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 맥주를 탐하는 지식 13 - 그 험난하고 목마른 곳에 수도원과 맥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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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덕목사의도원 주를 하는

마지막, 열셋, 그 험난하고 목마른 곳에 수도원과 맥주가 있었다.

                     (이베리아 반도의 기독교, 그리고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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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말, 시작하는 이야기로 처음 조합원과 만났던 수맥탐지가 해를 넘겼고, 아직 성급한 말이긴 하지만, 봄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지는 시간에 이르렀다.(사실 전에 없이 따뜻한 2월은 다가서는 봄에 대한 기대보다 올 여름은 또 얼마나 더울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하지만서도!) 그러니까 수도원 맥주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은 시간이 1년 조금 더 이어진 셈이다. 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 지나가는 동안, 아니 연재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달고 있던 불안감, 곧 경하기 그지없는 밑천이 떨어질 때가 곧 올 것이라는 그 느낌은....... 이번 달 이야기를 준비하는 내게 현실이 되었다. 약 일 년의 시간동안 이런 저런 이름의 맥주 십 수 종 이상을 다루었던 것 같다. 그와 함께 독일, 베네룩스3국, 영국, 오스트리아. 체코 등 맥주 하면 생각나는 나라들이 가진 맥주와 수도원 이야기를 서툴게나마 살펴보았다. 그리고 오늘, 수맥탐지의 마지막 연재를 맞이하게 되었다. 지난 시간동안 조악한 글에 상상을 초월하는 인내심을 보여주신 조합원 분들에게 심심한 감사의 마음으로 전하며....... 수맥탐지의 마지막 이야기 시작! 이베리아 반도의 기독교, 그리고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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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리아 반도, 우리에겐 이 지명보다는 스페인, 포르투갈이 더 익숙한 땅이다. 남부유럽을 구성하는 세 개의 반도 중 제일 왼쪽에 위치한 이곳이 세계사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들이 지중해 연안 이곳저곳에 식민도시를 건설하기 시작했을 때니까....... 뭐 우리가 세계사 공부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기억도 나지 않을 ‘BC 어쩌고’는 불필요하겠고, 암튼 엄청 옛날이다! 육지에 둘러싸인 지중해가 바다의 전부인줄 알았던 이들의 눈앞에 펼쳐진 대서양은 그들에게 경외감을 넘어 막연한 공포로 다가왔다. 이후 그 공포는 헤라클레스가 나눠세웠다는 두 기둥, 지브롤터를 지나면 곧 끝없는 낭떠러지에 이르게 된다는 전설을 낳았다. 자연스럽게 이베리아반도는 남부유럽인들에게 있어 육지의 끝으로 인식되었다. 신약성서 사도행전 초입, 부활한 예수의 입을 통해 선언된 ‘땅 끝까지 이르러 증인이 되라’는 말에서, 또 바울(로) 사도가 한사코 포교를 위해 방문하려 했다던 ‘땅 끝’을 통해 우리는 이베리아 반도에 대한 당대 지중해 권 사람들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세상의 서쪽 끝이었던 이베리아는 이후 지중해를 ‘제국의 호수’로 삼았던 로마의 변방으로 편입되었고, 제국이 기독교를 국교로 공인하게 됨에 따라 활발한 기독교 포교활동이 진행되었다.   

그렇게 거대제국의 한 쪽 귀퉁이로 조용히 묻혀가던 이 땅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던 건 서로마제국 말기, 게르만 계통의 고트족이 이 땅에 유입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아시아계 훈족의 막강한 군대에 쫓긴 게르만은 살 길을 찾아 서로마 영내로 밀려들어왔고, 이들을 막아낼 수 없었던 서로마는 용병과 낮은 계급의 일자리로 회유하려 했다. 그러나 로마인들의 천대와 수탈에 분노한 게르만은 제국 내 이곳저곳에서 동시다발적인 무력항쟁에 돌입했고, 마침내 서로마제국이라는 간판을 내리는데 성공한다. 앞서 언급한 고트족은 이 혼란기 중 이베리아에 독립왕국을 수립했다. 하루아침에 종이거나 부잣집 경호원 정도였던 이들이 지배계급이 된 세상에서 이베리아 원주민들과 옛 로마인들이 느꼈던 상실감과 공포는 극에 달했다. 국가도 군대도 없는 상황에서 그들이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곳은 교회밖에 없었다. 차츰 교회는 토착민을 대표하는 권위를 가지게 되었고, 그 권위는 지배자 고트마저 무시 할 수 없었다. 백성을 삼아야 대상들에게 언제까지 칼만 들이대고 있을 수는 없었던 지배층에게 대중의 절대적 신뢰를 얻고 있는 교회는 중요한 협상창구였기 때문이다. 결국 교회는 고트족을 이베리아 반도의 지배자로 공식인정했고, 새로운 왕은 기꺼이 기독교로 개종했다. 김정은과 트럼프의 회동에 버금가는 협상이 진행되었음은 충분히 상상해 볼 수 있겠다. 이와 같은 체제는 훗날 고트족의 땅 북부지역을 재패한 프랑크왕국의 치세에 이르러 중부 및 남부 유럽의 사회질서로 자리 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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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리아 반도는 아프리카와 유럽을 잇는 곳에 놓여있다. 또한 이곳은 지중해와 대서양이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지정학적 특성은 북아프리카와 유럽의 권력의 충돌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중부유럽에게 서남진한 고트는 북아프리카에 거점을 둔 반달왕국과 빈번하게 충돌했고, 결국 반달의 영토를 흡수한 이슬람제국에 멸망했다. 이슬람에 의한 기독교국가 고트의 멸망은 유럽인들에게 일개국가의 쇠락이상의 층격, 기세등등한 이슬람군대에 의해 기독교세계가 무너질 것이라는 공포를 안겼다. 그 가운데 또다시 나라를 잃어버린 이베리아인들은 이전 서로마 붕괴 상황에서처럼 교회로 몰려들어 도움을 청했다. 이후 프랑크왕국이 천신만고 끝에 이슬람의 북진을 저지한 다음, 이베리아에서는 기독교신앙을 가진 유럽인과 이슬람교를 믿는 무어인들이 벌인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수백 년간 이어졌다. 거기에 전 유럽인들을 전쟁의 광기로 몰아넣었던 십자군 전쟁까지 거치게 되면서, 이베리아인들의 신앙심은 일견 전투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독실해졌다. 평상시 별 문제없을 땐 등한시 하다가 걱정거리가 한 대접 생기면 교회든 성당이든 절이든, 혹은 회당이든 가고 싶어지는 마음과 같다고 하겠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세계에서 가장 독실한 가톨릭계 국가로 분류되게 된 것에는 이와 같은 역사적 배경이 있다. 투우로 상징되는 그 땅 사람들의 격정은 그보다 더 격했던 삶의 자리에서 생존하기 위해 퍼 올려야했던 에너지였을까? 또는 그토록 격하게 풀어줘야 할 만큼 쌓인 한이 많아서이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독실한 신자들이 많다보니 교회 뿐 아니라 수도원도 많을 수밖에! 게다가 무수한 전쟁을 겪는 과정에서 전란을 피해 교회는 깊은 산이나 벼랑 끝에 신앙처소를 만들게 되었으니, 수도원은 영성수련장인 동시에 대피소이기도 했다. 이베리아 반도에 위한 수도원의 이 같은 특징은 카탈루냐 지방 최고의 관광지로 꼽히는 몬세라트 수도원에서 그 전형을 찾아볼 수 있다. ‘톱으로 자른 산’이라는 어원을 가질 만큼 험준한 지형에 위치한 몬세라트 수도원에는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검은 성모상’이 있다. 이 조각상에는 무어인과의 전쟁이 극에 달하던 시기, 전란을 피해 몬세라트 지역의 험준한 동굴에 보관했던 것을 훗날 수도원에 두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물론 그에 대한 역사적 진위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이와 같은 이야기가 널리 회자되었던 데에는 이 지역에서 전쟁이 빈번했다는 것, 그리고 수도원이 위치한 지역으로 피신했었던 민중들의 삶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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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리아 인들이 삶의 자리에서 겪었던 고단함만큼이나 그 땅을 내리 쐬는 태양은 강렬하다. 고단함과 더위는 갈증을 불러오는 법! 그 때문인지 이 일대를 대표하는 맥주 역시 에스텔라, 엠버, 사그레스 등 청량감을 강조하는 라거 계열이 많다. 또 산 미구엘. 하이네켄 등의 다국적 라거 맥주가 스페인 맥주시장을 석권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스페인, 포르투갈 맥주시장의 대세와 달리 이 일대 수도원 및 수도원 전통의 양조장에서는 상면발효맥주를 생산해내고 있다. 예를 들어 포르투갈을 여행하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들리게 되는 리스본에는 ‘세르바자리아 트린다데(Cervejaria Trindade)’라는 수도원맥주 펍이 있는데, 라거가 주종을 이루는 일반적인 펍과 달리 포터, 밀맥주 등 다양한 에일 맥주를 만날 수 있다. 이곳 트린다데는 애초 수도원이 자리하고 있었다가 지진으로 파괴된 이후, 19세기 초반 세워진 맥주양조장을 통해 해당 수도원의 맥주 레시피를 계승한 맥주집이다. 아쉽게도 현재는 직접양조를 하지 않는 가스트 호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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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느낌에서 수도원은 속세와 분리된 곳, 그만큼 대단히 성스러운 공간이다. 반면, 술집, 그 중에도 맥줏집은 무척 시끌벅적한 세속의 영역이다. 그런데 무척 재미있게도 맥주는 이 둘을 무척 자연스럽게 연결해준다. 성과속의 분리, 그 이분법적 주객도식 해체의 장이 바로 맥줏집인 것이다.

우리들 삶의 자리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에는 이분법적 수직구도가 자리하고 있다. 갑과 을, 자본과 비자본, 소위 정상과 비정상, 남성 중심적 틀 속에서의 생물학적 남과 여, 지배자 인간과 그렇지 않은 동물 및 자연 등등등 말이다. 적어도 이 같은 구도가 지배하는 세상에 대해 ‘이건 쫌 아니지 않나?’하는 생각에 동의 할 수 있다면....... 체 게바라가 말했듯, 우리는 동지(同志), 곧 뜻이 같은 친구일 수 있겠다. 반가운 벗들이 만나는 자리에서 맥주가 빠질 수 있을까? 영화 ‘밀정’에서 이정출, 김우진, 약산 김원봉의 첫 만남, 그 어색하기 그지없던 자리가 쉴 틈 없이 마셔대던 술을 통해 의기투합의 장이 되었듯, 맥주 한 잔의 자리는 더 많은 친구들과 만나 더 재미있는 세상을 노래하는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재미나고 흥이 넘치는 자리는 마침내 뭐든 가진 것과 그렇지 못한 것으로 나누려드는 작자들로부터 이 세상을 좀 더 살맛나는 공간으로 바꿔가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수도원에서 만들어내 맥주가 삶의 자리 곳곳을 시원하게 적셔갔듯 말이다. 뭐 사실 이렇게 으리딱딱하지 않더라도.......맛있는 맥주를 마신다는 건 그 자체로 즐거운 일임에 분명하다! 

추신:
그동안 읽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오늘로 맥덕목사 시즌1 ‘수!도원 맥!주 탐지!’는 막을 내립니다. 조금 쉰 후에 맥덕목사 시즌2 ‘편!의점 맥!주 탐지!’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이후에도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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