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진의 홀로요리 36 - 주말 산책 후에는 카치오 에 페페(Cacio e Pepe)

posted Nov 0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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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진의 홀로요리 36 - 주말 산책 후에는 카치오 에 페페(Cacio e Pepe)

 

 

사진0_카치오에페페_메인화면_resize.jpg

카치오 에 페페

 

 

주말 아침. 

아침 일찍 산책을 가기로 한다. 그 시간에도 이륜차들은 분주하다. 이륜차라 쓰고 요새는 스쿠터라고도 한다. 보통 오토바이라고 한다. 오토 또는 모터바이시클의 다른 말이다. 발음은 오도바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일본식 발음의 잔재이기도 하다. 

 

어쨌든 이륜차는 분주하다. 아침 일찍 음식배달을 위함이다. 눈을 뜨면 시원하게 아이스아메리카 한잔하고 싶은 사람들은 주말에 눈 뜨자마자 배달을 시킨다. 아침 배달료가 아이스아메리카와 가격이 같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작은 배달료로 세바스찬 같은 집사를 두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싶다.

 

또는 주말 아침 늦게 일어나 식구들 밥을 간단히 주문한다. 아침 브런치로 주문하는 경우가 많나 보다. 지나가는 샌드위치 가게의 주방을 보니 아침부터 분주했다. 온라인 플랫폼과 배달 시스템으로 일반 가게들이 잘 되는 경우도 있구나.

 

이제는 주말 아침의 가정집 풍경이 많이 바뀌었다. 5명 정도 식구들이 모여 사는 집, 아침밥 먹으라고 깨우는 엄마들의 고함소리는 사라졌다.

 

간단히 배달시켜 먹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한국 식음료 물가도 너무 비싼 편이기도 하고, 음식 준비에는 잔손도 많이 가니까.

 

그래서 난 다음과 같은 말을 아주 존중한다.

 

“집밥이 그립다는 것은 집밥을(매끼마다) 안 해본자의 푸념”이다.

 

산책을 갔다 오고, 이제 책을 좀 보기로 했다. 책은 <M.버터플라이> 오리지널 희곡집을 읽었다.

 

이 희곡 안에는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의 장면이 들어 있다. 그래서 스파이 또는 진한 애정행각의 내용임에도 나비부인의 오페라로 무대를 고급스럽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극 안에는 나비부인의 의상과 무대, 패왕별희 같은 베이징오페라의 무대와 의상을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배치되었다.

 

오페라 나비부인을 배치한 것은 서양 사람이 보는 동양에 대한 편견, 동양 여성에 대한 오해에 대한 반론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숨은 반전을 위한 어마어마한 장치이기도 하다. 그것과 상관없이 유럽의 오페라와 베이징 오페라를 해 놓은 것은 작품의 사운드(음악)와 시각(의상)적인 면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파멸적 애정행각에 대한 내용을 관객에게 ‘오페라’를 선사함으로써 고급문화를 즐기는 연극이라는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관객의 어두운 욕망을 끄집어내면서도 클래식을 즐기는 무대로 선사하는 것이다. 굉장히 훌륭한 상업적 장치들이 있는 작품이라는 것에 감탄했다.

 

무엇보다 인간의 어두운 욕망을 그리는 이야기가 훌륭하다. 나중에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이제 점심이다. 무엇을 먹을까. 간단한 건 라면이다. 주말 낮에 산책하고 희곡집 읽었다고 하니 좀 있어 보인다. 그러면 좀 있어 보이는 것을 먹어볼까. 누구는 배달도 시켜 먹는 데 말이다. 나는 그냥 간단히 먹기로 했다.

 

혼자 간단히 먹는 조리법. 그리고 라면 보다 더 간편해야 한다. 

 

그건 바로 ‘카치오 에 페페’. 우리 식으로 하면 치즈와 후추 파스타이다. 이태리말로 “Cacio e pepe”라고도 한다. 간단하다. 재료는 파스타와 치즈, 후추만 있으면 된다.

 

카치오 오 페페는 그냥 면을 삶아서 그 위에 후추와 치즈를 갈아서 후루룩 한 끼 때우는 거다. 라면 삶는 것과 비슷하고 3분 컵라면보다는 느리다. 블로그 보면 다들 어렵게 만드는 같지만 라면보다 더 쉽다. 

 

 

□ 재료 및 준비물

 

 

1. 면

 

일단 파스타는 “칼국수 면”과 같은 면을 사면 더 맛있다. 일반 스파게티면 보다는 “칼국수”면이 더 좋다는 것을 기억하면 된다. 면이 좀 넓고 얇다. 그런 면을 페투치니 또는 페투치네라고 한다. 어려우면 나처럼 “칼국수”같은 면이라고 하고, 상점에 가서 사면 된다. 카치오 에 페페는 칼국수면이 더 잘 어울린다.

 

 

사진1_면_resize.jpg

면, 동네에서 산 파스타 면

 

 

2. 후추

 

집에 있는 그냥 후추

 

 

사진2_양념들_resize.jpg

양념들과 후추...레드페퍼하고 오레가노 잎이 있으면 살짝 넣어도 된다

 

 

3. 치즈

 

치즈가 생명인데 말이다. 얇고 넓적한 슬라이스 치즈 말고, 삼각형 모양의 딱딱한 치즈들이 있다. 치즈 종류는 Grana Padano 또는 Parmesan 치즈들을 추천하는 모양이다. 또는 페코리노 치즈 (Pecorino Romano)를 준비하면 된다.

일단 어려우니까. 그냥 가게 가서 삼각형의 딱딱한 치즈를 사면된다. 

 

 

4. 치즈 가는 것

 

삼각형에 딱딱한 치즈를 가는 도구들이 있다. 우리가 뭐 그런 게 집에 있나. 무 가는 강판도 좋다. 나는 감자 깎는 칼로 치즈를 간다.

 

 

□ 만들기

 

 

1. 면 삶기

 

뜨거운 물에 면을 넣는다. 칼국수 같은 면이니 좀 퍼지게 삶아도 되니 안심하시라. 양은 당신이 먹을 만큼 넣으면 된다. 많으면 내일 먹으면 되고, 모자라면 더 삶아 먹으면 된다. 걱정 말고 그냥 면을 삶으면 된다.

 

끓는 물에 올리브기름 한 방울, 소금 조금 이런 거 안 해도 된다. 그냥 삶으면 된다. 해도 되는 데 나는 뭐 귀찮아서...

 

 

사진3_면삶기_resize.jpg

면 삶기.. 푹 삶으면 된다

 

 

2. 면을 건져 놓기

 

면이 익으면 접시에 올려놓는다. 이때 면 삶은 물을 버리면 안 된다. 스파게티가 촉촉하게 면수를 조금 부으면 좋다. 맥심 먹는 종이컵의 1/3 분량 정도 넣으면 되겠다. 더 넣어도 되고 안 넣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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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수 넣기..뜨거운 면수를 넣으면 치즈도 녹고 촉촉해진다

 

 

3. 후추

 

면 위에 후추를 뿌린다. 약간 매콤한 것을 원하면 서양고추가루(페페론치노)를 조금 뿌리면 된다. 후추 뿌리는 양은 먹는 사람이 결정하면 된다.

 

 

4. 치즈 뿌리기

 

치즈를 갈아서 면 위에 뿌린다. 나는 감자 깎는 칼로 치즈를 간다. 미리 치즈를 갈아 놓아도 되지만, 면 위에 그냥 갈아 넣는다. 많이 갈아야 좋다. 그래야 짭조름한 치즈가 녹아서 면의 풍미가 살아난다. 살짝 뜨거운 면수를 부어 놓으면 치즈가 사르르 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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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갈기.. 치즈는 수북하게

 

 

5. 먹기

 

젓가락으로 그냥 먹어도 된다. 포크는 서양식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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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으로 맛있게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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