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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라는 직업이 있어서 천만다행인 한문덕

posted Jul 2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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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라는 직업이 있어서 천만다행인 한문덕 

 

 

길목협동조합의 인기 인문학 강좌를 5년 동안 꾸준히 이끌어오고 계시는 한문덕 목사님을 만나러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생명사랑교회로 찾아갔습니다. 사실 살짝 말씀드리면 저는 2003년 ‘어린이 연합들살이 준비모임’에서 한문덕 전도사님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팬이었습니다. 청년일 때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제는 장년으로 활동해 오시는 모습을 보면서 ‘떡잎부터 다르다’는 말의 의미를 생각하게 됩니다. 

 

생명사랑교회는 목사님 취임예배나 강단교류 행사 때 방문한 적이 있어 친구교회를 방문하는 것처럼 낯설지 않고 정겨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파트 상가 입구에서 교회 사무실로 내려가는 벽에 어린이 성경학교 행사 포스터가 빼곡하게 붙어있고 교회를 안내하는 입간판도 보입니다. 뭔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 한문덕 목사님 교회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길목에서 기독교와 동양고전강의는 상호대화를 통한 상호 성숙을 기대하는 마음 

 

Q: 목사님은 길목이 생길 때부터 지금까지 강좌를 열고 계시지요? 

A: 향린교회 60주년 때 사회선교센터 세우자는 논의가 있었고 향린교회만의 폐쇄적인 센터가 아닌 협동조합방식으로 하자고 해서 길목협동조합이 만들어졌지요. 그 논의과정에 함께 했고 신학 인문학 강좌를 하면 좋겠다는 제의를 받고 2014년부터 5년 동안 매년 강좌를 열었죠.

 

Q: 어떤 강의를 하셨나요? 

A: 그동안은 ‘기독교, 신자, 그리고 제자의 길’ ‘예수의 비유, 장자의 풍자,’ ‘공자, 묵자 그리고 예수’ ‘니체와 기독교 그리고 중용’ ‘요한복음과 동양고전’을 강의했어요. 

 

Q: 2019년 강의를 곧 시작하시지요? 

A: 올해는 ‘그리스도교 신앙을 다시 말하다.’라고 첫해에 했던 강좌와 같은 주제인데 내용을 업그레이드해서 강좌를 열 계획입니다

 

Q: 혹시 다시 그 주제를 선택 하시게 된 까닭이 있으신지요? 

A: 목회현장에 있다 보니 여전히 교인들은 그리스도교를 잘 모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부분을 차분히 다시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자신부터 기독교적인 기본을 착실하게 다시 생각해보고 싶어요. 

 

Q: 목사님은 예수와 동양 사상을 연결하는 강의를 많이 하시지요? 

A: 우리는 한국 사람이에요. 우리가 성서를 읽을 때부터 서양 사람들과는 다르게 이해합니다. 동양의 여러 사유와 습합이 되면서 한국기독교만의 특징으로 드러나게 되지요. 그것은 불가피해요. 그것이 부정적이지 않고 좀 더 긍정적인 모습으로 드러나야겠지요. 한국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하고 독특한 그리스도교 신앙이 다시 보편적인 공감을 얻어서 세계 사람들에게 유의미하게 작용할 수 있게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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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목사님의 기독교와 동양사상 강의를 처음 접했을 때 놀랍고 신선했어요. 그 강의를 통해 목사님이 기대하시는 것은 무엇인지요?

A: 하나만 알면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이 있어요. 개신교인들의 문제는 사회와 타종교 또는 다른 문화전통과의 소통이 약하다는 것입니다. 대화를 잘 못하고 안하려고 하지요. 그런 것들을 깨고 상호대화를 통해서 상호 성숙하기를 기대하는 거지요. 현대문화에만 젖어 있는 현대인들이 동서양 고전을 읽으며 새로운 미래를 주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는데, 사실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Q: 공감편지 길목에 ‘한문덕의 성서 묵상’을 쓰고 계시지요? 

A: 길목 조합원으로서 뭔가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신학과 인문학 강좌’와 더불어 일주일에 한 번 ‘성서묵상’을 쓰고 있어요. 그동안 창세기 묵상을 87회 했고 출애굽기로 넘어가서 3회 정도 썼어요. 저 스스로도 묵상을 할 겸 길목조합원들이 자신과 신앙을 성찰하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쓰고 있는데, 도움이 되시는지 모르겠네요. 

 

Q: 그렇군요. 댓글을 달수도 없고~ 피드백이 있다면 좋을 텐데요. 

A: 아~!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도움이 되죠. 나는 쓰지만 누가 읽는지, 어떻게 느끼시는 지 궁금하거든요. 

 

그래서 목사님과 공감편지 길목과 길목인 기사에 대한 댓글 달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 하다가 혹시 일어날지도 모를 댓글경쟁, 댓글의무로 생기는 피로감 같은 부작용을 고려하여 잡지의 ‘지난 호를 읽고’와 같은 코너를 만들어 대표적 댓글을 실으면 어떨까 하는데 까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답니다. 

 

 

그를 하나님께 이끈 윗집 누나 

 

Q: 제가 목사님 강의를 들으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목사님은 교회를 참 좋아하신다는 것이었어요. 목사님은 모태신앙이신가요? 목사님이 기독교인이 되신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A: (단호하게) 아닙니다! 우리 부모님은 아직도 비기독인입니다. 6살 때 윗집누나가 전도했어요. 경기도 파주에 있는 교하교회였는데, 70년대 말 교회는 지역사회를 이끌어 갔어요. 교회 형, 누나 선생님들과 으쌰으쌰 하고 재미있었죠. 제 고향 교하는 국경선 접근지역이구요, 군대가 많았고, 당시에는 버스가 하루에 몇 대 들어오지 않던 지금과는 완전 다른 시골이었지요. 

 

Q: 교하에서 쭉 성장하셨나요?

A: 예, 대학 2학년 때까지 교하교회에 다니며 교육전도사 1년을 했어요. 그 후 일산 백석교회에서 교육전도사 생활을 하고, 태동고전연구소와 한신대 신학대학원을 다니면서 향린교회에 출석하게 되었죠. 

 

Q: 국어교육 전공을 그만 두고 신학을 공부하시게 된 까닭이 있으신지요?  

A: 제가 국어교육을 전공하다가 군대에 갔는데 그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뭔가’ ‘가장 관심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했어요. 성서와 고전문학이더군요! 그래서 첫째로는 성서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것과 고전문학을 번역하는 사람이라는 두 길을 놓고 고민하다가 신학과를 선택하게 된 거죠. 그때는 목사 될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Q: 직업에 대한 고민은 안 하셨나요? 

A: 직업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죠. ㅎㅎ 먼 미래의 일이라고만 생각하고 고민을 안 한 거지요. 예수와 기독교에 대한 궁금증을 풀려는 마음만 가득했다고나 할까요~

 

Q: 태동고전연구소에 입학하실 때 성함이 ‘한문 덕’이시라 동료들을 좌절(?)하게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요, 태동고전연구소는 어떻게 다니시게 되셨나요? 

A: 군에서 제대한 후 도올서원을 다니면서 동양고전 강의를 들었는데요, 그때 태동고전연구소를 알게 되어 대학 졸업 할 때 도전했는데 합격하게 되었어요. 거기는 3년 동안 학비가 무료이고 연구비를 지원 해주는 등 조건이 좋은 곳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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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족은 아내 임재원님과 아드님 두 명 이지요? 임재원님은 어떻게 만나셨나요?

A: 저는 학교 다닐 때 미팅도 안 해보고 소개팅도 한 번을 안 해보았어요. 

 

Q: 앗! 모태솔로였네요? 교회를 다니면 기본이 연애 아닌가요? 

A: 아니요. 절 좋아하는 애는 종종 있었지만 제가 좋아한 애는 없었어요. 

 

Q: 아~ 눈이 높으셨군요? 

A: 아니요, 저는 예수에게 미쳐서 교회 일에 몰두하느라 연애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대학 4학년쯤 되니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주변에 소개팅을 부탁했어요. 준비된 소개팅이 4번이었는데, 세 번째 소개팅에서 아내를 만났는데~ 좋더라고요. 

 

Q: 아드님이 중2, 초5이라 하셨는데 자녀와 교회 어린이 청소년 교육에 중점을 두는 것은 어떤 것이지요? 

A: 저는 우리 아이들이 성격 좋은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성격 좋은 사람은 다른 사람이 어려울 때 도와주고 싶고, 자기가 힘들 때 도와달라는 말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지요. 우리 아이들이 그런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윤리적이면서 타자와 주고받을 줄 아는 그런 사람은 보통 사회성이 뛰어난 데, 그런 것이 공부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죠. 

그리고 아이들의 종교교육에 대해서 말해 보자면, 사람은 종교성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아이들도 종종 삶의 의미에 대한 물음을 묻지요. 그 때 답해주어야 하는데 기존의 기독교가 답을 잘 못해주었어요. 그리고 이미 부모세대들이 너무 세속화되어 있어서 ‘삶의 의미’보다는 ‘좋은 대학’을 가야한다는 생각과 불안에 휩싸여 있으니, 아이들도 그 영향을 받게 되지요. 학교에 가도 그런데 집에서도 그러니 아이들에게 교회는 너무 어색한 곳이 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서 종교적 질문이 터져 나올 때 그것을 억압하지 않고 틔어주는 계기를 만들려고 노력해요. 세상의 욕망과 경쟁적 분위기가 우리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강한 영향을 주고 있지만 교회에서라도 최대한 올바른 종교교육을 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Q: 아이들이 보내는 시간이 집보다는 학교생활이 길고 미디어들의 영향이 커서 부모들이 가르친다 해도 세속적인 가치관을 가지기 쉬운 것 같아요.

A: 양적인 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니 질적으로 순간순간들에 깨달음을 주는 방식으로 해보자, 그리고 아이들은 자랄수록 부모를 벗어나지만 어릴 때는 부모가 우상이므로 내가 진실 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향린에서 목회한 것은 엄청난 축복 

 

Q: 2002년부터 2014년까지 향린교회에 계셨다고 하셨는데, 목사님께 향린교회란 어떤 의미가 있나요?

A: 향린교회는 제게 정말 중요하죠. 거기서 목회를 다 배웠다고 할 수 있죠. 두 가지가 크게 좋았어요. 첫째, 내가 배운 신학을 현장에서 풀어낼 수 있었어요. 실천이 되었든, 교육이 되었든 설교가 되었든 다양한 활동에 거의 제약이 없었어요.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한국교회에서는 신학교에서 배운 것을 교인들과 논의하며 현장에서 도전해 보고 실천하기가 어렵거든요. 저에게는 엄청난 축복이었어요. 둘째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조헌정 목사님의 수평적 카리스마 덕분입니다. 그분은 수직적으로 강요하시거나 권위를 부리는 것이 전혀 없는 분이세요. 제게 강의를 해보라고 먼저 제안하신 분도 조헌정 목사님이셨어요. 억압하는 것을 싫어하고, 협의하면서 자유롭게 목회하는 것을 좋아하는 제게 향린교회는 참으로 열린 공간이었습니다. 그런 것이 허용되지 않는 곳이었으면 아마 목회를 그만 두었을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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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생의 꿈은 암벽등반 하는 발레리노 수도사

 

Q: 교회를 좋아하시는 목사님은 목사가 된 것이 좋으시지요? 

A: 아니요! (이번에도 단호하게) 어쩌다가, 정말 어쩌다 보니 목사가 되었어요. 참~ ‘목사’가 되어 보니 빠져나갈 수가 없어요. 완전히 낚인 기분이랄까~

 

Q: (깜 놀!) 빠져나가는 것을 꿈꾸시나요? 

A: 어~ 저는 한 번도 목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어요. 저는 비기독교집안에 태어났는데 어쩌다가 교회를 나가게 되었고, 어쩌다가 목사가 되어 버렸네요, 제가 어떻게 목사가 되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지금 제게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저의 첫사랑인 예수에 대하여 끝까지 이 사랑을 지켜 낼 것인가?’에요. 목사가 되면 예수 사랑의 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울타리가 되어 주는 장점은 있어요. 저는 다행히 지금 하는 일을 좋아하고, 아내는 ‘목사라는 직업이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당신하고 너무 잘 맞는다.’고 이야기하지만, ‘목사’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 사람인지 아직까지 잘 모르겠어요. 

 

Q: 만약 목사를 그만두신다면 무슨 일을 하고 싶으신가요? 

A: 지금은 종교인문학에 관한 글을 쓰고 싶어요.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되고 싶은 것이 세 가지가 있어요. 

 

Q: (또 깜 놀!) 아? 그러세요? 

A: 첫째 수도사. 둘째 발레리노. 셋째는 암벽등반가입니다. 

 

Q: 수도사와 암벽 등반가는 이해가 가는데 발레리노는 의외인데요?

A: 제가 전도사 때 율동을 참 잘했어요. 중학교 1학년 때 유치부 교사였는데요! 여름 성경학교 교사강습회에서 찬양과 율동을 배울 때 강사가 매우 훌륭했지요. ‘율동은 저런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고, 그 때 몸과 동작의 아름다움에 대해 하나 배웠고요. 국어교육과를 다니던 시절 연극을 했어요. 그 때도 몸짓의 위대함을 또 느꼈지요. 20대 때는 어려운 동작도 잘했는데…… 지금은 다 틀렸어요~~! 

 

세월이 몹시 흐른 후  ‘암벽 등반하는 발레리노 수도사 한문덕 ’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뷰 글을 쓸 그날이 올까요? 

 

 

한 식구처럼 신뢰감이 생긴 생명사랑교회에서 즐거운 목회

 

Q: 제가 다니는 새민족 교우들은 한문덕 목사님을 좋아해서 생명사랑교회 교우들을 부러워합니다. 생명사랑 교회에 시무하신지 얼마나 되시나요?

A: 생명사랑교회에 부임한 지 3년 8개월이 되었어요. 우리교회는 예배참석인원이 어린이 청소년 합해서 80명 정도예요. 교인들은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교인들도 있고 전통적인 신앙을 가진 교인들도 많아요. 우리교인들은 거리관계로 길목 강의는 참석이 어렵고 생명사랑 제자교육에서 그 내용들을 공부하고 있어요. 우선 ‘청년 예수의 삶과 가르침’ 50강을 교회 안에서 공부했고, 제자교육 4년차 계획을 세워서 진행하고 있어요. 먼저 장로님들 교역자들과 시도했고, 그것을 기초로 해서 전교인들에게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성서배움마당과 제자교육을 시행하고 있고요, 이 부분은 앞으로도 계속 해 나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머리로 안다고 몸으로 바로 가는 것은 아니잖아요. 꾸준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교회는 교회 내적인 운영은 민주적으로 잘 되어 있어요. 그런데 이 힘을 가지고 지역사회를 섬기고 사회선교로까지 나아가야지요. 교인들이 목사에게 의존하지 않고 구상도하고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되어야지요.

 

Q: 생명사랑 교회에서 시무하는 것이 즐거우시겠네요?

A: 교인들과 한 식구처럼 신뢰감이 생겼어요. 교회에 정관이 있고요. 교인들과 함께 의논하는 목회운영위원회의 결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목회할 수 있어요.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하고 있거든요. 그것이 즐거움이죠. 

 

Q: 요즈음 제일 고민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A: 우리 교단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고민이 많아요. 저는 우리 교단을 많이 생각합니다. 제가 우리교단에서 컸고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에 빚진 것이 많아요. 그래서 걱정도 많고 책임의식도 높아서 교단 일을 열심히 하는 편이에요. 노회에서는 교회와 사회/평화 통일 위원회 위원장을 하고 있는데, 지난 4.27 평화 손잡기 행사를 할 때 생각보다 많은 교회들이 함께 해 주었답니다. 우리 교단은 그동안 사회선교에 많은 역할을 해 왔습니다. 노회와 총회라는 조직이 있기 때문에 이미 있는 조직들이 잘 연대해서 움직인다면 전 아직도 개신교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우리교단이 부끄럽지 않은 교단이 되고, 또 후배 교역자들이 더 신나게 목회할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늘 생각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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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교회가 청년을 하나님의 사람이 되도록 도와야합니다

 

Q: 길목협동조합에서는 청년들을 위한, 청년들이 하는 일을 만들려고 고민하고 있지 않습니까?     생명사랑교회 청년들 활동은 어떤가요? 

A: 저는 청년들은 어떻게든 모이게 하려고 합니다. 우선은 모여야 뭐라도 할 테니까요. 그런데 부임초기에 청년들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으니 청년들이 자기들을 그냥 내버려두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많이 지친 거지요! 그래도 몇 번이라도 모여야 하지 않겠냐고 잘 설득했는데, 첫해에는 네 번 모이기로 정했답니다. 네 번 모여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제가 고민하다가 네 번 모임 중 두 번은 수련회를 갔지요. 거기에서 자신들의 삶을 진하게 나눌 수 있도록 했고요. 그 후로는 한 달에 한번은 책도 읽고, 모임 횟수도 많아졌어요. 교회가 청년들에게 다가가서 청년들의 삶의 문제를 기독교적 가치관이나 사유로 어떻게 풀어나가면 좋은지를 자주 이야기 하려고 한답니다.  

 

Q: 청년들에게 교회는 (길목은)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할까요? 

A: 교회는 청년들이 하나님의 사람이 되도록 도와야 하는데, 자기 교회만 생각하면서 교인하나 만들겠다며 교회교육을 시키려고 해서 청년들과 멀어지는 거예요. 게다가 현실세계는 녹록치 않아요. 청년과 교회를 연결해서 생각할 때, 교회는 도구이고 하나님 나라가 목적이지요. 청년들이 교회에서 하나님 나라를 경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른들이 헌신하는 자세로 어떻게든 청년들을 자주 만나야 해요.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그들과 무언가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해요. 그것을 찾으면 되는데, 교회는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지요. 기존의 고리타분한 관점에서 자꾸 청년을 평가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교회만 잘 나온다고, 교회의 질서에 순응한다고 해서 참 그리스도인이 되는 건 아닙니다. 실제로 요즘은 교회가 청년들을 품지 못하기 때문에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지요. 사실 그들이 교회에 안 나오면 제일 문제되는 것은 목사 밖에 없어요~ ㅎㅎ

 

교회는 청년들이 와서 자기 마당을 열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되어주어야 해요. 그런데 청년들에게 교회는 왠지 구리고, 대화가 잘 안 되는 교인들도 가득한 곳이 되어 버렸습니다. 교회가 젊은이들의 문화에 엄청 많은 관심을 가져야하고 그들과 공감하고 이끌어 줄 인재도 키워야하고요.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어야 해요. 예를 들어 만약 대학 초년생이라면 하다 못해 리포트 쓰는 법이라든가, 학교생활이나 수업에 대해, 알바와 같은 직면한 문제를 같이 고민해 주어야하지요. 

 

또 하나, 교회는 예수님처럼 타자를 위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그 동안 교회는 자신의 문제에만 급급했습니다. 신자들도 다 자기 문제를 풀려고 교회에 왔어요, 객관적으로 관찰해 보면 샤머니즘과 거의 다를 것이 없어요, 기독교 교인이 아니었던 것이에요. 교회는 청년이 자신들의 문제를 풀어갈 수 있도록 함께 해 줄 뿐만 아니라, 자기 주위에 아프고 고통 받는 사람들과 함께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해야 합니다. 실제로 그것을 하려는 청년들이 있고 그것을 했을 때 뿌듯함과 삶의 보람을 느끼지요. 이런 좋은 경험들을 청년들과 많이 해야 합니다. 

 

삶은 어찌할 수 있는 부분과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청년들도 마찬가지이지요. 청년들이 삶에서 어찌 할 수 없는 일에 부딪혔을 때 누구를 찾을 수 있을까요? 그럴 때 교회는 바로 청년들의 그 고민을 들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함께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Q: 그런데 청년들이 어려울 때 교회의 누군가를 떠 올려야 하는데 누군가에게 자신을 터 놓으    려고 할까요? 

A: 그래서 저는 청년들에게 자주 연락을 합니다. 그냥 전화하고 만나는 거예요. 목적 없이. 삶을 자주 나누면 저절로 또 나누고 싶어집니다. 교우들과도 그렇게 해야 하겠지요. 특히 진보적인 교회들이 진지하게 다른 이들에게 관심가지고 관계 맺기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Q: 교회에서 청년을 만나는 일과 길목의 청년사업은 같지만 다른 길일 것 같은데요, 길목에서 펼쳐야 할 청년 사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A: 길목에게는 좀 미안하고, 그래서 하기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우리가 할 수 없고 능력이 안 되는 것을 당위성과 이상만을 가지고 사업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당위성과 이상만을 가지고 꾸려진 사업은 전문성이 떨어집니다. 그럼 금방 지쳐요. 그리고 의미를 못 느끼게 될 수 있어요. 지금 길목은 당장 무엇을 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근원부터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짜 청년 사업을 하려면 전문적으로 일 할 사람과 충분한 돈이 있어야 하는데, 솔직히 지금은 그것이 어렵잖아요. 선택과 집중, 이것이 필요해요. 청년사업은 준비가 필요해요. 섣불리 발을 떼지 말고, 우선 돈을 모아야 해요. 그리고 전문가를 찾아야 하지요. 전문가가 활약할 경제적 지원도 없으면서 어설프게 시작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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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칠 때는 하나님과 같이 삶을 겪는다는 마음으로 

 

Q: 청년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힘들고, 상처를 받기도 하여 교회를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지 않습니까? 목사님도 지치고 힘들 때가 있을 텐데 그런 때는 어디에서 힘을 얻나요?  

A: 저도 힘들 때가 있지요. 그럼에도 어떻게 견디고 힘을 얻어서 하나를 생각해 보면, 역시 어릴 때 교회에서 받은 사랑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만두고 싶을 때도 그 때 그 사랑을 생각하며 이건 ‘도리가 아니지 ~’ 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또 나와 하나님과의 관계가 있잖아요. 제가 하나님께 했던 내 고백이 있어요. 그 다짐들, 역사가 요청하는 소명 등, 기도하다보면 하나님께서 제게 들려주는 뜻이 있어요. 

 

어느 날 후배를 만났는데 “목사님, 왜 살아야 하나요?”고 제게 물었어요. 질문을 하는 후배가 많이 지쳐 보였어요. 그리고 무의미의 늪에 빠져 들고 있는 느낌이었지요. 이런 질문에 답하기는 어려워요. 그래도 뭔가 얘기해야 하니 저는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삶에 대해 ‘왜’를 묻는 순간 어떤 면에서는 실망하게 된다. 왜냐하면 삶은 목적이 없고 ‘왜’가 없기 때문이다. 정답 없는 삶에 답을 물으면 답이 없으므로 실망하게 되는 것이다. 삶은 그냥 살아지는 것이다. 태어났으니 그냥 사는 것이고, 사실 우리는 많은 시간과 행동을 그냥 하고 있다. 그렇게 살아지는 것이 삶이다. 거기에 의미를 두라. 나에게 다가오는 것을 겪어 보는 것이지. 물론 때로는 목적을 가지고 거기에 매진하는 것도 좋지만, 삶 전체로 보았을 때, 삶이란 그저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며 나는 겪는 것일 뿐이니, 그것을 얼마나 멋지게 잘 타느냐가 더 중요하다. 사람은 때로는 넘어질 수 있다. 실패하고 실수하는 것이 사람이다. 김영민 교수가 ‘선생’에 관해 쓴 글이 있다. ‘선생은 나보다 먼저 산에 올라가 나를 부르는 사람이 아니라 흔적을 남기며 같이 올라가는 사람인데, 고뇌하면서 먼저 올라가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사람이라 그도 넘어지고 쓰러지는데, 다만 그럴 때도 품위가 있고 멋있다. 그렇게 넘어지더라도 좀 더 멋있게 넘어지면서 살아가면 되는 거지, 삶의 ’왜‘를 찾지 말라”고 말했어요. 

 

신앙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을 우리가 ‘왜’ 믿느냐? 우리는 신앙에도 ‘왜’를 물어요! 그러면 답을 하겠지요! 구원받으려고~ 나 잘 되려고~ 그러나 이건 신앙이 아닙니다. 신앙이란 하나님과 같이 삶을 겪는 것입니다. 교회생활이 신앙생활이 즐거울 수도 있고 슬플 수도 있고 망할 수도 있고 잘 되거나 안 될 수도 있지만 그런 모든 과정 속에서 바로 하나님과 함께 삶을 겪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겪음에서 느껴지는 깊이가 있는 것이지요!

 

73년생 마흔 중반의 한문덕 목사님과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번 생에는 발레리노 되기는 틀렸다고 푸념(?)하시지만, 59년생인 나는 속으로 ‘그는 아직 젊어서 뼈가 여리니 어쩌면 발레리노가 될 수도 있겠다’ 생각해봅니다. 나도 어쩌다가 한문덕 목사님을 만나서 그가 고뇌하며 흔적을 남기며 산에 오르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지, 그가 남 몰래 혼자 넘어지고도 툭툭 털고 일어났는지 몰라도 아직 그가 넘어진 모습을 보지는 못한 것 같은데, 그가 하나님과 같이 삶을 겪을 때 나도 그 언저리에서 같이 삶을 겪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한문덕 선생님!

 

 

한문덕-단문선답_인터뷰-에필로그.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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