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진의 홀로요리 5 - 새벽기도는 텅 빈 마음의 언어였어요

posted Jan 3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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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진의 홀로요리 5 : 새벽기도는 텅 빈 마음의 언어였어요


토스트 . 구멍 난 가슴처럼 텅 빈 빵을 메꿔요.

가만히 길을 걷다보면 찬바람이 후욱하고 지나가요.
갑자기 가슴이 시리죠.

텅 빈 가슴은 그냥 시려요.
시린 이를 대신해서 임플란트라도 넣고 싶은 마음이라고나 할까

메꿔진 줄 알았는데, 가슴속에 텅 빈 공간이 있음을 발견하는 것이죠.
잇몸에는 인사돌처럼 빈 마음에는 어떤 약이 있었으면 해요.

구멍 난 가슴을 메꿨는데, 예전의 한옥집의 문처럼 얇은 문풍지였나 봐요.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게 있다가 찬바람이 후욱 들어오는 것이죠.

예전에 우리의 미래가 바다 속에 떠밀려갈 때
우리 모두는 그 동안 10년의 세월 동안 구멍 나 있음을 그제야 알았던 거죠.

그리고
화염이 감춰진, 너무나 새로워진 용산역 주변을 걸을 때도 그렇고
일곱째별님의 르포를 읽고 나서 가만히 하늘을 볼 때도 그렇고
찬바람이 후욱 불죠. 그 찬바람이 큰 들불이 되는 기름으로 변하죠.

가장 시각적으로 잘 표현한 것은
군부출신의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박재동 화백이 그린 그림일 거예요.

 

 

사진_한겨레그림-1_resize.gif

출처 - 한겨레신문사 / 박재동화백의 한겨레 그림판 1992.12.22
 

그러다가 또 사람들은 길을 걷다보면
자신의 내면이 부끄러워질 때가 있고
부모님 생각이 나고
자식걱정 하느라 가슴이 비워질 때가 있죠.
누군가 그리워서도 이겠고요.
외로워서도 그럴 수 있고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고 비참해서 느끼는 감정일 수도 있어요.
또는 걱정거리들이 켜켜이 쌓여서요.

왜 엄마가 아침마다 새벽마다 , 그보다 그전에 할머니가 아침마다 새벽마다
기도를 열심히 하셨는지 알겠어요.
그건 구복신앙에 바탕을 둔 마음이 아니라
가족, 자식들을 위해 불안한 마음과 텅 빈 마음을 달래려는 언어였어요.

새벽기도는 텅 빈 마음의 언어였어요.

오늘은 텅 빈 마음을 안고 집에 왔어요.
따뜻한 빵을 어떻게 먹을까요.

오늘은 간단히 토스트를 먹으려고 해요. 사실 간단하지가 않네요.
그냥 빵과 계란프라이를 하고 햄하고 치즈를 올리면 되는데요
좀 복잡하게 모양을 만들어서 먹는 거예요.
그러나 그 부드러운 맛을 맛보고는 놀랠 겁니다.
특히 딱딱한 바게트 빵에 어울리는 토스트예요.

오늘은 그냥 식빵을 해볼까 해요.

자 이제 홀로요리를 해 볼게요

먼저 식빵을 네모나게 오려둡니다.
가슴이 뻥 뚫린 빵이 되죠.

 

 

그림2-2_resize.jpg

식빵..사실 이 토스트는 딱딱하고 오래된 바게트가 어울려요

 


네모나게 자르면 이런 모양이죠.
 

 

그림3-3_resize.jpg

뻥 뚫린 식빵

 

 

그리고 계란을 하나 깨고요, 남은 식재료를 넣어요. 저는 마늘을 많이 넣었어요.
보통 남은 양파나 그런 거 넣어주면 되요. 그리고 잘 저어요. 후추도 조금 넣고요.
이따가 치즈와 햄을 넣을 거여서 꼭 소금을 안 넣어도 될 거 같아요. 취향대로.

 

 

그림4-4_resize.jpg

계란과 각 재료를 넣어 섞어줍니다

 

 

그럼 프라이팬을 약불로 놓고요. 식빵을 가운데 올려놓아요.
그리고 가운데 버터를 티 숟가락으로 한 스푼 올려놓죠.

 

 

그림5-5_resize.jpg

후라이팬 위에 빵을 놓습니다

 

 

버터가 녹으면 그 가슴 뚫린 빵 위에 따뜻하게 계란을 부어주세요.
그러면 계란이 흘러가지 않고 익어가며 빵 안에서
빈자리를 메꾸어 줄 겁니다.

 

 

그림6-6_resize.jpg

빈자리를 따뜻하게 메꿔 주세요

 

 

빵 안의 계란이 완전히 익진 않아요. 그 위에 여러분의 취향대로 올려주시면 돼요.
저는 배춧잎 하나 남은 것을 살짝 익혀서 올렸고요.
그 다음 햄을 올렸습니다.

배추는 나름 채소를 곁들이는 것이고요. 햄은 말해 뭣 하겠어요. 맛있으니까.
그 다음이 중요해요.
치즈는 꼭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접착제 역할을 하거든요

 

 

그림7-7_resize.jpg

간단한 채소가 있으면 넣어도 되고요

 

 

그림8-8_resize.jpg

짭조름한 햄을 올립니다

 

 

그림9-9_resize.jpg

치즈를 올립니다. 꼭 치즈가 있어야 해요

 

 

저는 치즈를 두 장으로 잘 깔고요. 치즈가 열을 받아 살짝 물렁해질 때가 있어요.
그때 그 위로 아까 잘라 두었던 식빵을 올려둡니다.

 

 

그림-10-10_resize.jpg

잘라두었던 빵을 올려둡니다. 치즈가 접착제 역할!!

 

 

그리고는 빵을 뒤집어 주세요. 그래서 빵을 구워주시면 됩니다.
그렇게 해서 놓아두면 사진 같이 이쁘게 됩니다.

 

 

그림11-11_resize.jpg

가슴을 메꾸어 주는 토스트입니다

 

 

곁들임으로는 토마토를 준비했어요. 물을 자작 넣고 끓입니다.
다 익으면 그릇에 물과 담아두세요. 그리고 올리브유를 살짝 뿌려주고
발사믹 식초가 있으면 넣어주면 돼요.

사진에는 제가 키웠던 비트 피클의 물을 좀 넣었더니 붉은 색이 화려하네요.

 

 

그림12-12_resize.jpg

물을 자작하게 해서 토마토를 익힌 후 올리브기름을 살짝 넣어주면 돼요

 

 

그림13-13_resize.jpg

삶은 물을 버리지 말고 그 위에 올리브기름을 살짝 올려주세요

 

 

이 토마토 스프는 아침에 속을 따뜻하게 해주고 국물 한 사발 떠먹는 기분이 들거든요.
 

 

 

그림-14-14_resize.jpg

당신의 텅 빈 가슴을 메꾸어 줄 토스트 완성
 

 

이렇게 해서 당신의 텅 빈 가슴을 메꾸어주는 토스트와 토마토스프를 만들어 봤어요.
따뜻하고 부드러운 계란하고, 햄의 짭조름하고 치즈의 질척거리는 부드러운 토스트예요.

복잡한 과정이지만 이것도 가슴 뚫린 빵을 메꾸기 위함이죠.
뚫린 가슴을 메꿀 수 없다면 위장은 메꿔야 하니까요.

자 따뜻할 때 맛있게 드셔보세요.
당신이 혼자 있더라도
누군가 당신을 위해 기도하는 것을 느낄 것이에요.

 

 

그림15-15_resize.jpg

부드러운 토스트를 느껴보세요

 

현우진-프로필이미지.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