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옥경 77

나는 고발한다 - 드레퓌스 사건과 지식인의 양심

나는 고발한다

- 드레퓌스 사건과 지식인의 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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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전진하고 있고, 아무것도 그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 못하리라."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된 <나는 고발한다!>를 쓴 저자 에밀 졸라의 메달에 새겨진 글이다. 1897년 12월부터 1900년 12월까지 3년 동안 드레퓌스 사건에 대해 에밀 졸라가 언론매체에 기고하고 팸플릿 형식으로 발표한 글을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 바로 <나는 고발한다>이다. 도발적이고 호전적인 제목으로 국가권력에 직격탄을 날린 에밀 졸라는 드레퓌스 사건의 진실을 알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1894년 10월 31일 독일을 위해 스파이 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한 프랑스 장교가 체포되었다. 드레퓌스 대위는 군사 법정에서 반역죄로 종신 유배형을 선고받았다. 그때부터 그는 더 이상 한 사람의 인간이 아니라 반역자로 취급받았고, 그가 조국을 배반하고 군사정보를 적의 손아귀에 넘겼다는 지극히 추상적인 생각이 공공연한 사실로 퍼졌다. 뚜렷한 증거도 없으면서 유대인이라는 이유도 죄인으로 간주하는데 한몫을 한다. 아무도 재판관들의 양식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몇 사람이 의혹을 품었고 그들은 가장 중요한 증거, 즉 재판관들이 내세웠던 유일한 증거 문서가 실은 드레퓌스의 작품이 아니라 다른 인물의 작품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사실이 공개되고, 드레퓌스의 형이 그 다른 인물을 고발했다. 이것이 새로운 소송이 제기된 과정이다. 너무나도 단순한 사실에 여론은 반역자를 구하기 위한 계략과 검은 음모가 있다고 몰아세운다. 군사 법정은 무고함이 틀림없는 한 대위에게 반역죄를 뒤집어씌워 단죄했다. 공개적인 군적 박탈, 머나먼 섬으로의 유형, 더할 나위 없이 가혹한 군중의 저주가 가해진다. 하지만 그가 무고하다고 믿는 몇몇 양심 있는 사람들이 시대의 광기와 분노에 맞서 진실에 대한 확신과 집념으로 헌신적으로 행동한다. 가증스러운 언론 캠페인에 의해 오도되고 흥분된 여론 앞에 놓인 그들은 지위, 재산, 그리고 행복마저도 버리고 정의를 구현하지 못한다면 절대 살 수 없다는 집념으로 신성한 의무에 모든 것을 바친다. 12년에 걸친 재판으로 드레퓌스는 무죄로 밝혀진다.

 

1870년 보불전쟁에서 독일에 치욕적인 패배를 당한 이후 프랑스에서는 격심한 대독 적대감이 만연해 있었다. 프랑스의 대외 정책이 온통 독일을 향한 복수에 집중된 시기다. 이 같은 적대감은 프랑스와 독일 사이의 치열한 첩보전을 촉발했고 문제가 된 피고는 유대인이었다. 단순한 정보원 사건이 시대를 대표하는 역사적 사건으로 비화한 배경에는 바로 내셔널리즘과 반유대주의 열풍이 있었다. 여론의 호도로 말미암아 정의의 관념이 희미해져 가는 청년들과 학생들에게 에밀 졸라는 진실과 정의의 세상을 향해 함께 가자고 호소한다. 인간성을 지키라고 관용을 잃지 말라고 설득한다. 또한, 사건을 은폐하려 한 군 수뇌부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1898년 1월 13일 자 <로로르>에 발표된 격문 <나는 고발한다>는 단 몇 시간 만에 30만 부가 팔렸다. 학생, 작가, 예술가, 과학자, 교수들의 대대적 지지가 이어졌다. 이 글은 에밀 졸라 인생의 전환점이자 프랑스 역사의 전환점이었다. 꺼져가던 드레퓌스 사건의 재심 운동의 불씨가 이 한 편의 글로써 다시 활화산처럼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글쓰기를 통한 진실과 정의의 역사 창조는 그에게 실로 가혹한 대가를 요구했다. 에밀 졸라는 15차례의 공판 끝에 법정 최고형인 징역 1년에 벌금 3,000프랑을 선고받았다. 진실을 알리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쳐 헌신한 그에게 마지막으로 돌아온 것은 의문의 가스 중독사다. 아무도 말하지 않으려는 진실을 파헤치는 것은 목숨과 맞바꿀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자만이 가능하리라. 

 

에밀 졸라는 <나는 고발한다> 발표 이후 국가적 배신자의 상징과 동시에 양심적 지식인의 상징이 되었다. 그의 유해는 시민들의 애도 속에 1908년 6월 6일 팡테옹으로 이장되었다. 시대의 증인이자 실천하는 지식인 에밀 졸라의 담대함도 주목할 만하지만, 그와 함께 뜻을 같이하는 동역자가 없었다면 진실은 영원히 가려지지 않았을까. 에밀 졸라에 의하면 <로로르>는 경탄할 만한 용기와 독립 정신으로 의견 표명을 하는 언론으로 그의 피난처이자, 그가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는 자유와 진실의 법정이라고 극찬했다. 

 

"진실은 땅속에서 전진하며, 어느 날 문득 도처에서 발아하며, 마침내 거대한 복수의 초목으로 자라날 것입니다." 한구석에 틀어박혀 자기 일에 몰두하는 고독한 이야기꾼일 뿐이라고 고백하는 에밀 졸라가 보여준 행동하는 양심과 위대한 글의 힘은 지금 우리에게 여전히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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