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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에서 자유를 생각하다

장엄한 계룡의 겨울은 눈발을 날리다 햇살을 비추다 변화무쌍하다.

정월 보름으로 가는 낮달이 하늘에서 빛난다.

높은 하늘, 계룡의 산세보다 유려한 곡선으로 낮달 주변을 선회하는 독수리는 찰나의 순간만 허락하였다.

그 사이 고개를 들지 않았다면 이런 상념도 오지 않았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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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에서 어찌 김수영이 떠올랐을까?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웠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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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지리가 푸른 하늘을 제압할 수 있을까?

잠시 창공의 유유한 선회를 선보이고 독수리는 시야에서 멀어졌다.

나는 자유로운가 다시 물었다.

 

김남주의 자유를 되뇌던 시절이 있었다.

노래로 만들어진 그의 자유는 처절하다.

 

만인을 위해 내가 일할 때 나는 자유

땀 흘려 함께 일하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계룡산 산행은 몇 가지 우연이 중첩되며 결정되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두 개나 연속해 있었던 약속이 미루어진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새벽에 탄 택시가 하마터면 버스 시간을 맞추지 못해 불발할 뻔하였다. 신호등의 도움 덕에 발차 직전 무사히 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는 실로 우연한 행운의 연속일 뿐인가?

 

자유를 다시 소환하여 이런저런 상념이 오가는 사이 무릎을 치게 하는 탁견이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이라는 동화책의 어떤 장면에서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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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진 가장 큰 자유

그 자유는 다름 아닌 나의 대처, 나의 선택, 나의 의지라는 소년과 두더지와의 대화에서 나는 혼란한 머릿속이 시원해지며 계룡의 하늘과 독수리와 그 유유한 선회가 다시 떠오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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