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책방 유랑기 3 - 양재천의 예배당 같은 독립서점, 믿음문고

posted Mar 0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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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방 유랑기 3 -

양재천의 예배당 같은 독립서점, 믿음문고 

 

 

양재천 어느 조용한 골목 일 층에 믿음문고라는 작은 책방이 있다. 별다른 관심이 없다면 그냥 슥 지나치기 쉬울 정도로 인적 없는 길가의 아담한 서점이지만 파스텔톤의 깔끔해 보이는 외관과 네모, 동그라미, 세모로 이루어진 간판이, 문득 여기는 어떤 곳일까? 흥미를 자아내기도 하는 곳이다. 흘깃 안을 들여다보니 아치형의 천장이 여러 겹으로 이어져 있는 게 보였다. 독특한 인테리어네 하는 마음을 지닌 채 서점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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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딱 들어가는 순간, ‘와’ 소리가 절로 나오며 감탄하게 된다. 서점에 머무르는 내내 여러 사람이 드나들었지만 대부분 비슷한 느낌을 가진다는 걸 표정과 목소리에서 느낄 수 있었다. 너무나 정갈하게 정돈된 공간도 공간이지만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했던가, 따뜻한 색감과 우아한 인테리어, 센스 있는 소품들이 우선 마음을 사로잡는다. 대표님이 크리스천이시라 예배당처럼 인테리어를 했다고 하는데, ‘피로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도심 속 숨겨진 작은 예배당과 같은 서점으로, 믿음과 사랑을 전하는 따뜻한 위로와 쉼이 되어줄 책플(Book+Chapel)이 되길 소망합니다’라고 쓰인 안내문에서 그 의미를 충분히 전달받을 수 있었다. 사실, 천장에 달린 둥근 조명과 아치형의 내부, 섬세하게 큐레이션 된 책과 소품들 속에 있으니 안정감이랄까, 뭔가 힐링되는 느낌이 마음에 은은하게 퍼졌더랬다. 입구 오른쪽, 오렌지색 도기에 담겨 얌전히 자리한 크고 작은 초록색 식물들도 그 마음에 한 몫을 더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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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생각보다 종류가 많았다. 독립서점이다 보니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심리학, 인문학, 철학, 소설, 에세이, 그림책, 기독교책 등 다양했다. ‘사람을 알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책들로 책장을 채워 나가려 노력한다.’는 책방지기의 생각이 오롯이 느껴지는 선택들이었다. 서점의 근간을 신학에 두기로 했다 해도, 신에 대한 이해를 다른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하려는 듯 보이는 책들의 배치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쏙 들었다. 작은 명패마다 각 책장의 제목이 새겨져 있고 카테고리별 책들과 분위기가 잘 어우러지는 소품이 군데군데 놓여 있어 책방지기의 다정한 마음 씀씀이가 잘 느껴지는 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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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점의 풍미를 더하는 것은 굿즈였다. 잔잔한 모양새의 굿즈가, 그러니까 향수와 노트와 비누와 펜과 향초 등이 유별나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것들이어서, 책만 가득 있었다면 자칫 무료해질 수도 있었을 책방의 분위기를 더욱 부드럽고 흥미롭게 해주고 있었다. 책방지기가 인터뷰한 내용을 찾아보니, 향수를 둔 이유는 사람의 기억에 가장 오래 남는 것이 향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고 그래서 향기가 일종의 치유와 위로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소개하고 있다 한다. 그러고 보니 책방지기가 헤르만 헤세를 좋아하는 걸까. 헤르만 헤세와 관련한 굿즈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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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진과 인센스 홀더는 끝까지 만지작거리다가 아쉬워하며 두고 나왔다. 저 문진 하나 책상 위에 두면 멋지겠다 싶고, 인센스 홀더에 향초 꽂아 그윽한 향내 풍기면 마음에 평안이 오겠다 싶었지만, 집에 물건 하나 들이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닌 나라서 말이다. 다음에 혹시 이곳에 다시 들르게 되면 이 둘 중 하나는 꼭 챙겨야지 하는 마음만을 간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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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는 길에 보니 입구에 근사한 전축도 놓여 있었다. 어디에선가 은은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했더니만. 언제나처럼 무슨 책을 살까 고민하다가 이번엔 지그문트 바우만의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라는 책으로 결정했다. 책을 사면 하얀 봉투에 예쁜 FFL 책갈피까지 담아 포장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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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과 카페가 즐비한 양재천에 어떻게 서점이 있을 수 있을까 싶기도 했고 여기까지 일부러 찾아올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했는데, 우연히 많은 위로를 받고 돌아왔다. 사진을 찍어도, 한참을 머무르며 구경만 해도, 이것저것 문의를 드려도 친절하고 편하게 대해주는 곳이라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양재천 카페거리에 들를 일이 있을 때 꼭 한번 찾아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힐링’이라는 말이 너무 가볍게 쓰이는 시기라 이렇게 표현하기가 망설여지기는 하지만 책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정말 ‘힐링’되는 느낌을 담뿍 받을 수 있는 공간이라고 자신한다.

 

믿음문고

서울특별시 서초구 양재천로 95-4 1F 

공식블로그  https://blog.naver.com/faithforlove

                  https://www.instagram.com/ffl.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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