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여는글]

a6de88

생거진천 심거길목(生居鎭川 心居吉牧)

posted Jul 28, 2018
Extra Form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maxresdefault-1resize.jpg

진천의 농다리축제 모습

 

“살아서는 진천땅이 좋고, 죽어서는 용인땅이 좋다(生居鎭川 死居龍仁)”는 잘 알려진 속담(?)이 있습니다.

이 고사는 자기 혼령으로 남의 육신을 살아가야 했던 추천석의 전설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지는데요, 그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개해 드립니다.

 

진천 땅에 농부 추천석이 가족들과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저승사자가 용인 땅의 추천석을 데려와야 하는데 이름과 생년월일이 같다는 이유로 그만 진천 땅의 농부 추천석을 데려온 것이다. 그 바람에 잘못 저승으로 간 진천 땅의 농부 추천석은 이승으로 돌아왔으나 이미 가족들이 장례를 치르고 육신을 땅에 묻은 뒤였기 때문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한편, 저승사자는 용인 땅의 선비 추천석을 데려왔고 그 시신에 진천 땅의 농부 추천석 원령이 들어갔다. 그 바람에 진천 땅의 추천석은 용인 땅 추천석 육신을 빌어 회생하여 곧바로 진천 땅의 가족들을 만나려 했으나 용인 땅의 추천석 가족들이 막았고, 아울러 진천 땅의 추천석 가족들도 믿지 않았다. 결국 모두 관아로 끌려갔는데 고을 원님은 “자초지종을 들어본즉 지금의 저 추천석은 진천에서 살던 추천석의 혼이 틀림없다. 그러므로 생거진천(生居鎭川) 사거용인(死去龍仁)할 것을 판결하노니, 양가의 가족은 그대로 실행토록 하라!”라고 판결하였다.

그리하여 진천 땅 추천석의 혼이 들어간 그 사내는 자기의 주장대로 진천 땅에서 생전의 가족과 함께 살았고, 이후 세상을 뜨자 그 육신은 본래 용인 땅에 살았던 추천석의 것이므로 그곳 가족이 찾아가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마도 전설과는 별개로도 충청북도 진천 지방은 옛날부터 토지가 비옥하고 한파와 수해가 별로 없어 농경이 순조롭고 산물이 풍성하며, 사람들 인심 또한 넉넉하여 살만한 곳이었기에 물 맑고 공기 좋은 땅 ‘생거진천’이라 불리었던 것이겠지요.

안녕하세요, 홍태영입니다. 이른 아침 진천에서 인사드립니다. 저는 올해 5월부터 업무 차 이곳 충북혁신도시에 내려와 출장근무하고 있습니다. 길목과 향린으로부터 물리적으로 공간적으로 멀어진 낯선 지방에서 저보다 먼저 내려와 계신 김지수 조합원님을 다행히도 가끔씩 만나 길목협동조합 충북지부 모임으로 꽁냥꽁냥 대화꽃을 피워가며 적적함을 달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습관적으로 매일같이 퇴근길마다 명동에 들러 인문학강와 월례강좌를 듣고 그리고 실행위원회 회의며 각종 길목의 행사와 소식을 나누는 삶을 보내던 제게 바빌론유수와 같은 분리의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다만 그 와중에 아침마다 열어보는 반가운 ‘공감편지 길목’과 길목인 소식지는 목마른 사슴이 만난 시냇물처럼 기쁘고 즐거운 복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길목인과 공감편지로 생각과 명상을 나누며 비록 몸은 진천에 거하고 있지만, 마음은 늘 길목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저처럼 타지에서 기쁜 소식을 반기는 여러 길목가족분이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매번 정성으로 준비해주시는 편집위원과 공감편지 필진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한, 그리운 고상균 조합원의 말씀에 의하면 이곳 진천군 덕산면의 술도가에서 빚는 ‘덕산막걸리’가 전통이 오래되어 예부터 효모를 잘 지켜와 그 맛이 일품(가격도 착하답니다)이라는데, 이 폭염이 걷히고 선선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면 가을 길목의 향토기행을 진천으로 오셔서 여행과 함께 술잔에 스미는 인문학 현장학습을 하시면 어떨까요?! 버선발로 뛰어나가 벗님네들 오시는 길 마중하겠습니다~!

이제 8월입니다, 몹시도 무덥지만 그런 만큼 가을도 ‘곧’ 이겠죠? 한 여름밤의 행복한 꿈 많이 꾸시면서 열대야를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모두 건강하게 여름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홍태영-프로필이미지.gif

 


  1. '국뽕'에 취해 살기

    '국뽕'이란 속어가 있다. 인터넷 오픈 백과사전 나무위키는 국뽕을 ‘자국에 대한 환상에 도취되어 현실을 보지 않는, 맹목적으로 자국을 찬양하는 행태를 비꼬는 인터넷 신조어로, 국가와 히로뽕의 합성어이다. 무언가에 기분 좋게 취해 즐기는...
    Date2022.07.05 Views67
    Read More
  2. 6월이다. 6.10과 6.25가 나란히 있는...

    그는 열아홉에 원양어선을 탔다고 했다. 일찍 학교 문을 나와버린 그가 선택한 뱃일은 그의 일생의 업이 되었다. 타고난 체격에 얼마간 고등학교에 붙어 있을 무렵 럭비부에서 근육과 뼈에 힘을 다져 넣었던 탓에 첫 일로 먼바다에서의 어부가 가능하였으리라....
    Date2022.06.02 Views126
    Read More
  3. 초록초록으로 물들어가는 푸른 달

    이 산 저 산, 연둣빛이 가시고 온통 초록초록으로 물들어가는 푸른 달 5월입니다.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정도로 코로나19의 위협이 완화된 지금, 지난 2년 남짓의 삶을 돌아봅니다. 팬데믹과 함께 제시된 새로운 삶의 표준(New Normal)에 적응하여 변화하고...
    Date2022.05.03 Views154
    Read More
  4. 새로 시작하는 4월

    드디어 4월입니다. 눈을 들면 온통 꽃 천지입니다. 하얀 매화, 노란 산수유, 개나리와 민들레, 분홍 진달래, 진분홍 복사꽃, 우아한 흰 목련…… 메마른 겨우내 꽃피는 봄날은 기다렸습니다. 생명이 소생하는 4월은 부르는 이름도 많고 기억할 일...
    Date2022.04.05 Views179
    Read More
  5. 검은 호랑이 해

    검은 호랑이 해 올해가 시작한지 두 달이 지나 벌써 3월이 되었습니다. 봄의 기운이 서서히 일어나는 듯 베란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이 산은 앙상한 가지 사이로 푸른 잎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오늘은 역사적인 하루, 2022년 3월 9일 20대 대통령 선...
    Date2022.03.09 Views155
    Read More
  6. 검은 호랑이 해

    검은 호랑이 해 코로나 19가 아직도 우리의 삶을 어렵게 하고 있지만, 올해부터는 기지개를 켜고 여러 활동을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2월에 청년 활동을 시작하고, 3월부터는 서울 성곽문화기행을 시작으로 그동안 중단되었던 대면 활동들을 재개하려고 합...
    Date2022.02.04 Views143
    Read More
  7. ‘자산어보’에서 길목을 보다!

    ‘자산어보’에서 길목을 보다!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불과 1년 전 2021년을 맞이했던 송년의 마음처럼 희비가 교차하는 심정으로 새해를 맞았습니다. 지난 1년 코로나의 질곡을 함께 헤쳐나온 길목의 조합원과 후원회원 모두의 평안...
    Date2022.01.03 Views166
    Read More
  8. 공감과 좌절

    공감과 좌절 ‘선생님은 내 편을 들어주지 않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 편만 들어주는 것 같아요. 그런 선생님이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 것 같아서 몹시 화가 나요.’ ‘선생님은 변했어요. 선생님이 처음에는 부드럽고 따뜻했는데, 이제는 아주...
    Date2021.12.04 Views169
    Read More
  9. 세월의 두께만큼 쌓인 관성을 깨기 위해서

    세월의 두께만큼 쌓인 관성을 깨기 위해서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대선 정국에서 난데없이 한 야당의 유력 후보가 전두환에게 배울 게 있다고 해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습니다. 발언 영상과 그 이후의 유감 표명 영상까지 보니 평소 생각이 드러난 것 같...
    Date2021.11.01 Views139
    Read More
  10. 길목을 생각하며

    길목을 생각하며 11년 전에 제가 처음 접했던 향린공동체는 경이로움과 기쁨의 그 자체였습니다. 오랫동안(모태신앙, 49세까지 보수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다 들꽃향린교회를 출석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신앙과 삶을 발견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나의 안...
    Date2021.09.28 Views14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Next
/ 8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