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그 나무를 만나다 3 - 센트럴파크의 London planetree

posted Mar 0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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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그 나무를 만나다 3: 센트럴파크의 London planetree(단풍버즘나무)

 

Untitled_Artwork (6).jpg

Sue Cho, "London planetree: Let's walk in the shade", March 2023, Digital Painting

 

그리니치빌리지 동네를 걷다가 아직 바람이 차가운데 이젤을 펴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를 만났다. 지나가면서 살짝 그림을 보려 했는데 여의찮았다. 무얼 그릴까 하고 이젤이 놓인 방향을 쳐다보았다. 봄빛처럼 연두색 칠을 한 건물에 창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그 앞에 비스듬히 휘어진 나무가 얼룩덜룩 벗겨진 걸 보니 바로 런던플레인이 아닌가? "아 또 이런 우연이…그러면 그냥 지나칠 수 없지"하고 대화가 시작되었다.

 

"런던플레인이 뉴욕시에 제일 흔한 나무래요. 10%나 된다지요. 뉴욕시 파크의 로고가 바로 런던 플레인의 잎사귀라고 하네요. 런던에 산업혁명 때 뿜어내는 공해에도 불구하고 버티어 낸 나무여서 이름을 그렇게 붙였나 봐요."

 

빛이 사라지기 전에 그림을 마무리해야 하는 급한 마음을 읽고, 일 절만 읊고 아티스트를 놓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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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뉴욕시 도처에서 만날 수 있고, 길가 최전방에서 높이 서서 시원한 그늘과 바람막이가 돼주고, 잎이 다지고 나면 카모플라쥬(Camouflage)로 숨겨져 있던 몸통을 드러내는 나무 이야기를 하고 싶다. 도시의 온갖 공해를 삼킨 껍질을 스스로 벗겨내고, 런던플레인(단풍버즘나무)는 우리에게 우뚝 다가온다.

 

 

New York City Tree Map

Screenshot_20230302_112602_Outlook[29901].jpg

https://tree-map.nycgovparks.org/

 

뉴욕시는 인구센서스하듯 10년에 한 번씩 자원봉사자들의 지원을 받아 뉴욕시 공원국에서 관장하는 나무 센서스를 한다. 1995년에 처음 시작했으니 2015년이 가장 최근센서스이다. 지도에서 보듯이 867,354그루의 나무가 표시돼있고 나무의 종류는 537 종이나 된다. 런던 플레인은 뉴욕시 가로수 중 10%로 가장 많이 심은 나무다. 뉴욕시 트리 맵에 들어가면 가로수 하나하나의 정보가 상세하게 나온다. 나무의 이름, 지름의 크기, 그리고 그 나무에 문제가 보고되면, 어떻게 해결했는지도 상세하게 기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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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확대하여 우리 동네 워싱톤스퀘어 파크를 클릭해 보았다. 나무종에 따라 색깔이 다르게 표시되어 있고 나무 크기에 따라 원의 크기도 다르다. 지나가다 새총 모양으로 된 런던 플레인을 본 적이 있어 대강의 위치를 클릭해 보니 나무의 고유번호와 둘레의 크기 그리고 최근 언제 이나무를 검사했는지도 상세하게 기록된다. 뉴욕시의 나무 관리가 어쩌면 이렇게 잘 되어있는지 놀라웠는데, 나무 한 그루가 우리에게 주는 혜택을 생각하면, 소중히 다루어야 할 자산이다. 위의 런던 플레인 한 그루가, 빗물을 보존하고 에너지를 절감하고 공기오염을 제거함으로 주는 경제적 혜택은 연간 $320 가량 된다고 한다. 그러니 뉴욕시 가로수 전체가 $129,706,682라는 엄청난 혜택을 일 년에 우리에게 준다.

 

London Planetree(런던플레인, 단풍 버즘나무, Platanus x acerifo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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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플레인(단풍버즘나무)은 버즘나무(Oriental Plane, Platanus Orientalis )와 양버즘나무(American sycamore, latanus Occidentalis) 사이의 교배종이다. 우리에게는 플라타너스로 익숙한 나무종이다. 한국사람들은 이름을 참 잘 붙인다. 나무껍질이 조각으로 떨어지고 얼룩덜룩한 것이 마치 버짐이 핀 것 같다고 버즘나무라 부른다. 단풍 버즘나무와 다른 버즘나무와의 구별은 예쁘게 조롱조롱 달리는 열매의 개수로 알 수 있다. 양버즘나무는 열매가 한 개(드물게 2개) 달려있고 버즘나무는 여러 개(3~5개) 달려있는데 반해서, 단풍버즘나무는 열매가 두 개(드물게 3개)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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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사귀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높이 매달려 있고, 또 나무껍질이 벗겨지는 것이 유사하기 때문에 이들로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가 뉴욕시 가로수에서 만나는 나무는 대부분 단풍버즘나무라고 보면 된다.

 

75에서 100 feet 정도 키가 자라고 반경이 80 feet까지 뻗는다고 한다. 가을에 낙엽질 때 잎사귀를 주어 보면 단풍잎 모양과 유사한데 더 큼직하다.

 

Great 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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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don Plane(Platanus x acerifolia), Height: 95.94 feet, Trunk diameter: 62inches, Comopy spread: 54 feet

 

위대한 나무로 선정된 위의 나무는 센트럴 파크에서 오래된 나무 중 하나라고 한다. 저수지(Jacqueline Kennedy Onassis Reservoir)의 북동쪽( E. 96 St. 정도) Bridle Path 선상에 있다. 쉽게 찾는 길은, E. 90 St. 파크 입구로 들어가 저수지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다가 첫 번째 출구로 나가서 동쪽으로 조금만 내려가서 있다. (길치인 내가 헤매다 터득한 방법인데 어렵게 들린다) 호숫가에서도 살짝 보인다. 높이 자란 런던플레인의 꼭대기와 하늘이 마주하는 것을 멀리서 보면 여리여리한 연두와 하늘, 그리고 껍질이 벗겨진 회색의 조화가 좋다. 언제가 빌딩 앞에 런던플레인이 있다면 올라가서 이 나무의 꼭대기와 얼굴을 맞대고 보고 싶다. 강하게만 느끼던 이나무의 여린 모습이 거기 있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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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Cho, "London plane tree: Still standing", March 2023, Digital Painting(left)/ "London plane tree: Touching my heart", March 2023, Digital Painting(right)

 

전에는 위대한 나무들을 보면 그 앞에서 요가의 tree 자세를 하고 발랄하게 쌩끗 웃으며 사진을 찍곤 했다. 그러나 오래된 나무 탐방이 계속되면서 좀 더 경건해진다. 나무 기둥 위에 가만히 손을 얹어 나무를 느껴본다. 내 손길에 만져지는 나무껍질을 통해 세월의 무게가 전해 온다. 애잔하고 감사하고 기특한 마음을 나무에게 보낸다. 나무는 오랜 세월 이곳을 지키며 견디어 온 지혜를 전해준다. " 너무 스트레스를 속에다 가두어 놓지 말고 나처럼 허물 벗듯이 훌훌 벗으라고, 때로는 카모플라쥬 해서 나를 사릴줄도 알고, 전투복을 입은 군사처럼 버틸 줄도 알아야 한다"라고 이 resilient(회복탄력성이 있는) 나무가 나에게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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