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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에 풀 마라톤을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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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武人들을 만나다

 

먹물들 틈바구니에서 오십여 년을 살았다.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폄하할 의도가 아니다. 칼보다 강한 붓으로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나도 그렇지만 대개 그들은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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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8,230번째로 들어왔다. 내 앞에서 옆에서 뒤에서 달리는 러너들은 무인들이다. 풀 주자는 무림의 고수가 풍기는 독특한 아우라가 있다. 그들은 무심한 얼굴로 무덤덤한 표정으로 묵묵히 한다. 필요한 건 몸에 각인된 촘촘한 근육 그리고 인내.

 

그들 틈에 섞여 있다는 것, 그들과 함께한다는 건 역시 보통일이 아니다. 헤어 나오기 어려운 새 세상을 맞닥뜨린 것 같다.

 

 

2. 스무 살 이후 콜라를 의도적으로 멀리하였다

 

미국을 제국주의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여러 사실을 접하고 콜라를 마시지 않았다. 습관이 되고 나니 안 먹어도 사는 데 큰 불편함이 없었다. 미국서 7년이나 살았는데도 말이다.

 

오늘 응원 나온 시민들 건네는 컵을 4번 받았는데 공교롭게 모두 콜라가 든 잔이다. 내가 콜라를 마시든 마시지 않든 뭐가 대수랴! 하지만 무작위로 받아 든 4잔째부터는 완악한 마음을 좀 누그러뜨리며 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 지난 10년을 수치로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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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무게는 정확히 평균으로 회귀했고 근골격량은 늘었으며 체지방은 감소했다. 달리며 생긴 변화다. 먹물 역시 빠지고 있다. 세상사 좀 너그럽게 보고 싶다. 그렇게 마음이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달리면 누구나 변한다!

 

사족: 지하철을 반대 방향으로 탔다. 덕분에 냉탕에서 몸을 담그며 희미해져 가던 기억을 용케 불러올 수 있었다. 몇 자라도 남겼으니 이정표를 잘못 본 내 탓을 할 일도 아니고, 돌아가는 걸 나쁘게 볼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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