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

posted Apr 11, 2023
Extra Form
글쓴이 나현호
발행호수 6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_37A4932.JPG

 

이슬 맺힌 파릇한 상추가 생각납니다

절인 배추도 있고요

빨갛게 고추가 성을 내고 있습니다

한켠 조그맣게 고사리도 보이고요

두켠 조그맣게 시금치도 보입니다

조금 올라가면 머리 큰 녀석이 터질 듯 성을 내고요

조금 더 위에서 들깨, 참깨가 마른침을 바짝 삼키고 있습니다

할머니가 삶고 볶고 데치고 잔소리하시고

할아버지는 자르고 베고 도리깨로 장작을 패듯 땀을 흘리십니다

 

어느 배우의 멋진 수상 소감이 떠오릅니다.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올렸다. 밥상을 차려준 스태프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주목받지 못한 땀에 정성에 위로의 울림입니다.

 

이젠, 저녁 밥상에 비빔밥이 나왔으면 합니다

갈라치기 없는

편가르기 없는

소박한 찬들이 어울리는

소탈한 웃음에 행복한 삶이 있는

밥상이 기다려집니다

나현호-프로필이미지.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