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맥주를 탐하는 지식(여름휴가 특집) : 크래프트 맥주의 성지 부산, 어때요?

posted Aug 0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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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덕목사 시즌2

편의점 맥주를 탐하는 지식 여름휴가 특집

 

크래프트 맥주의 성지 부산, 어때요?

 

※ 아래의 내용 모두는 의학적 지식이 극히 희박한 저자의 극히 개인적 의견임을 밝힌다.

 

여름은 덥고 습하다. 한 걸음만 움직여도 땀을 뻘뻘 흘리는 내게 여름은 어렵다. 거기에 긴 비 내리는 장마철까지 더해진다면 그 어려움은 습한 공기만큼이나 버겁다. 하지만 더위가 극에 달할수록 혀에 닿는 맥주는 더 시원하고 단 법! 맥주마다 필요한 온도도 다르고 그에 따른 관리방법 역시 상이하지만, 맥주의 미덕이란 역시 시원함이 아닌가? 그러니 여름 휴가철은 그야말로 맥주를 가장 맛있게 마실 수 있는 기간이기도 하겠다. 

하지만 아쉽게도 겨울에 시작된 코로나19가 여름에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 때문에 올 여름 휴가 기간은 어딜 맘 편히 놀러 가기가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준비해보았다. 뜨거운 여름을 날려버릴 만큼 시원한 맥주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지속가능한 놀러 가기’를 보장할 여름휴가특집 부산 편!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은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도시 중 하나다. 한국 여기저기에 가볼 곳이 많겠지만, 그중 유독 부산을 휴가특집을 선정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부산엔 일단 바다가 있다. 바닷가에선 바람이 많이 분다. 부산을 제안하는 첫 번째 이유, 부산은 환기가 잘 된다는 거! 코로나19가 침방울 감염을 넘어 공기 중 전염이 우려되는 지금, 바람 잘 부는 동네만큼 기분 좋은 곳이 또 있을까? 바다를 향해 열린 창가에서 마시는 캔 맥주 한 잔! 생각만 해도 시원하고 안전한 느낌 가득하지 않을까 싶다. 

마실 동네는 선정되었으니 이제 맛있는 맥주만 찾으면 될 터! 알고 계시는가? 광안리를 포함해 수준 높은 크래프트 양조장이 널린 부산은 맥덕들에게 있어 ‘크래프트 맥주의 성지’로 추앙받는 곳이다. 이 중, 코로나19 감염위험을 낮추면서 맛난 맥주를 접할 수 있는 펍 세 군데를 소개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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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퍼지네이블 광안점(부산시 수영구 광안해변로 177, 1층)

 

더운 여름에 찾은 바닷가. 경치는 좋지만, 놀다 보면 문득 더위를 피하고 싶어지는 시점이 찾아온다. 이쯤 되면 가슴을 후벼팔 듯 시원하고 맛난 맥주 한 잔 간절해지기 마련! 퍼지네이블 광안점은 이 모든 욕망을 한 번에 해결해 주는 공간이다. 일단 광안리해수욕장에서 길만 건너면 되는 곳에 있어 접근성 짱이다. 해수욕하다가 삼보일배로 십오 분이면 맥주를 마시게 될 것이다. 또 해수욕장에 인접해 있는 관계로 펍의 바 공간에 앉으면 광안리 바다와 광안대교가 눈앞에 풍경화처럼 펼쳐진다. 오후 세 시 정도면 문을 열기 때문에 낮술도 가능하고, 낮엔 바닷가 쪽 창문을 모두 열어놓기 때문에 시원한 바닷바람이 콸콸 들어와 실내의 묵은 공기를 날려주는 것도 이 집의 매력이다. 

무엇보다 강력한 매력은 맥주에 있다. 퍼지네이블은 ‘부산 프라이드 브루어리’에서 빚은 맥주를 제공한다. 부산 프라이드는 2019년 후반기부터 맥주를 빚기 시작했다. 아직은 연식이 짧은 관계로 1급이라 말할 순 없지만, 복숭아가 가미된 밀맥주, 케일이 포함된 붉은 빛 IPA 등 개성 넘치는 맥주를 생산할 만큼 실력도, 실험정신도 이미 수준급이다. 저녁에는 예쁘게 조명이 들어온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바텐더의 화려한 쇼가 펼쳐지기도 하니, 볼거리와 마실거리를 한 방에 얻고 싶은 분들은 퍼지네이블로 가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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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 홀은 비교적 넓지만 경치를 만끽하려면 반드시 바 자리를 선점할 것!

 

 

2. 고릴라브루잉(부산시 수영구 광남로 125)

 

퍼지네이블의 맥주는 각각의 개성과 청량감이 넘치는 반면 묵직한 바디감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조금 아쉬움을 남길 것이다. 퍼지네이블에서 한 잔 후에도 아직 묵직한 한 방을 채우고 싶은 분들에게 고릴라브루잉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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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영국, 벨기에 등 서유럽 스타일이 가지는 분명함과 묵직함 가득한 맥주를 생산하는 고릴라브루잉은 광안리에서 브루펍(생산과 판매를 동시에 하는 공간)으로 시작했고, 최근 기장군에 양조장을 별도로 낼 만큼 그 명성은 가히 전국구라 하겠다. 해운대에도 펍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처음 출발지인 광안리펍을 좋아한다. 광안리 고릴라펍은 2층에 있는데, 자연스럽게 사회적 거리두기가 될 정도로 넓은 홀에 테이블의 앞 뒤 간격도 넓다. 이곳을 처음 들른 분들은 벽면 가득 자리한 탭과 그만큼 다양한 맥주 이름들이 적힌 메뉴판에 놀라게 될 것이다. 가격이 조금 높긴 하지만 아직 슬퍼하긴 이르다. 고릴라의 샘플잔은 여느 펍의 잔들보다 커서 포만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니, 주량이 세지 않거나 경제적 음주를 하고 싶은 분들에게 매우 유용하다. 이곳 맥주들은 대부분 파워풀하다. 그러니 맛난다고 벌컥벌컥 마시다간 두 어 잔 만에 오르는 취기를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겠다. 한국 음주문화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안주’가 아닐까? 고릴라의 안주들은 모두 술맛을 돋우지만 그중 특히 화덕에 구운 ‘마르게리타 피자’를 추천하고 싶다. 바삭한 도우 위에 촉촉한 치즈와 채소들은 힘 있는 맥주들로 충격받은 입과 위에 한없는 부드러움과 편안함을 선사한다. 부산에 계시거나 이런저런 일로 부산에 갔다가 잠시 시간을 내 맥주 한잔하고 싶은 분, 광안리에 놀다가 든든한 저녁과 함께 맥주 한잔하고 싶은 분이라면 꼭 들러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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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와일드웨이브 브루잉(부산시 해운대구 송정중앙로5번길 106-1)                   

 

‘맥주 맛이 다 거기에서 거기 아니야?’

이 말에 동의하시는 분, 또는 이런 말을 하는 친구의 생각을 바꿔주고 싶은 욕망을 가진 분에게 권하고 싶은 공간이다. 브루펍인 와일드웨이브는 국내에서 맛보기 어려운 사우어 맥주들을 전문적으로 생산한다. 사우어계열의 맥주들은 브렛효모 특유의 새콤달콤함과 풍부한 향을 그 특징으로 한다. 와일드웨이브의 간판은 ‘설레임’인데, 익숙하지 않은 이에겐 알코올 섞인 요구르트인가 싶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하지만 계속 마시다 보면 점차 느껴지는 여러 가지 과일 향과 뒷맛의 개운함, 그리고 입안을 깔끔하게 해주는 새콤함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송정해변 근처에 위치한 와일드웨이브브루어리에는 비교적 넓은 마당이 있어 술 마시다 신선한 바람을 폐에 넣고 싶은 분들은 잠시 나왔다 들어가도 좋겠다. 1664블랑이나 호가든, 세종이나 두체스 드 브루고뉴 등의 맥주를 선호하는 분들, 그리고 천편일률적인 맥주를 넘어 다른 맛에 도전해 보고 싶은 분들, 송정해변에서 놀다가 깔끔하게 하루를 마치고 싶은 분들에게 강력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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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주말엔 낮술이 가능하고 수요일 테이크아웃 때는 반값 할인을 해준다. 브루어리 투어가 정해져 있고, 말만 잘하면 그 즉시 양조장 내부를 둘러볼 수 있게 해 줄만큼 인심이 후하다. 혹시 송정까지 가기에 시간이 부족한 분이라면 와일드웨이브 광안펍을 가보시길! 개성 넘치는 맥주와 함께 광안리 해변의 경치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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