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진의 홀로요리 28 - 파스타 점심 도시락과 배추국 저녁식사

posted Feb 0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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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진의 홀로요리 28 - 파스타 점심 도시락과 배추국 저녁식사

 

 

“득남이라고 답했다.”

 

나는 최근 사람들에게 백일기도를 시작했다고 말했는데, 그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딱히 뭐라고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단지 새벽에 일찍이 일어나서 기도하러 걸어가는 게 좋았다. 너무 추웠지만 걷다 보면 땀이 났다. 내가 새벽에 걷는 길옆에는 작은 냇가가 있다. 추운 새벽 얼어버린 시냇물 사이에 백로하고 청둥오리들이 먹이를 찾고 있다. 나는 그것을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 한참 새들을 바라보다가 다시 걷고는 했다. 그러고 보니, 왜 사람들에게 나는 아침마다 산책하러 간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그저 득남을 위해 백일기도를 새벽마다 간다고 했을까? 나도 몰랐다. 나는 기도를 하러 가는 줄 알았는데, 그저 아침 시간을 즐기는 것이었다. 분명한 것은 나는 매일 아침 기도를 하러 간 게 아니었다. 그런데 왜 백일기도를 한다고 했을까?

 

“솔직하지 못한 걸까? 나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서투른 것일까?”

 

왜 나는 솔직하지 못할까? 그저 가벼운 농담으로만 치부할까? 정확히 나를 표현하지 못하고 “득남”이라는 말을 했을까? 내가 이렇게 둘러 말한 건, 유머이며 사실 나는 코미디언이 되고 싶었다고 말해야 했을까? 하지만 그건 너무 먼 이야기이다. 그리고 지금 코미디언이 되려고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건 변명일 뿐이었다. 그리고 내가 지금 코미디언을 하기에는 사람들 앞에서 벌벌 떨면서 조커처럼 실없는 이야기 하다가 무대를 내려올 것이 뻔하다. 희극 작가는 하고 싶지만, 생각만 있고 쓰지는 않고 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더욱 안 하고 있다. 왜 나는 내가 하는 것을 정확히 인지하고 말로 표현하지 못할까? 왜 나는 나의 상태를 잘 모를까? 

 

하지만 기도가 실속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왜냐면 친구가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기도할 때 자기도 해달라고 했다. 새벽기도를 하면서 진심으로 마음속에 친구 이름을 불러주었다. 그리고는 나는 오후에 친구에게 전화했다. 내가 너를 위해 기도하니까 “4천 원”만 보내줘. 그냥 예전에 코미디언 김숙의 “4천만 땡겨줘”라는 게 생각났을 뿐이었다. 그냥 농담일 뿐, 기도에 마진을 붙이는 행위는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카카오뱅크로 마진을 많이 붙여줘서 보내주었다. 카카오뱅크에 33,333원을 보내주었다. 3이라는 행운의 수라며 말이다. 33,333원? 미신같은, 이게 무슨 주술같은 아름다운 행동인가. 결국에는 기도에 사심을 넣었더니 마진이 붙었다. 사심 때문일까? 그 이후로 너무 복잡한 일들이 내게 생겨났다. 사회생활도 복잡한 일들이 생겨났다. 사심이 문제일까? 그런가? 우연일까? 그런 생각은 미신 같고 주술 같은 일일 뿐이다.

 

“나는 어떤 상태일까?”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 기도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돌보는 것이 기도이고, 좋은 사람을 만나는 첫걸음이 신과 이야기하는 첫 단계라고 생각한다. 일곱째별과 대화를 하면서 하느님을 만나고, 엄마의 손을 잡으면서 천수관음보살의 손을 잡는 것 아닐까. 나는 나를 돌아보지 못한 채, 내가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 채 백일기도라는 말을 함부로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나는 백일기도를 멈췄다.”

 

마진을 위한 기도일 뿐, 진심으로 하는 기도, 득남을 위한 기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산책을 좋아했던 것이었다. 아침에 청둥오리에게 줄 쌀과 배춧잎들을 챙겨서 가는 게 좋았을 뿐, 기도를 위한 신실한 마음은 없었다. 왜 나는 정확히 나의 행동과 생각을 표현하지 못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도는 백일기도가 아니라 늘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 장소가 어디든, 그 시간이 언제든, 숨을 쉬고 먹고 마시듯이 말이다. 이제 이해가 된다. “ 먹고 마시고 기도하라” . 그래서 일상, 매일 매일의 기도가 중요하듯이 마시고 먹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트러플 오일은 누구나 갖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혼자 사는 사람 냉장고에 “트러플 오일”은 필수라고. 이건 지드래곤이 TV쇼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말했던 그 트러플 아니던가. 지디는 트러플이 있는 게 당연하지만 모두가 그럴 필요는 없다. 그건 혼자 사는 사람의 인스타그래용 허세일 수 있다. 나도 트러플 오일은 없다. 모두가 트러플 오일을 뿌려 먹을 수는 없고, 라꽁비에테 버터를 먹을 수는 없고, 유기농 채소와 동물복지 계란을 살 수는 없다. 우리의 식탁에는 트러플 오일이 뿌려진 파스타도 좋지만, 일상은 그저 컵라면일 수 있고, 냉동식품 또는 배달음식, 반조리 식품일 수 있다. 편의점 차가운 도시락일 수 있다. 이 모든 게 요리이고 신이 주신 선물이다. 홀로요리도, 대단한 요리가 아닌 입에 풀칠을 위한 행위부터 근사한 저녁 만찬까지 모두가 포함된다. 모두가 신이 주신 은혜이고 모두가 대지에서 준 선물이기 때문이다. 홀로요리 역시 하루하루 일상을 감사하고 기도하기 위해 쓰기 시작했던 것을 이제야 기억해내듯이 말이다. 홀로요리를 쓰는 게 기도였구나

 

“아침 기도를 하고 간단히 밥을 먹는 하루가 산뜻하다.”

 

오늘 아침은 간단히 누룽지에 뜨거운 물에 말아서 먹었다. 커피를 내려 마신 후 간단한 점심 도시락을 준비해서 일터로 향해야지. 오늘은 간단한 파스타 도시락을 준비하고, 집에 돌아오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밥과 국을 준비해야겠다. 모두가 5분 내에 끝내야 한다. 길어지면 싫어지고 귀찮아진다. 그러다 보면 배달이나 조리식품에 의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파스타 도시락은 간단하다.

 

1. 파스타를 자신이 먹을 만큼 삶는다. 

  - 구멍 난 떡볶이처럼 생긴 파스타를 펜네라고 합니다. 저는 이게 간단한 거 같아요. 아니면 나사 모양은 푸실리라고 하는데요. 이것도 괜찮고요. 면으로 된 파스타는 도시락으로 싸서 다니기에 불편한 점이 있더라고요.

2. 1인분이면 라면 끓이는 물양만큼 해도 됩니다. 550mm 정도? 계량컵 없을 테니 그냥 머그컵 두 컵 정도 부으세요. 

3. 샐러리나 당근을 썰어 넣을 경우, 그냥 같이 삶아 버려요. 왜? 바쁘니까요. 

4. 삶은 파스타는 유리로 된 도시락에 옮겨 놓습니다. 당연히 물기를 잘 빼고요. 서로 말라붙을 수 있으니까 올리브 오일을 좀 부어 주세요.

5. 그 위에 치즈, 햄, 샐러리나 양파를 같이 넣어주세요.

6. 그 위에 토마토 페이스트를 적당량 부어 주세요. 밥숟가락으로 5스푼~7스푼 부어 주세요. 사진은 양이 작아서 한 스푼 만 했어요. 

7. 섞을 필요 없고 뚜껑 닫고 일터로 가시면 끝.

8. 일터로 가는 중에 흔들거려서 토마토 페이스트가 적당하게 파스타와 섞여 있을 거예요.

9. 일터에서 점심에 전자레인지로 1분 30초만 잘 돌려서 드세요. 치즈도 녹아서 훌륭한 풍미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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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준비(파스타, 햄, 치즈, 샐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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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파스타를 도시락통에 넣고 오일을 뿌려준다. 살짝 버무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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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와 햄을 파스타 위에 넣어주세요

 

스파게티 소스를 넣어주세요. 도시락 뚜껑 닫고 끝

 

 

힘드셨죠? 낮에 일하고 집에 들어와서 만사가 귀찮을 겁니다. 그래도 간단히 배춧국 먹고 힘냅시다.

 

 

1. 배추를 듬성듬성 썰어둡니다. (무가 있으면 넣고 없으면 말고요.)

2. 배추와 라면 1인분 기준의 물과 맛간장을 밥숟갈로 3스푼에서 6스푼 정도 넣습니다. (물에 넣을 때, 멸치 두 마리 또는 멸치다시 “제품”을 넣습니다. 저는 아스피린 같이 만들어 놓은 멸치다시를 넣습니다.)

3. 끓입니다. 배춧잎이 흐물흐물해지면 끝납니다. 

4. 이 국물에 우동사리를 넣어도 되고, 또는 만두를 넣어도 됩니다. 또는 밥과 같이 먹어도 됩니다. 당연히 빵과 버터와 먹어도 훌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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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준비는 간단하게, 한꺼번에 넣고 끓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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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를 넣어도 훌륭한 배춧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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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을 넣어도 훌륭한 배춧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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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하고 함께하는 훌륭한 배춧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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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버터와도 잘 어울리는 훌륭한 배춧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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