센터(Documentation Center)가 되어 있었고, 공사 중인 전당대회장 내부도 들어가 볼 수 있었다.

 

베카3.png

'보존' 공사 중인 나치 전당대회장

 

 

로마 콜로세움을 본떠 만들던 전당대회장은 제2차 세계 대전으로 완공되지 못했는데, 그 미완의 건물을 현재 뉘른베르크시에서 다시 공사를 하고 있다. 이 공사는 복원이 아니라 '보존'을 위해 진행되고 있으며, 이 공간을 히틀러가 원했던 대로 만들어 완성시키는 것이 아니라 미완의 상태로 두며 모두에게 기억되도록 하는 것이 뉘른베르크의 목적이라고 한다. 작년에 방문했을 때 크기와 형태에 압도되며 이 공간에서 나치의 선전이 이뤄졌을 것을 상상하니 실제로 그 압박감이 느껴졌는데, 그래서 이 공간은 완성되지 않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뉘른베르크시의 이 공사에 대한 설명이 있는 기사를 보니 '유적의 보존'이 꼭 완성된 형태일 필요는 없구나 하는 것을 또 하나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베카4.png

 

 

나치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는 나치 전당대회장을 떠나 제2차 세계 대전 직후 전범재판이 열렸던 뉘른베르크 정의궁, 통칭 뉘른베르크 전범재판 기념관을 방문했다. 오랜 시간 실제 법정으로 쓰였던 이곳은 2000년 이후에는 전범재판 기념관으로 쓰이고 있었다. 실제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을 진행했던 600호 법정을 직접 들어가 볼 수 있고 이곳에서 어떤 재판이 진행됐었는지를 영상으로 볼 수 있었는데, 영상 내용도 좋았지만 인류 역사상 최초로 '반인권적 범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은 재판을 진행한 법정 자체에 들어가 보고 앉아볼 수 있는 그 경험이 더 기억에 남는다.

 

600호 법정 위층에서는 전범재판에 대한 사진과 설명들이 쫙 나열되어 있었는데, 독일어 설명과 함께 영어 설명도 있긴 했지만 짧은 시간 동안 모두 둘러보기엔 쉽지 않았다. 기억에 남는 것은 일본에서 있었던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대한 것도 작게나마 전시되어 있었다는 점.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더 많은 내용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참 아쉬웠다.

 

베카5.png

인권의 길

 

 

뉘른베르크는 나치의 시작과 끝을 함께 볼 수 있는 도시라는 점에서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방문할 의미가 있는 곳인 것 같다. 작년에 맥주 인문학 여행을 다녀오며 알게 된 사실은 뉘른베르크시에는 시장 직속 부서인 '인권국'이 있다는 것. 광기 어린 전쟁 범죄를 일으킨 집단의 시작과도 같은 도시가 현재는 그 어느 곳보다 인권에 대해 신경 쓰는 '평화와 인권의 도시'가 된 점이 또 꽤 흥미로웠다.

 

베카6.png

나치 정권에 의해 희생된 동성애자 추모비

 

 

내게 뉘른베르크는 조금 특별한 곳인데, 쇼핑할 것 많은 대도시나 쉬기 좋은 소도시뿐만 아니라 생각할 거리, 배울 것이 많은 도시를 여행하는 재미를 알게 해준 첫 도시이기 때문이다. 벌써(?) 두 번이나 다녀왔는데도 또 가고 싶은데, 그게 역사에 대해 공부하고 인권에 대해 생각하기 위해서 가고 싶은 거라니 신기할 따름이다.

 

베카7-1.png

 

베카7-2.png

뉘른베르크 소시지, 쇼이펠레

 

 

물론! 인권에 대해 생각하고 역사 공부만 하러 간다고 말하진 않겠다. 맛있는 음식도 있다. 나를 이곳으로 이끈 책에 나온 것처럼 뉘른베르크 소시지도 무척 맛있고 유명하고, 뉘른베르크의 학센이라고 볼 수 있는 돼지 어깨살로 만든 쇼이펠레도 있다. 덧붙여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 마켓은 유럽 3대 크리스마스 마켓이라고도 불릴 정도이니 겨울에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

 

나는 분명 언젠가 크리스마스 시즌에 뉘른베르크에 갈 것이다. 그때는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시간을 들여 역사적인 장소, 인권과 관련된 장소를 방문하고 와야겠다. 여러분도 독일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뉘른베르크를 고려해보시길!

 

그럼 이만!

강민정 프로필.png

사회적협동조합 길목
삶의 작은 공간으로부터 희망을 함께 나누는 큰 길로 통하는 '길목'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
03175 서울 종로구 경희궁2길 11(내수동 110-5) 4층
손전화 010-3330-0510 | 이메일 gilmok@gilmok.org
계좌번호 | 출자금 - 하나은행 101-910034-05904(사회적협동조합 길목)
프로그램 참가비 - 하나은행 101-910034-06504(사회적협동조합 길목)
COPYRIGHT ⓒ 2022 사회적협동조합 길목 ALL RIGHT RESERVED.

Articles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