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괜찮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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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노조활동과 치유활동을 같이하고 있는 활동가입니다.
오랜 노조 활동에서 마주한 막막하고 가슴이 미어지는 상황에 저 역시 힘들었어요. 동아엔지니어링 전 위원장인 신길수 동지가 IMF 직후 회사의 퇴출에 맞서 조합원들의 생존권과 고용안정을 요구하며 스스로 세상을 등졌습니다. 겉보기에는 너무나 활달하고 친근했던 민주노총 서울본부 박상윤 동지가 갑자기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많은 활동가들을 울렸지요. 비정규직 노동자 대회를 앞두고 멀리 광주에서 올라와 연맹 사무실에서 다음날 집회를 준비하며 밤늦게까지 컴퓨터 앞에서 서성이던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이용석 동지가 분신을 했습니다.

그 순간순간 충격과 안타까움, 죄책감에 어쩔 줄 몰랐습니다.
‘이러면 안 되겠다’는 절박함이 생겼습니다. 비뚤어진 세상을 바로잡겠다고 생존권을 지키겠다고 나선 길에서 힘들고 지쳐 나가떨어지는 상황에 처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습니다. 극단적 상황 앞에 놓인 동지를 위해 할 수 있는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이었지요.

심심활동을 시작한지 어느 덧 햇수로 5년이 되었네요.
2014년 길목협동조합에서 활동가들을 위한 상담과 치유 사업을 시작한다는 얘기를 들고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제가 일하는 공간에서도 ‘치유, 상담, 공감’이라는 얘기가 낯설지 않은 단어들이 되었습니다. 저 역시 주변을 보는 눈도 달라졌지요. ‘지금 상황에서 그런 한가한 생각을 하다니, 당장 투쟁해야하는데 이렇게 나약할 수가’ 하던 평가하고 훈계하기에 바빴던 제 자신이 어느 순간 부끄러워졌어요. ‘그래 힘들 수 있겠구나,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네’ 하는 마음이 더 많이 들기 시작한 거죠. 힘들어하는 동료들에게 다양한 치유 활동 프로그램을 소개하기도 하고 조심스럽지만 상담을 권유하기도합니다.

처음 시작은 ‘안타까운 죽음을 막아야겠다, 어디 가서 하소연할 곳이라도 만들어봐야지’였습니다. 치유활동을 하면서 변화가 생겼습니다. ‘나는 어떻지? 나는 괜찮은가? 내 마음은 어떤데? 나는 힘들지 않나?’ 하는 것을 스스로에게 물어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1987년 이후 노동운동을 하면서 자신에게 던지지 않았던 질문인거지요. 이런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엄중한 현실과 달리 너무나 한가한 생각이라고 했지요. 그래서 ‘힘들다, 버겁다’는 마음이 들면 애써 무시하고 억눌러 왔습니다. 그런 자신에게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나와 내 가족을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내 남편이나 아이보다는 세상 일이 더 급하다는 이유로 무심했던 자신을 반성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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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변화는 치유 활동이 저에게 가져다 준 선물입니다. 저를 만나고 저를 아는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지요.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어야 주변과 관계를 맺는 일도 투쟁할 수 있는 힘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요.
 
요즘 심심프리(집단상담팀)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나를 뒷전으로 밀쳐놓고 나보다 세상을 먼저 걱정하며 투쟁해 온 많은 노동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에게 ‘그래 내가 소중해. 내가 힘들다고 얘기 좀 하면 어때?’ 하는 것을 풀어 낼 자리를 만들어보는 것입니다.

치유활동이 제게 선물을 주었듯이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나의 소중함과 나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알아가는 분들이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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