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 아이스 카페라떼 보다 더덕구이

posted Feb 0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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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카페 냉장고에 진열된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보기만 해도 오한이 듭니다. 차가운 야채샐러드를 보기만 해도 춥습니다.

평생 먹지 못할 것 있다면 저는 아마 한겨울 아침 빈속에 먹는 아이스 카페 라테일 겁니다. 출근길 젊은 직원들이 하나씩 들고 가는 겨울날의 아이스 까페라떼를 보기만 해도 저는 설사가 유발할 정도입니다.

 

게다가 저는 한 여름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잘 먹지 않습니다. 아마도 출생의 비밀이 있기 때문입니다.

 

야행성 기운을 가진 띠의 해에, 추운 겨울에, 동지가 가까운 날이라 밤이 긴 날에, 아주 추운 밤 시간에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냉기를 품고 태어났을 겁니다.

 

그러다 보니 따뜻한 기운을 좋아합니다. 따뜻한 기운을 내는 건 따뜻한 아메리카노 그리고 돈, 또 하나는 ……. 생략하겠습니다.

 

음식도 앞에서 말했듯이 따뜻한 기운이 있는 것이 좋습니다.

 

이파리가 가득한 샐러드는 몸에 열이 많으신 분이 드시면 좋습니다. 잎은 햇빛을 많이 받으니 기운이 오히려 차갑습니다. 배추잎은 차가운 기운이니까 열을 내는 고춧가루를 섞어 김치를 만드는 이유가 있는 겁니다. 결국 김치는 몸이 더운 사람, 몸이 추운 사람 모두에게 맞는 음식입니다.

 

그러니 몸이 차가운 사람은 현미밥에 샐러드로 다이어트를 하면 안 됩니다. 더 나쁜 것은 뜨거운 녹차를 마시며 몸을 데우는 것도 안 좋죠. 녹차는 머리를 식히고 몸을 차갑게 만듭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람들이 잘 먹고 잘 싸고 몸이 커지면서 차가운 음식, 더운 음식 가릴 필요가 없어졌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몸이 음식에 반응하는 것이 민감해졌지만 최근에는 그렇지도 않습니다. 몸이 커지고 많은 음식을 섭취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는 출생의 비밀을 위에 말했듯이 냉기를 머금고 태어났습니다. 그러다 보니 춥고 마르고 어두운 곳에 살아남으려는 코스프레를 자주 하고는 합니다. 저의 DNA와 뇌는 춥고 어둡고 메마른 곳에 태어났으니, 지금 살아남으라는 지시를 자주 하고는 합니다.

 

아무도 저의 환경을 춥고 어둡고 메마르게 여기지 않기 때문에 "코스프레"라고 표현한 겁니다. 그러다 보니 미래에 대한 생존에 대한 고민, 현재 환경에 대한 분석 등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마치 시베리안 허스키가 따뜻한 한국에서 살아도 시베리아 체질의 털옷을 입듯이 저의 머릿속에도 추운 북반구의 계절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겨울에는 저장할 식량이 없듯이, 생존을 위해서 지금 급히 먹어 두어야 합니다. 저의 인생도 저장할 습관과 미래를 위한 계획수립 능력이 다소 부족합니다. 지금 당장 살아야 하고 지금 즐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추운 겨울밤에 미래를 위해 차근차근 생각하기보다는 당장 부들부들 떨고 배고픔을 해결해야 하는 DNA인자가 내 몸속에 싱처럼 박혀 있습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지금 저는 따뜻하게 살고 있습니다. 가스비가 민영화가 되지 않기를 염원하면서 가스비 폭탄을 체감할 정도로 따뜻하게 살고 있습니다.

 

또한 여전히 따뜻한 기질의 뿌리 음식을 좋아합니다. 인삼이나 생강 같은 거 말이죠.

 

오늘은 뿌리음식 중 더덕을 말해 볼까합니다.

 

홀로요리1.jpg

 

지난주에 미륵부처를 보고 산에서 내려왔다가 할머니가 추운 겨울날 쪼그려 앉아 더덕을 까면서 파시는 게 보였습니다. 중국산일 거야라는 의심부터 났지만 더덕 향에 이끌려 할머니한테 갔습니다.

 

더덕을 본 나의 뇌는 어떤 알고리듬에 입각하여 갔을까요?

 

1. 더덕향이 진하고, 껍질에 흙이 묻었으니 국산일 거야라는 믿음

2. 할머니가 추운 날 난로 없이 길가에 앉아 계셔서 측은지심 발동

3. 뿌리음식은 몸을 따뜻하게 만드니 나의 DNA와 뇌가 더덕을 먹으라고 명령

 

어쨌든 더덕을 한 봉지 샀습니다. 고추장 찍어 먹어보라 해서 보리고추장도 샀습니다. 차 한 잔 마셔보라 해서 할머니가 직접 농사지은 페퍼민트(박하) 차도 샀습니다. 그러다 할머니가 직접 재배한 땅콩도 샀습니다. 하... 재산을 탕진하였습니다.

 

어쨌든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고기로 점철된 나의 식생활에 더덕구이를 먹어 보기로 했습니다.

 

그럼 더덕구이를 준비하겠습니다.

 

1. 더덕 준비

 

* 더덕 구입

- 더덕은 깐 것을 산다.

- 더덕껍질의 노동력이 포함된 할머니표 더덕을 산다.

- 직접 더덕 까보시라. 내 성격에는 못한다.

 

* 더덕 손질

- 식당의 더덕구이가 뭉개진 것처럼 망치나 미니 절구 같은 걸로 판판히 펴서 준비

- 저는 집에서 그냥 칼로 반으로 자름

 

2. 구이 준비

 

홀로요리2.jpg

 

구이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카테고리는 치킨 또는 장어구이와 같습니다.

 

1) 소금구이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릅니다. 참기름이 좋습니다. 이유는 식용유보다 참기름이 좋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써보니 말이 안 되는군요. 하지만 참기름과 들기름은 고급진 더덕구이에 풍미를 더해 주고 더 고급지게 만듭니다.

 

프라이팬이 뜨거워지면 중불로 노릇노릇 감자튀김 색깔이 나올 때까지 굽습니다.

 

그리고 쟁반에 담아 소금을 살짝 뿌려주면 끝입니다.

 

2) 양념구이

 

가. 양념 만들기(1인분 정도에 한함 : 더덕 10 뿌리 정도)

- 고추장 : 밥숟갈로 한 숟갈

- 마늘 : 티스푼으로 한 숟갈

- 깨 : 티스푼으로 한 숟갈

- 조청 또는 올리고당, 또는 설탕 : 취향대로 티스푼 하나 또는 두 숟갈

- 참기름 : 티스푼으로 한 숟갈

- 작은 요구르트 하나 : 그냥 있어서 넣어봤음. 다니까

 

나. 에어프라이어 준비

- 에어프라이어에 종이 호일을 깝니다.

- 200도에 10분 돌립니다.

- 봐서 익으면 됐고, 더 익히려면 180도에 5분 정도 더 바삭하게 익힙니다.(취향)

 

3. 세팅

 

더덕에는 쌀밥입니다.

쌀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더덕구이가 기름에 느끼할 수 있으니 간단한 샐러드 상추나 신선초 등으로 곁들여 드시면 더욱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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