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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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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1 - 리버사이드 파크 (Riverside Park )

posted Dec 0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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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1 - 리버사이드 파크 (Riverside Park )

 

 

“The real voyage of discovery consists not in seeking new landscapes, but in having new eyes.”
“My destination is no longer a place, rather a new way of seeing.”
                                                                                                                  - Marcel Proust-


개인적으로 뉴욕에서 가장 멋진 곳을 하나 고르라고 한다면 역시 센트랄 파크라고 생각하는데, 너무 광범위해서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 우리동네 리버사이드 파크(Riverside Park)부터 뉴욕스토리를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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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사이드 파크는 허드슨 강변을 따라 맨하탄 어퍼웨스트사이드 72번가 부터 158번가까지 4마일(6.4km)에 걸쳐 위치하고 있다. 센트럴 파크를 디자인한 옴스테드(Frederick Law Olmsted)가 1875년경에 72번가에서 125번가까지 이 공원을 조경하기 시작하여, 1910년경에 완공했다가 그 후 여러차례 확장이 되었다고 한다. 당시 뉴요커들을 위해, 빈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조용한 분위기에 쉬기도 하고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도시의 쉼터로 설계한 곳이다. 리버사이드 드라이브 길( Riverside Drive)에 공원 들어가는 입구가 여러군데 나 있는데, 이 길은 맨하탄에서 넓직하고 가로수 길이  쭉 이어진, 시원하고 운치있는 길이다.

 

 

센트럴파크2-7_resize.jpg

 

 
처음 이사와서는 바로 코 앞에 있는 이 좋은 공원을 미처 못 알아보고, 45분 정도 걸어 가거나 버스를 타고 굳이 멀리  센트랄 파크를 갔었는데 요즘은 거의 매일 리버사이드 공원을 산책한다. 116번가 컬럼비아 대학에서 한 블록 강가쪽으로 걸어가면 공원입구에 여성 건강보호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기념비와 워터화운틴(음수대)이 있다. 여기서 부터 산책을 시작해서 중간에 Maggie의 벤치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싸가지고 온 따근한 연근차를 마시고 96번가에 있는 공룡 놀이터를 돌아서 다시 북쪽으로 120번가에 있는 그랜트장군 메모리알로 돌아 오는 것이 하루의 산책코스이다. 그러면 한시간 남짓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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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사이드 드라이브길쪽에서 계단으로 내려가면 높은 돌 축대 가까이에 숲과 나무가 우거진 그늘지고 시원한 산책로가 있는데 이 산책로가 원래 옴스테드가 디자인한 길이다. 계단으로 더 내려가서 펼처지는 넓은 대로(Promenade)는 기차길 위에 천정을 덮어 확장공사를 하면서 새로 생긴 길이다. 강 쪽으로 내려가면 강변 바로 앞에 난 자전거길을 따라 걸을 수도 있다. 센트랄 파크는 직사각형으로 반듯한 공원이지만 안에 들어가면 길이 굽이굽이 미로 같은 반면, 리버사이드 공원은 직선으로 쭉 뻗어 있으니까 헤멜 염려가 없다. 단지 길로 통하는 입구가 어디에 있나 확인해 보면 된다. 그리고 각자의 취향에 따라 숲 속 길, 대로 길, 강가 길을 선택해서 걸을 수 있다.
 

 

두장-합체_조정_resize.jpg

 

 

매일 같은 곳을 반복해서 걷다 보면 조그만한 변화에도 민감하게 되고, 소소한 것 들이 세심하게 눈에 들어 온다. 이 나무 근처에는 새들이 유난히 많이 모여있네, 이틀 동안 걸려 있는 이 자켓은 누가 잃어 버렸지, 한쪽짜리 아기신발이 며칠 째 걸려 있었는데 임자를 만났는지 사라져 버렸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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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집 마당에 있었던, 나팔꽃, 달개비꽃, 제비꽃, 금낭화(Bleeding Heart), 어머니께서 교실에 꽂으라고 꺾어주신 장독대 앞에 핀 겹황매화, 초등학교 길에 홀짝놀이 하던 아카시아 잎, 누구 잎이 더 세나 힘겨루기 하던 솔잎들, 뉴욕에 이사오기 전 20년 넘게 살던 노스브룩(Northbrook) 집 마당에 피던 빨간 비밤(Bee balm), 자줏빛 컬럼바인(Columbine), 보랏빛 아기 히야신스… 그리고 심지어는 꽈리까지… 공원을 걷다 보면 고스란히 눈앞에 있어 행복하고 편안한 기억들을 떠올리게 된다. 

하루는 공원에서 일하는 스태프와 자원봉사자들이 공원정리로 나무가지도 잘라내고 잡초도 뽑고 있었다. 나는 직원에게  벤치 옆에 있는 산딸기, 자원봉사자 건물 맞은 편의 복숭아, 그리고 꽈리를 뽑지 말라고 당부를 했다. 전에 산책길에 보면서 즐기던 복숭아가 어느 날 갑자기 열매가 다 사라져 버려 먹지도 못할 걸 누가 이렇게 하나도 안 남기고 다 따버렸지 하고 은근 화가 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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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프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공원은 사람만 즐기는 곳이 아니라 여기 사는 동물과 식물들의 터전이기도 하다. 노스아메리카에 자생적으로 자라난 식물들이 잘 번성할 수 있도록, 그리고 공원에 살고있는 새나 다람쥐 등 동물들의 먹거리를 생각해 생태계의 균형을 신경써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산딸기와 꽈리는 가만 나두면 너무 번져서 다른 식물에 영향을 주니까 뽑아야 한다고 한다. 복숭아는 사람들이 딴 것이 아니라, 아마도 다람쥐가 먹었을 거라고 한다. 영리한, 아니면 참을성 있는 다람쥐들이 기다렸다가 복숭아가 익었을 때를 알아 한순간에 다 따먹은 것이 었구나…. 나에게 ‘아하’하는 새로운  깨달음을, 그리고 사람만이 아닌 여기 사는 모든 동식물들을 생각하게 되었고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되었다.

나의 산책 길 루트대로 숲 속 길로 가면 5개의 의자가 나온다. 그 중 5번 째 Maggie라는 사람을 위해 기중한 벤치가 경관이 좋다. 그래서 피곤할 때는 그 의자에 누가 앉아 있지나 않을까 조마조마 하다. 처음에는 누가 앉아 있으면 그냥 쉬지 않고 걷다가, 요즘은 같이 앉아도 좋으냐고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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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엘리노아라는 시인을 그 벤치에서 만났다. 그 분은 이 벤치에 앉아서 시도 쓰고 새들도 구경(Birdwatch)한다고 한다. 내가 아는 새라고는 참새, 비둘기, 까마귀, … 그런 수준이라고 하니까 친철하게 시를 쓰고 있던 수첩을 뜯어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새를 그려주면서 색깔과 특징을 알려 주었다. 그리고 새 우는 소리도 알려주었다. 엘리노아에게는 나태주씨의 풀꽃을 영어로 번역된 것을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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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는 새울음을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전에도 새들이 이렇게 많이 울었을텐데 왜 듣지 못했을까? 가슴이 빨간 카디날과 꽁지가 빨간 매도 보이기 시작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거기 있었는데 전에는 내 눈에 들어 오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는 어둑어둑 할때는 너구리도 볼 수 있고 한번은 너구리 다섯마리가 떼지어 가는것을 보고 얼마나 놀랬었는지….  여름에는 반딧불이 한 두 마리도 아니고 정말 불이 여러군데서 번쩍번쩍하는 반딧불의 라이트 쇼를 보고 감탄 한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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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매일 걷는 산책길에서 계절마다 변하는 자연을 감지하며, 그 속에 살고 있는 동식물들, 그리고 그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주는 메세지를 들으면서 나의 시각과 세계가 넓어지는 것을 느낀다. 맨하탄에 140년이 넘게 세월을 견디어 낸 리버사이드 파크가 어머니의 따뜻한 음성처럼 우리를 달래주고, 하나님의 넓은 사랑의 품 속으로 도시의 소음과 정글 속에 지친, 빠른 속도와 경쟁의 인파에 부대끼고 시달리는 뉴요커들을 보듬어 주는 안식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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