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13 - 12월의 뮤지엄은 메리 크리스마스와 해피 뉴 이어로 보인다

posted Dec 2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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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뮤지엄은 메리 크리스마스와 해피 뉴 이어로 보인다


작년 연말에 뉴헤븐에 예일대학 아트 뮤지엄(Yale University Art Gallery)에서 피카소의 “Dog and Cock” 제목의 그림을 보고 사진을 찍어 연하장으로 보냈다. 닭은 책상 아래 있는 개를 보고 놀라서 달아나는 형국으로 닭의 해는 가고 개의 해가 도래한다는 의미로 내 마음대로 해석했다. 그리고 속으로 피카소는 정말 천재인지 운이 좋은지 이 그림을 닭의 해(1921년)에 그렸었다. 개띠인 친구들에게 이 연하장을 보냈는데 아무도 나의 깊은 뜻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다. 기껏해야 “뉴욕의 연하장은 모던하네”였다. 어떻게 닭과 개를 못 볼 수 있을까???
얼마 전에 구겐하임 뮤지엄(Solomon R. Guggenheim Museum)에서 힐마 아프 클린트( Hilma af Klint) 특별전을 보러 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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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딘스키( Kandinsky)의 “Accompanied Contrast”라는 그림을 보면서 함께 간 친구에게 “오른 쪽은 말구유에 있는 아기예수처럼 보이지 않아요? 동방박사 세 사람이 아기 예수에게 선물을 주는 것 같아요. 황금과 유황과 몰약을.그 그림을 보고 있던 사람이 한국 사람인지 돌아보면서 씩 웃는다. 가진 것이 망치뿐이면,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If all you have is a hammer, everything looks like a nail.)라는 서양 속담이 생각난다. 내가 보고 싶어 하는 것을 그림에서 보는 것 같다. 이 그림을 크리스마스카드로 보낼까하다 아서라 작년에 “개와 닭”도 아무도 몰랐는데 이걸 아기예수와 동방박사로 볼 사람은 나 밖에 없을 것 같다. ^^

12월 달에도 길거리 청소하는 날, 파킹을 못 찾아 클로이스터즈(The Met Cloisters)에  갔는데 나뭇잎이 다 지고 난 다음 거침없이 들어오는 겨울햇빛은 낮고 깊숙하게 들어와 스테인드글라스를 그 어느 때보다 예쁘게 반짝이게 한다. 그 영롱한 반사의 빛이 벽까지 장식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 “Christ Child with an Apple”이 한동안 전시되지 않다가 다시 보여서  반가웠다. 중세에 크리스마스 때 제단을 장식하는 센터피스로 쓰였다고 한다. 크리스마스카드로 보내기엔 아기예수가 너무 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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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트니 뮤지엄(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에서는 앤디 워홀(Andy Warhol) 특별전을 하는데 새해에 떠오르는 둥근 해가 생각이 나서 이 시리즈도 연하장으로 좋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제목이 Sunrise가 아니라 Sunset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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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Sue Cho에게 카톡을 받았다. 신문사에서 청탁한 기해년 연하장을 완성했다고 그림사진을 보냈다. Sue는 30년 전 뉴욕에 살 때 같은 아파트에 살던 화가이다. 우리 아들을 무척 예뻐했는데 내가 그림을 좋아 하는 것을 알고 판화작품을 주었었다. 5년 전 다시 뉴욕에 왔을 때 Sue의 작품 “Homage to the Big Apple”이란 판화를 벽에 걸면서 Sue가 문득 생각이 났다. 아직 뉴욕에 있는지도 모르고 수소문해서 동생의 연락처를 얻었고 거의 30년 만에 극적 상봉을 했다. 그 후론 작품 할 때 마다 사진을 보내주고 나는 그 그림들을 보면서 눈호강을 한다.

올해에 만난 최고의 연하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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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말 : 화가는 잘 그린 그림보다 행복을 지향하는 그림에 에너지를 더 많이 소진합니다. 작품을 의뢰 받았을 때 제일 먼저 양식으로 이용되는 돼지에게 큰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게다가 돼지는 쉽게 떠오르는 돈과 부의 상징으로 이용됩니다. 저는 무엇보다 행복한 돼지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뚱뚱하고 못생겼지만 행복을 느끼고 나아가 행복을 선사하는 돼지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제 나름대로 한국적 pop art를 시도했다고 생각합니다. 기해년은 모두가 꽃길을 걷는 만사형통 한 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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