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하늘의 로드킬

posted Nov 0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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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하늘의 로드킬

 

 

그냥 발자국인줄 알았습니다. 이삿짐 옮기다가, 보수공사하다, 물청소하다 남긴 발자국인 줄 알았습니다. 몇 일 전 퍽! 소리와 함께 새 한 마리가 창문에 부딪쳤습니다. 놀란 마음에 새를 쫓아가니 기절한 듯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살아남기 힘든 높이입니다. 떨리는 시선으로 불안하게 지켜보았습니다. 다행입니다. 푸드득 푸드득 날개짓의 환청이 들리더니 아슬아슬하게 추락은 피했습니다. 기웃둥거리며 안쓰럽게 공원으로 날아갔지만 고양이나 야생동물의 추격이 걱정입니다. 날개로 봐선 까치인 것 같습니다. 가끔은 동네를 시끄럽게 하지만 적막한 콘크리트 사이로 들려오는 지저귐은 귀를 정화시켜주곤 합니다. 매미와 함께 찾아오는 까마귀는 멋진 비행으로 눈을 호강시킵니다. 그동안 새들과 공존하며 잘 살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만 창문 하나가 생명에 위험한 줄 몰랐습니다. 그동안 별관심없이 들었던 방음벽이 생각났습니다. 투명방음벽으로 한 해 죽어가는 새들의 숫자가 하루 2만마리, 일년에 800만마리가 죽어가고 있다는 기사가 믿어지지 않습니다. 유리로 된 건물까지 포함하면 최소 1000만마리도 넘는다고 합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구조물로 인해 한 해 1000만마리라니요.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것도 시끄러워서, 조망을 망친다라는 이유로 말입니다. 지금 세계는 펜대믹과 함께 탄소배출량에 큰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만 작은 생명의 관심은 부족한 상황입니다. 창문먼지에 새겨진 '하늘의 로드킬'을 보며 한 시선의 이기에서 벗어나 두 시선으로 공존하는 법을 실천해야겠습니다.

 

2021년 3월23일 허영 의원은 조류충돌방지 4법을 발의 했습니다. 건축기본법, 건축법, 소음-진동관리법,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통해 조류충돌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사후관리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법률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강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