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러대사관 재한우크라이나인 항의집회

posted Mar 0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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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재원
발행호수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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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7일 주한러시아대사관 앞 재한우크라이나인 항의집회를 보고

 

 

2월 27일에 러시아 대통령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한 뉴스를 보는 중, 일요일 아침에 한국의 재한 우크라이나인들도 서울 정동 주한 러시아대사관 주변에서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래서 때마침 집 근처이기에, 나는 산책을 할 겸, 우크라이나인들의 시위가 열리는 정동으로 걸어갔다. 

 

주한 미국대사관저와 덕수궁 사이 언덕을 오르고 내리면서 1848년 우크라이나의 민족해방운동 때부터, “땅에 노란 농산물과 푸른 하늘”을 상징하는 우크라이나 국기(일부는 1917년 2월 혁명 이후 세워진 러시아 임시정부를 지지하고, 볼셰비키 혁명을 반대했던 우크라이나 인민공화국 국기를 들었다.)를 상징화한 옷을 입거나, 푸틴 비판 팻말 등을 갖고 온 재한 우크라이나인들과 푸틴의 패배를 바라는 한국인 NGO 활동가나 기자들을 볼 수 있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비장하게 우크라이나 국가를 가창하고, 우크라이나어(하지만 ‘전쟁 반대’라는 말은 ‘니엣 보이나!’라는 러시아어를 쓰는 것 같았다.)와 한국어, 영어를 섞어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래서 평상시 서울 관광객들이나 나들이객, 정동제일극장이나 찻집을 찾아가는 관객들로 들썩이는 덕수궁 돌담길은 2004년 유로마이단 혁명, 2014년 친서방파 집권 이후에 일어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와 동부 친러 반군의 점령 이래 지금의 전면 침공을 단행한 푸틴과 러시아군에 대한 항의 분위기가 강렬했다.

 

2월 27일 오후 10시 30분에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에도 출연했던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학과 교수 올레나 쉐겔도 이 집회에서 확성기를 들고 구호를 외쳤다.

 

재한 우크라이나인들은 푸틴의 전쟁이 끝날 때까지 다음 주에도 집회를 열기로 했다. 그러나 많은 재한 우크라이나인들이 고향의 친지가 고통을 받는 것이 안타까워서인지 시위가 열린 정동 주변에 모여있었다. 한국 NGO 활동가들도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는 1인시위를 했다.

 

그리고 재한 우크라이나인 상당수가 이번에 처음 반전운동에 참가해서 그런지 푸틴을 제재한 대한민국 정부에 “감사하다”는 구호도 외쳤다. 

 

아무래도 한국에 사는 외국인으로서 한국 정부의 제재 결정이 러시아의 침공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 것 같았다. 하지만 오늘(2월 28일) 보신각에서 재한러시아인들도 재한 벨라루스인들과 함께 반전 집회를 열었다. 그리고 해외 러시아인들이 여권을 태우고, 러시아 본토에서 심지어 푸틴 탄핵을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이 등장한 상황에서 대러시아 제재는 평범한 러시아인의 푸틴과 전쟁에 반대운동을 제약할 것 같다. 특히 푸틴이 국내의 독립적 노동운동을 탄압하는 용도로 서방 등 ‘외부의 압력’을 잘 활용한 사실을 고려하면 더욱 우려된다. 그리고 2000년대 초에 미국이 “히틀러”라고 규정한 이라크 독재자 사담 후세인을 견제하려고 이라크에 경제 제재를 가했지만, 이라크 경제만 안 좋아지고, 사담 후세인의 독재를 강화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그 밖에 정동에 모인 재한 우크라이나인들은 2014년에 집권한 우크라이나 전 대통령 포로센코의 ‘러시아어 사용 금지’ 같은 러시아인을 차별하는 법령에 대한 비판하는 내용이 없이, “크림반도와 돈바스는 우크라이나의 영토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한 우크라이나 시위대가 푸틴과 평범한 러시아인을 구분하는 주장을 한다면, 재한 우크라이나인들의 반전운동이 더 지지받을 것 같다.  재한 우크라이나인들의 반전운동이 더 지지받을 것 같다. 특히, 유대인이기도 한 젤렌스키 대통령이 침공 당일, 러시아인과 러시아군에게 “자신의 할아버지도 소련 육군 포병으로서 참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를 나치에 비유한” 푸틴의 주장을 반박하고, “푸틴의 명령을 거부할 것”을 요구한 ‘러시아어 연설’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군대의 포로가 된 러시아 군인들도 “군사훈련인 줄 알았는데, 우크라이나 땅에 왔다. 저는 푸틴에게 속았어요.”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입장에서도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는 대러 제재에 동참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결정이다. 한국 최대의 무역국이기도 한 중국이 미국에 대항하는 목적에서 러시아와 군사협력과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러시아 제재 찬성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내 국방비가 늘어나는 등 동아시아 군사적 긴장을 더 강화시키는 결과를 이끌 수 있다. 

 

결론적으로 나는 우크라이나를 침공에 맞서는 우크라이나인들의 저항을 지지한다. 동시에 러시아에서 사실상 옛 소련 독재자 스탈린보다 더 오래 러시아를 지배하고 있는 독재자 푸틴의 침공과 푸틴의 친구인 신흥재벌(올리가르히)에 맞서는 러시아인의 투쟁도 지지하며 이들이 승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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