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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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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충청도의 모 중학교 선생님들 앞에서 '남자청소년에게 다가가기'라는 주제로 강의할 기회가 있었다. 학교장님부터 젠더감수성과 성/평등교육에 진심인 학교였다, 해서 처음엔 학교자체 연수로 기획했다가 같은 주제에 관심 있는 인근 학교 교사 분들까지 오시는 자리가 되었다.

 

사실 그렇다. 현장의 고민과 또 그에 대한 해결책에 대해 누구보다 많은 경험을 가진 분들이 일선 교사들이실 텐데, 그 앞에서 감 나와라, 배 나와라(그런데 하고많은 과일 중 유독 감과 배일까? 급 궁금해진다!) 하기보단 듣고 이야기 나누는 게 더 좋겠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할 일은 또 해야 할 것이니.......

 

남자청소년.......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한동안의 침묵이 폭소로 바뀐 것은 조용하게 웃으며 '짐승.......'이라 답한 선생님 때문이었다. 이에 기다렸다는 듯 동의, 또 왜 그런가에 대해, 한편으론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말씀하셨다. 남자청소년에게 다가가기 강의는 이렇게 짐승과 인간 사이에 위치한 개체들에 대한 존재규정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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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젠더 감수성에 대한 적대감, 성교육 현장 최대의 난제, 여학생에 비해 성평등 감수성과 인지능력 등에서 현저히 떨어지는 참여집단 등등등....... 이 같은 문제는 기성정치권에 의해 다분히 조장되었다 할 수 있는 '이대남'으로 이어지면서 아예 특정 연령대 남성들의 대표적 특징으로 고착되는 듯하다.

 

뭐, 사실 많은 부분에서 그런 면이 있다. 하지만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고(이게 이럴 때 쓰는 표현인가 싶긴 하지만 아무튼!) 그 같은 면이 나타나는 데는 어떤 이유가 있지 않을까? 여러 가지 이유 중에 오늘은 우선 학교 현장의 문제를 짚고 싶다.

 

먼저, 성평등 교육을 충실히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인문계 고등학교의 경우, 입시에 도움 되지 않는 성평등교육에 대해 시간도, 예산도 무척 박하다. 쓸데없는 거 하지 말라고 항의하는 부모님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정해진 교육시간을 아니 맞출 수 없으니, 많은 현장이 한두 시간 방송실에다 강사를 불러놓고, 전교생이 TV를 보는 것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다. 함께 나누는 이야기와 활동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교육 특성상 이 같은 상황은 강의효과를 극단적으로 반감시킨다. 활동은 고사하고, 설령 열심히 시청하다 드는 궁금함이 있어도 각 반에 위치한 교사들이 관심이 없거나 잘 알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말짱 꽝! 이런 교육이라도 배치해 보려 고군분투하는 보건교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슬프다.

 

둘째, 교사들의 성평등 인식이 일정하지 않다.

그런 경우가 있었다. 서울 강남구의 모 중학교에서 성/평등교육 담당교사와 인사를 나누던 중,

 

우리 학생들은 부모님들이 모두 훌륭한 분들이고, 학생들도 앞으로 모두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사람들인데 어쩌고 불라불라....... 얼마 전에 여선생님에 대한 성희롱 사건이 있었지 뭐예요. 젊고 예쁜 여선생님들이 많아서 그런가? 아무쪼록 따끔하게 혼 좀 내주세요.

 

정말이지, 학생교육을 중단하고 그 시간에 교사교육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심각하게 생각했었다. 특정 학교, 특정 교사의 문제라 치부할 수 도 있겠다. 하지만 사회적 지배층이면 모두 훌륭한 사람들이고, 이 같은 사회적 계급은 당연히 대물림된다는 인식에다가 성폭력은 피해자가 예쁘기 때문에 발생하고 성/평등교육이 무슨 범죄예방시간이라 여기는, 이 기막힌 생각들까지 탑재한 자가 교사인 상황에서 남자청소년들이 젠더감수성 뿜뿜이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아니겠는가? 그리고 안타깝게도 학생들에게 막말과 욕설을 시전 하는 교사, 페미니즘을 말하면 온통 얼굴을 구기고 있거나 '난 기분 나빠'를 알게 하겠다는 듯 교실을 박차고 나가버리는 교사, '기집애 같이・남자자식이' 등의 발언을 제일 많이 하는 사람으로 참여인들이 지목하는 것이 또한 교사인 상황은 거의 대부분의 학교에서 겪는 일이다.

 

3

 

학교가 바뀌어야 한다. 같은 재단, 한 운동장을 사용하는 남자 중, 여자 중에 똑같은 학교 꽃인 목련에 대해 남자 중은 '건아의 진취적인 기상을 나타낸다'라고 설명하는 반면, '단정하고 우아한 용모를 상징한다.'라는 여자 중의 언급이 존재하는 한, 해당학교를 지나는 남자청소년에게 성평등감수성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성평등교육 참여인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가 학교 운영, 조직 구성, 교훈과 목표부터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아울러 사교육에서는 절대 하지 못할 교육주제들을 구현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형성된 성평등한 학교를 중심으로 성평등한 마을, 성평등 타운을 형성해 갈 때, 짐승과 비슷하다 규정되고 어떤 면에선 매도되는 그들이 전인격적이고 건강한 남자 사람으로 성장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학교에서 강의 시작 전, '이 학교가 젠더감수성에 기반한 공동체가 되었으면 한다.'며 앞으로도 필요한 부분을 협력해 가자던 학교장님의 열정에 나는 감동했다. 그 같은 바람과 의지가 한 단 한 단 쌓이다 보면 어떤 변화는 시작되고 있을 것이다. 비록 그 연수에 해당학교 소속 남자 평교사들은 여전히 한 명도 오지 않았지만 말이다.

 

학교를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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