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posted Aug 0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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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나현호
발행호수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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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호_얼굴.jpg

 

 

얼굴은 하나

표정은 수만 가지

웃었다가 울었다가

화났다가 슬펐다가

감사에 행복에 빛이 보이고

억울에 분노에 눈물 훔치고

희망에 승리에 환호하고

분노에 경멸에 일그러지고

편견에 소외에 고개 떨구고

불평등에 불공정에 화가 치밀고

집중하느라

노동에 공부에

햇빛에 인상 쓰고

커피 한 잔에 감동하고

 

얼굴은 하나인데

표정은 수만 가지

그래도 얼굴은 볼 수나 있지, 얼굴뒤 이면에는 셀 수도 알 수도 없는 수십, 수백만 개의 깊은 협곡이 있다.

 

골목에 얼굴이 있다. 술 취한 놈, 화난 놈, 이상한 놈. 골목이 온통 취해 있고 화나 있고 이상한 놈들이 판친다. 환장하게 돌아가는 얼굴에서 끝이 보인다. 낡고 변질된 벽에 비가 두드리고 눈이 쌓이며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벽은 무너지고 한 줌도 안 돼 보이는 흙은 가루가 되어 바람에 실려 날아갔다. 밤이 가고 벽에 무지개 빛 폼 내며 환한 얼굴로 가득 채워지기 시작했다. 얼굴은 수만 가지 표정으로 공감하며 손잡고 나누며 같이 간다. 골목의 얼굴은 시작이고 끝이다. 보이지 않는 협곡까지 희망으로 가득 채워졌으면 한다. 건강한 사회는 변방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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