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교의 경전은 흔히 "성경" 혹은 "성서"라고 불립니다. 두 표현은 본질적으로 같은 의미입니다. "성스러운 책"이라는 뜻입니다. 이는 영어 "Holy Bible"의 번역이기도 합니다.
성경은 한 사람이 기록하거나, 전체의 내용이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된 책이 아닙니다. 영어의 'Bible'이라는 단어는 그리스어 "비블리아(biblia, βιβλία)"에서 유래된 것으로 "책들"이라는 뜻입니다. 즉, 성경이란 "여러 책들의 모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상이 그렇습니다. 성경은 대략 1,500년에 걸친 긴 시간 동안 약 40여 명 혹은 그 이상의 저자들에 의해 기록된 여러 문헌들이 함께 모여 형성된 책입니다. 이중 어떤 문헌들은 저자가 명시되어 있고, 어떤 문헌들은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또한 어떤 문헌들은 명시가 되어 있어도, 그 기록의 신빙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정확히 몇 명이 썼는지를 알기는 어렵습니다.
기독교 성경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이 그것입니다. "구약(舊約)"은 "옛 약속", "신약(新約)"은 "새로운 약속"이라는 뜻입니다. 구약성경은 예수 그리스도가 오기 이전의 이야기들이고, 신약성경은 예수 그리스도 이후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구약성경은 기본적으로 타나크(Tanakh)라고 불리는 유대교 경전과 거의 같습니다. 최근의 학계에서는 유대교 경전에 대한 권위와 가치를 격하시킬 수 있는 '구약'이라는 표현보다는 중립적으로 "히브리 성경(Hebrew Bible)"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개신교 교계에서는 구약이라는 용어를 여전히 공식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구약성경에는 야훼(혹은 여호와)라는 이름을 가진 신의 천지창조 이야기로부터, 유대 민족과 이스라엘 왕국의 역사, 다윗과 솔로몬 등을 비롯한 신앙의 선조들이 남긴 시와 노래, 그리고 선지자 혹은 예언자라 불리던 인물들이 전한 하나님의 말씀과 예언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구약성경은 단순한 종교 문헌을 넘어, 고대 이스라엘 공동체의 역사와 신앙, 문학과 사상이 함께 담겨 있는 방대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신약성경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가르침을 담고 있는 네 권의 복음서, 곧 마태복음·마가복음·누가복음·요한복음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일견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다른 예수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또한 예수의 제자들과 초기 교회의 활동을 기록한 『사도행전』, 그리고 사도 바울을 비롯한 여러 사도들과 초기 신앙 공동체들이 남긴 편지들(서신서)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요한계시록』과 같은 묵시문학도 신약성경의 일부를 이루고 있습니다.
개신교 성경은 다른 기독교 전통의 교회들과 거의 유사하지만 차이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개신교, 로마가톨릭, 동방정교회는 신약성경에서는 공통된 내용을 가지고 있지만, 구약성경은 약간 다릅니다. 개신교는 구약성경 39권을 사용하며, 로마가톨릭교회는 46권, 동방정교회는 전통에 따라 그보다 더 많은 문헌들을 포함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차이는 각 전통이 어떤 성경 전통을 중심으로 받아들였는가와 관련이 있습니다. 로마가톨릭교회와 동방정교회는 초기 기독교 공동체에서 널리 사용되었던 그리스어 번역 성경인 70인역(Septuagint) 전통을 중요하게 받아들였습니다. 반면 개신교는 종교개혁 당시 유대교 히브리어 성경 전통, 곧 마소라 본문(Masoretic Text)을 기준으로 구약성경을 재정리하였습니다. 따라서 로마가톨릭이나 동방정교회가 후대에 문헌을 추가하여서 더 많아진 것은 아니고, 개신교가 종교개혁 과정(16세기)에서 히브리어 성경에 포함되지 않은 일부 문헌들을 제외하면서 생겨난 차이입니다.
이러한 성경 권수의 차이는 곧 성경에 포함되지 않은 또 다른 종교 문헌들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고대 유대교와 초기 기독교 세계에는 오늘날의 성경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널리 읽히고 사용되었던 다양한 문헌들이 존재하였습니다. 이 가운데 일부 문헌들은 특정 지역이나 공동체에서 오랫동안 권위를 인정받기도 하였으며, 오늘날에도 널리 읽히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에티오피아 정교회는 『에녹서』와 『희년서』 등을 성경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도마복음』과 같은 문헌은 20세기 이집트 나그함마디(Nag Hammadi) 문서 발견 이후 다시 주목받게 되었으며, 초기 기독교 안에 매우 다양한 신앙 전통과 예수 이해가 존재하였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개신교 전통에서 성경의 내용은 "언약의 성취"라는 관점으로 종종 이해됩니다. 구약에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과 관계를 맺고 세상을 구원해 줄 메시아가 올 것을 예언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그 메시아로서 등장하였고 그는 죽음과 부활을 통해 인간들을 하나님과 화해시킨다는 것이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경은 그 구조가 단일화되어 있지 않고 다양한 문헌들의 모음인 여러 해석들이 존재하고 있고 그 해석에 따라 다양한 교파 및 교단들이 생겨나고 있음도 알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 성경을 읽고 싶다면 이렇게 제안해 보고 싶습니다. 야훼 하나님이 누구인지 궁금한 분은 창세기와 출애굽기에서, 이스라엘 왕국의 역사가 궁금하다면 열왕기와 역대기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슬픔과 기쁨을 보고 싶다면 욥기와 시편에서, 예수가 누구인지 궁금한 이들에게는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에서, 교회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또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 궁금하다면 디모데전서와 디도서 등에서 시작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거대하고, 치밀하게 짜여진 하나의 이야기를 찾고자 한다면, 성경은 그러한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책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성경은 다양한 저자들이 각자 자신이 위치한 시공간 속에서 특정한 문화적 언어를 사용하여 저술한 글들의 모음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성경은 또한 과학 교과서나 역사 연표처럼 정확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제시하는 책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신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인간 존재의 의미와 삶의 방향에 대해 증언하는 신앙의 문헌입니다. 따라서 이 책은 삶의 고민, 신과의 관계를 생각해보기 위해 훨씬 더 큰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