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심심엔]

ddaeed

‘힘드니?’ 라고 물어봐주기

posted May 28, 2019
Extra Form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비1_resize.jpg

 

 

‘힘드니?’ 라고 물어봐주기
 


저는 원칙적이라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좋은 말로 원칙적이지만 막히고 용통성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하지요. 한 때는 동료의 얼굴보다는 출근 시각을 먼저 확인하고 ‘또 늦었군!’하는 표정으로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기도 했었습니다. 왜 늦었는지는 별 관심이 없었고 잦은 지각이라는 그 사실에 불쾌감을 표했었죠. 상담공부를 하고 치유활동을 하면서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출근 시간보다는 동료와 눈을 마주치면서 인사하기 시작했습니다. 혹 낯빛이 안 좋기라도 하면 무슨 일 있나 물어봐 줍니다.

물론 잘 안 되는 날도 있습니다. 존재 자체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귀 기울여 주기는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왜 그런지 몰라 혼란스럽기도 했습니다. ‘너’에게 관심을 가지고 물어봐 주는 것을 마치 감정노동처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얼마 안가 내가 힘들 때는 너한테 관심 쓸 여유조차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내가 힘들다고 하고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죠.

며칠 전 아침 일찍 전화가 왔습니다. 후배 활동가 A입니다. “어떡해요. B가 한강 다리 난간에 올라갔었데요.”하며 꺽꺽대며 울먹입니다. 연락이 안돼서 걱정을 했는데 페이스 북에 죽으려고 한강대교에 올라갔었다는 글을 발견하고 너무 놀라 저한테 전화를 한 것입니다. 다행히 경찰이 발견을 했고 극단적 상황까지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저 역시 심장이 쿵하고 얼어붙었습니다. 겨우 A를 진정 시키고 화장실로 달려갔습니다. 페이스 북 글을 찬찬히  읽어봅니다. 일에 대한 책임감과 버거움이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스스로 의지가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의지의 문제가 아니었던 그 무게감을요. 차라리 죽음으로 향했던 그 마음에 어떠했을지... 눈물이 났습니다.

살면서 ‘내가 힘들다, 죽을 만큼 힘들다’라는 말을 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신념으로 활동하는 활동가들 사이에선 더 더욱이요. 그런 얘기는 턱없이 나약한 태도로 비치기 때문이지요. 조직사업을 하기 위해서 퇴근 후 늦게까지 술자리에도 함께해야 하고, 주말 집회나 농성은 밥 먹듯이 하면서도 맡은 일은 깔끔하게 잘 해내야 합니다. 일머리가 조금만 엇나가면 “그럴 줄 알았어.”라며 비난의 화살들이 날아듭니다.

게다가 직책이나 나이, 성별에 따른 위계질서와 고정 관념, 편견도 많습니다. 어느새 “그때는 이랬어...”라며 “그러니까 지금 이래야지” 하는 무언의 압박을 주기도 합니다. 상처를 안겨주지만 정작 말하는 당사자는 잘 모릅니다.

스트레스가 쌓여갑니다. 나를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자꾸 의식하게 됩니다. 내가 없어지고 쪼그라들게 되지요.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지만 잘 떠오르질 않습니다. 10여 년 전부터 마음이 아프고 힘든 활동가들을 챙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노조에 대책이 필요하다고 문제제기도 했습니다. 주변 동료들에게 힘들면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하기도 하고 쉬라고도 했습니다. 쉽게 변하지 않는 현실과 맴맴 제자리 도는 느낌에 답답할 뿐입니다.

다음 날 A에게 문자를 보냅니다. B에게 안부 물어 주라고. 지금은 어떤지, 더 이상 스트레스 받지 말고 쉬고 싶으면 쉬어도 된다고 얘기해주라고요. 사람이 먼저니까요.

 

조귀제-프로필이미지.gif

 


  1. 지난밤 어떤 꿈을 꾸셨나요?

    지난밤 어떤 꿈을 꾸셨나요? 지난밤 꿈을 꾸고, 이게 무슨 꿈이지?, 왜 이런 꿈을 꾸었지? 라고 궁금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꿈이 나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도통 의미를 알 수 없어 답답한 적도 있을 것이다. 특히 비슷한 꿈을 반복...
    Date2022.04.05 Views233
    Read More
  2. 자살을 생각하고 있나요?

    자살을 생각하고 있나요? 심리부검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부검이 시신을 해부하여 사망의 원인을 검사하는 것이라면, 심리부검은 자살 사망자의 가족, 친지 등 주변인들의 진술을 토대로 고인의 사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되는 요인들을 살펴보는 ...
    Date2022.03.02 Views228
    Read More
  3. 혼자 남겨짐과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

    혼자 남겨짐과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 지금은 이사했지만 예전 살던 동네에서 다니던 스포츠센터가 있습니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커다란 스포츠센터였는데, 그 동네에 오래 살다보니 그 스포츠 센터도 꽤 오래 왔다갔다 다녔습니다. 이 종목도 등록했다가, ...
    Date2022.01.31 Views257
    Read More
  4. 삶이 변화를 요구할 때

    삶이 변화를 요구할 때 자살 계획을 세우고 친구를 찾아갑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떨어져 죽을 것인지 세세하게 설명을 합니다. 그 계획을 바꿀 생각은 없는데 자신이 왜 그런 결론을 냈는지, 자신의 결론이 맞는지 누군가에게 얘기는 해봐야겠다 싶어서 ...
    Date2022.01.03 Views222
    Read More
  5.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 올해 초부터 상담실에 찾아오는 4명의 여자아이들이 있었다. 한 반의 여자아이들로 반에서 친하게 지내는 그룹이었는데, 한꺼번에 다 오는 것이 아니라 2~3주 간격으로 한 명씩 돌아가면서 왔다. 처음에는 A라는 아이가 울면서 자신이 ...
    Date2021.12.05 Views165
    Read More
  6. “오징어 게임”과 “D.P 개의 날”이라는 드라마를 보고

    “오징어 게임”과 “D.P 개의 날”이라는 드라마를 보고 그 유명한 “오징어 게임”과 “D.P 개의 날”이라는 드라마를 보기 위해 하루 날을 잡고 넷플릭스에 접속해서 한꺼번에 전편을 보았다. 두편의 드라마 모두...
    Date2021.11.01 Views163
    Read More
  7. 고통의 곁을 지키는 사람들, 그 곁의 이야기

    고통의 곁을 지키는 사람들, 그 곁의 이야기 올해는 마을 친구들과 인권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공부를 매월 하고 있어요. 십 수 년 전 아이를 키우면서 시작한 독서모임인데 요즘은 마을에서 어떻게 같이 나이 들어 갈 수 있을 지 고민합니다. 인권과 관련된 ...
    Date2021.09.29 Views231
    Read More
  8. 거꾸로 가는 인생시계

    거꾸로 가는 인생시계 아픈 지구의 열이 펄펄 끓었던 한 여름. 열사병과 전염병 경고로 대부분의 대외활동이 필수적이지 않은 난 훨씬 이전부터의 봉쇄생활에 돌파구가 필요했다. 취소요구가 높았던 도쿄올림픽이 강행됐기에 망정이지.. 온종일 TV 앞에서, &l...
    Date2021.08.25 Views196
    Read More
  9. 정신을 차려보니 망망대해(茫茫大海)

    정신을 차려보니 망망대해(茫茫大海) 올해도 어김없이 심심엔 기고할 시간이 돌아왔다. 길목인에 벌써 세 번째 기고하는데, 어쩌다 보니 여기에 기고할 원고의 내용을 생각하면서 지난 1년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루틴이 생긴 것 같다. 내가 쓴 지난 글들을 읽...
    Date2021.07.29 Views251
    Read More
  10. 원예와 돌봄

    원예와 돌봄 심심에 이름을 걸어 놓은 지는 오래되었지만 실제 심심에 기여한 바가 없어 파리에서 돌아온 후에는 심심 집단팀 중 그래도 가장 한가한 내가 달마다 있는 통통톡 집단 프로그램팀 회의에 참여하기로 했다. 통통톡 집단 프로그램 회의는 여러 가...
    Date2021.06.29 Views20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Next
/ 8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