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이 읽은 책 : 책임에 대하여

posted Nov 3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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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이 읽은 책 : 책임에 대하여 | 서경식, 다카하시 데쓰야 지음 | 돌베개

 

작년 7월 1일 아베 정권이 한국의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주요소재에 대하여 수출규제를 하면서 시작된 한일간의 무역 마찰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그로 인한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일본 여행자 수가 대폭 감소하면서 오히려 일본 경제에 타격이 되는 상황 반전도 있었다. 당시 매일 같이 언론을 통해 일본에 대한 다양한 소식을 접하며 일본에 대한 다양한 의문들이 생겼고 현재의 일본이 왜 이런 나라가 됐는지 궁금해졌다.

 

그러던 중 MBC에서 방송된 ‘대한해협 2부 욕망의 바다’에서 서경식 교수가 언급했던 얘기를 충격적으로 들었다. ‘군사분계선 38선이 대마도까지 내려올 것이다. 그래서 일본은 무장을 해야한다.’ 많은 일본인들이 38선이 대한해협으로 내려와서 중국과 남북한이 합세해 일본과 미국을 공격할 것이므로 평화헌법을 개정해서 군대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설명이었다.

 

『책임에 대하여』는 일본 사회의 우경화를 우려하며, 과거 일본이 자행한 식민주의와 군국주의의 폭력을 직시하도록 지치지 않고 호소해 온 두 지식인 서경식과 다카하시 데쓰야의 간절한 대담을 담은 책이다. 두 사람은 1990년대 중반 이후 20년간 꾸준히 대화를 나누었으며, 이 책은 2016년과 2017년 3번에 걸쳐 나눈 대담을 정리한 책이다. 현대 일본의 가면과 본성을 드러내는 이 책은 현대 일본이 외면하는 대표적인 주제들인 위안부 문제, 오키나와 미군 기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천황제의 모순을 아우르며 급격히 후퇴하고 있는 현대 일본의 퇴행과 위기를 파헤치고 있다. 

 

흔히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표현한다. 가깝다는 표현은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물자의 교류 같은 교역과 문화적인 교류가 쉬웠고 자주 있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럼에도 먼 나라라는 의미는 서로에 대한 긍정적인 이해와 공존에 대한 생각보다는 힘 있는 상황이 되면 상대국가를 공격하거나 지배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임진왜란과 식민지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특히 36년간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은 한국 사회가 겪은 사회변동과 역사적 흔적은 현재의 관계를 규정하고 있고 그런 맥락에서 일본의 ‘역사적 책임’은 현재의 두 나라 관계를 올바르게 자리매김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두 사람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책의 내용을 읽으면서 한국의 현대사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지만 일본 현대사는 거의 무지한 수준이었다는 자각을 하게 되었다. 목차를 보면서 현재의 일본을 형성하게 된 ‘가토 노리히로와의 논쟁(1995년), 내셔널리즘과 일본 리버럴파, 「국기 국가법」(1999년), 여성국제전범법정/NHK 프로그램 수정 사건(2000~2001년), 「교육 기본법」 개정(2006년)’ 같은 내용은 생소함 그 자체였다. 일본 현대사를 살펴보고 이해하기에 쉽고 유용하였다.

 

끝으로 서경식은 천황제를 ’근대 일본의 몬스터 같은 제도로, 실체 없는 유령 같은 것을 설정해 놓고 모든 대립을 조정하며, 그 결과를 지배층의 이익으로 환수시키는 장치지요.’라고 설명하고 있다. 일본의 현재 정치 상황을 적확하게 지적한 말이라고 판단한다. 일본은 지구상에 얼마 남지 않은 입헌군주제 국가로 국민과 천황 모두가 지배층의 꼭두각시로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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