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5주기 특집2 : 기억하겠습니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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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5주기 특집 : 기억하겠습니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나의 세월호 승선기

2013년 4월 어느 날, 나는 그 배를 탔다.
여객선 안전 수칙에 관한 영상제작을 위한 취재 때문이었다. 여객선의 안전운항을 관리하는 조합측 관계자들은 내게 직접 하룻밤 동안 배를 타고 제주도까지 가보기를 권유했다. 인천항에 정박해 있는 거대한 두 대의 여객선을 보았다. 아파트 5층 높이의 두 배의 이름은 ‘오하마나호’, 그리고 다른 하나는 ‘세월호’였다. ‘세월호’라니. 누가 지은 이름인지 참 촌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촌스러운 이름의 배를 타고 관계자의 안내를 받으며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난생 처음 타 본 대형 여객선 내부는 다소 낡았지만 매우 튼튼해 보였고 생각보다 다양한 공간들이 있었다. 대부분은 다양한 사이즈의 객실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대형 식당(어지간한 음식은 맛있게 먹는 내게 그 배의 음식이 참, 맛이 없었다.)부터 매점, 휴게 공간 등을 잘 갖추고 있었다. 선박 맨 밑의 (문제의) 차량 탑재 공간도 살펴보았다. 대형 트럭부터 소형 승용차들까지 빼곡하게 들어찬 그곳은 어딘지 좀 칙칙하고 매우 위압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오렌지 빛 노을이 바다 위에 드리울 무렵 갑판에 나가 구명정 등을 살펴보았다. 배의 가장자리로 구명정들이 즐비하게 묶여있었다. 관계자는 비상시 어떻게 구명정을 타야 하는지 설명해주었다. 설명과 달리, 비상시에 과연 저렇게 단단히 고정되어 있는 구명정을 빨리 쉽게 풀고 탈 수 있을지 내심 의구심이 들었다.

취재를 마치고 내게 배정된 작은 객실로 들어갔다. 마치 압력밥솥 뚜껑 같은 객실문을 닫자 바늘 하나 들어갈 틈조차 없이 완벽하게 밀폐된 공간이 되었다. 동그란 창밖으로 보이는 검은 바다 위로 달빛이 잔물결에 섞여 고요히 흔들리고 있었다. 문득, 바다가 검은 품을 크게 벌리고 일어설 것 같은 두려운 생각이 일었다. 만일 지금 이 순간 뜻밖의 사고가 난다면 저 검은 바다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상상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요람처럼 흔들리는 침대 위에 누워 뒤척이며 잠을 잤고 무사히 제주에 도착했고, 이후 영상은 잘 만들어졌다.

그리고 까맣게 잊고 잊었던 그 촌스러운 이름을 정확히 1년 만에 다시 본 것은 TV에서였다. 옆으로 누운 배의 그 동그란 창 너머로 울부짖는 아이들의 얼굴이 보였다. 1년 전 내가 있었던 바로 그 선실 중 하나였다. 하루 종일 뉴스를 지켜보며 너무나 말도 되지 않는 일들이 일어나는 것에 경악했고 소름이 끼쳤다. 그 배가 얼마나 거대하고 단단한지 잘 알기에, 그처럼 속수무책으로 가라앉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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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며칠 후, 향린 교우들과 함께 안산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그리고 거기, 그 넓은 강당 전면을 가득 메운 아이들의 영정 사진을 본 순간 어떤 말과 글로도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해일처럼 밀어닥쳐 잠시 휘청거렸다. 그런 광경은 태어나 처음 보았다. 한 날 한 시에 죽은 어리고 맑고 순한 표정의 아이들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떤 아이는 웃는 얼굴로, 어떤 아이는 장난스런 표정으로, 또 어떤 아이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단원고등학교 정문 앞에는 죽은 아이들의 친구와 후배들이 차려놓은 과자와 인형과 편지 등이 놓여있었다. 무엇하나 가슴 아프지 않은 물건이 없었지만 그 중 하나의 물건과 쪽지가 끝내 나를 주저앉아 오열하게 했다.(지금도 그 순간을 떠올리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번에 새로 나온 메론맛 우유야. 너, 이거 아직 못 먹어봤지?

5년 후, 지금은 딸기맛, 커피맛 우유도 나왔고, 그 촌스러운 이름의 배에서 구조된 아이 중 한 명은 어느덧 대학을 졸업하고 응급구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잔인한 세월은 그렇게 흘렀고, 우린 세월의 파도에 실려 서서히 그날의 기억으로부터 멀어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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