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마음이 아파서 그랬어요

posted Oct 0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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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최수인
발행호수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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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있다 보면 가끔씩 유난히 심술궂게 느껴지는 아이들이 있다. A와 C가 그런 아이들이었다. 한 번은 한 학급의 담임교사로부터 같은 반 학생 2명에 대한 상담의뢰가 들어왔다. 학생 A가 B를 따돌리며 멍청해서 같이 있기 싫다며, 같은 반에 있는 것 자체가 싫다며 공개적으로 비난을 한 상황으로 그날 B는 속이 상해 점심도 먹지 못했다고 한다. 두 학생 A와 B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A는 똑똑하지만 가정에 어려움이 많았다. B 또한 가정에 어려움이 많고 낮은 지능과 심한 주의력 결핍 아동이었다.

 

먼저 마음이 많이 상한 B를 만났다. 상담실에 가라고 했을 때 어떤 마음이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등을 물었고, A가 심한 말을 했을 때 어떻게 대처했는지도 탐색해 보았다. B는 그냥 가만히 있었다고 한다. 학급에서 자신의 위치가 어떤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데 A의 말이 맞다고 생각하기도 했다고 한다. 정말 자신이 바보 같은지 되묻자, 잠시 머뭇거리다가 아니라고 한다. 내가 알고 있는 A의 재능을 이야기해 주었다. A는 기계를 잘 다루었는데 이런 재능을 학교 수업에서는 다루지 않아 친구들이 모르는 것 같다고 하며 결코 B는 바보가 아니며, 앞으로 관련한 학과로도 진학까지 설명해 주었다. B의 표정이 좀 밝아졌다. 상담 중 내내 산만한 B에게 색종이를 주면서 만들기를 제안했고, B는 괴물을 만들었다. 내심 걱정이 되었다. 어떤 괴물인지 묻자 좋은 괴물이라고 한다. 어째서 좋은 괴물이냐고 하니 사람을 돕는 좋은 괴물이고, 괴물이 자라면서 계속 사람을 돕는 다리가 늘어나 나중에는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도 돕는 괴물이 되었다. 앞으로 A의 그런 행동에 어떻게 대처할지까지 연습하고 돌려보냈다. B의 착한 마음에 상담 내내 마음이 찡했다.

 

다음 날 A를 만났다. 상담실에 온 이유가 왜일지 묻자 잘 모르겠다고 한다. 교실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아는 척을 할까 하다가 1학기에 갑자기 A와 중단했던 상담이 떠올랐다. 당시 A는 집안의 어른에게 경제적 도움을 받고 있었는데 그 어른으로부터 심하지는 않으나 간간히 매를 맞고 있었다. 바로 아동학대로 신고할 경우 경제적 지원이 끊길 위험도 있어 A의 어머니에게 해당 사안을 말씀드리고 학교에서는 아동학대 신고의 의무가 있으므로 절대로 차후에는 집안 누구에게든지 때리지는 말아 달라고 부탁드렸다. 그런데 그 어머님은 오히려 화를 내시며 A의 입단속을 시키고 상담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내내 걱정을 했던 터라 나는 그 부분에서부터 상담을 시작했다. 상담이 중단된 이유를 A도 잘 알고 있었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A는 자신이 잘못한 것 같다고 한다. 경제적 지원을 주시는 분이 조금 때렸다고 섭섭해하는 것은 자신이 잘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나는 힘주어 말했다. 너에게 수억 원의 돈을 준다 해도 어떤 형태의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고, 또 맞는다면 꼭 학교에 이야기해서 도움을 받아야 하며, 그 상황에서 너의 잘못은 하나도 없고, 어른들이 잘못한 상황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너 또한 그 누구에게든지 어떤 형태-물리적이든, 언어든-의 폭력은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A는 B에게 했던 자신의 행동에 대해 스스로 말하기 시작했다. 잘못한 것을 알고 있다고. 다만 사과까지는 못할 것 같다고 한다(이 부분은 다음 상담에서 다루기로 속으로 생각한다). 대신 다음부터는 조심하겠단다. 그러면서 사실은 자신이 요즘 다른 반이지만 친했던 아이들에게 동네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한다. C와 D가 자신에게 좋지 못한 아이라서 놀지 않겠다고 직접 자신에게 말했고 너무 속상하단다. 자신의 형이 중학생인데 중학교 올라가면 C와 D에게 복수를 하겠단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교실에서 B에게 그랬다고 한다.

 

나는 또 C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최근 C는 부모님이 이혼을 했는데, 이혼 전까지 몇 년간의 가정불화가 계속되었다. C는 자주 험한 말과 격한 행동이 보고 되었고 친구들과 자주 다투거나 자기중심적 행동으로 훈육에 어려움이 있던 터였다. 이 사실을 A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다만 C를 만나 사실을 확인해도 되는지 묻고, 미안한 마음이 있다는 말에 선생님은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한 주간 노력하며 다음 주에 보자며 상담을 마쳤다.

 

가끔은 아이들을 다 모아놓고 허심탄회하게 다 이야기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어딘가에서는 내가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삶은 사실 어린아이들에게도 버거운 것 같다. 이런 아픔 속에서는 아이들이 삶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자라주는 것이 참 고맙다. 조금만 더 바르게, 바르게 자라주길 바란다. 얘들아!! 힘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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