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노년의 삶을 돕고 싶어 - 이미혜 조합원

posted Jan 0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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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장명숙
발행호수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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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노년의 삶을 돕고 싶어 다시 일을 시작한

- 이미혜 조합원

 

65세 이상의 노인인구는 몇 년 지나지 않아 전체인구의 20% 정도를 차지하게 된다고 한다. 초고령화 사회가 되는 것이다. 반면 출산율은 해마다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고 있어 사회적으로도 논의가 되고 있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과 유아 돌봄은 과거와 달라서 가정에서만 부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돌봄 시스템이 점차 확대되고 돌봄 서비스 종사자들의 수요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마침 요양원에서 노인건강을 돌보고 있고 어린이집에서도 보육교사활동을 하였던 이미혜 조합원을 만나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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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요양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노인분들의 건강을 돌보는 간호 일인데요. 하루의 일과가 어떻습니까.

 

아침에 출근하면 일단 제가 요양 환자분들을 위해 사용할 기구들을 소독합니다. 코에 연결하는 콧줄, 또는 영양보급용 튜브 등이지요. 그리고 깨끗이 기구들을 닦아놓습니다. 그런 다음 각 환자들이 복용하는 약들이 있어요. 아침 점심 저녁으로 구분하여 준비해 놓습니다. 주로 치매 환자들과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 대부분이고 가래를 뽑아줘야 하는 환자도 있지요, 고지혈증 환자들, 감기환자들, 관절이 좋지 않은 분들 다양합니다. 밥을 넘기기가 힘든 분들도 있어요. 그럼 그들의 식사도 도와줍니다. 누워서 지낼 수밖에 없는 분들은 욕창이 생깁니다. 이분들에게는 가끔씩 눕는 위치를 바꿔줘야 합니다. 소변주머니를 차고 있어야 하는 분들도 있고 보행이 어려운 분들도 있어요. 조금씩 걷게 하는 운동도 시켜주지요. 약은 주로 보호자분들이 준비해 옵니다. 병원에 가야 할 분을 모시고 가서 진료를 돕기도 합니다. 위급환자가 생길 때도 있어요 그럼 119를 불러 신속히 대처해야 합니다. 거의 한 분씩이 기저질환을 갖고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한 사람씩 혈압체크 하고 체온 재고 그러다 보면 하루가 벌써 지나가 버립니다. 간호일지를 기록하며 마무리합니다. 평균 연령은 보통 75세에서 80세 넘기신 분들이 주로 케어받고 있습니다. 20명 정도를 돌보고 있습니다.

 

Q : 간호 경험 없이 처음 하게 된 일이라고요.

 

처음 하는 일이라 아무래도 부담감이 엄청 있었습니다. 요양원에 일하려고 방문했을 때는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여기를 계속 다닐 수 있을까 하고 많이 망설였습니다. 며칠을 계속 나가며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익숙해지기도 했지만 어쩌면 나도 미래에 올 수도 있는 곳이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 이 분들도 삶의 한 과정일 텐데, 이왕 일을 하겠다고 결심했으니 적응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내가 건강하니까 다른 사람들을 돌 볼 수 있구나, 건강함이 얼마나 감사한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가 전에 다른 일을 할 때 간호보조 공부를 준비했었고 실습도 거의 일 년 정도 했던 터라 그동안 익혔던 과정들을 다시 숙지하면서 시작했습니다. 또 전임자에게 초보자의 자세로 배우고 원장님의 도움도 받았습니다. 지금은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즐기면서 하려고 합니다. 어르신들과 재밌는 이야기나 농담도 주고받고 합니다.

 

Q : 특별히 관심을 두고 케어하는 환자들이 있나요, 어려운 점도 있겠지요.

 

욕창환자들이 힘들어요. 규칙적으로 자세를 바꿔 가며 눕혀야 하고요 욕창부위 관리도 잘해주어야 합니다. 현재는 피부질환 가진 환자에게 신경 쓰고 있습니다. 면역력이 약해지며 신체 여기저기 피부가 짓무르는 분이 있어요. 진물이 나오면 소독하고 붕대도 바꿔주고 하지요.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환자지요.

 

그래도 요양병원보다는 조금 편합니다. 요양보호사들이 있고 역할은 다르지만 서로 돕지 않으면 충분치 않습니다. 원장도 있고 행정직원도 있고 요양보호사도 있는 틈에서 서로의 역할에 충실하긴 하지만 서로 연결되는 일이라 반드시 협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협력하는 관계에서 삐걱거리는 일들이 있지요. 운영하는 분도 쉬운 일은 아니구나 하고 이해하려고 합니다. 직원관리, 환자관리가 얼마나 힘들겠어요. 요양보호사들도 각자의 이유가 있어 궂은일을 하는데 많이 도와주려고 합니다. 서로 이해해주고 소통을 하는 게 최선이라 여깁니다.

 

Q : 어르신들의 정서를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합니까.

 

필요에 따라 진행비를 드리고 모시는 강사도 있지만 외부에서 봉사로 재능기부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즐거움을 주기도 하고 잠시나마 여가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트로트 노래도 함께 부르고, 한국무용이나 몸 풀기 운동도 합니다. 미술치료라고 해서 그리기, 만들기를 하지요. 치매관리 프로그램 차원에서 이런 활동은 많은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정신상담도 간혹 합니다. 물리치료도 합니다마는 운동은 무리인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운동기구 사용을 하다 자칫 다치기도 하고 화장실 가다가 넘어지는 사고도 발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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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요양원에서 간호 일을 하기 전에는 어린이 집에서 더 오래 일하신 줄 압니다.

 

8년 정도 보육교사 활동을 했습니다. 0세부터 유치원 가기 전 7살 정도의 유아들이 대상인데요. 저는 4세에서 6세 정도 아이들을 맡아 돌보았습니다. 말이 통하는 아이들이라 조금 편했습니다.

 

교육학을 전공했어요. 제가 주부 일만 하다가 일을 해야 할 경우가 생겼는데 아이들을 좋아하다 보니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누군가를 돌보며 같이 하는 일들이 제게는 적성에 맞기도 했어요. 근데 일하는 곳이 어떤 사정으로 문을 닫게 되었어요. 다른 어린이집으로 가도 되었지만 좀 쉬고 싶은 시점이었습니다. 쉬면서 그전부터 간호학에도 관심을 가졌는데 준비를 하고 이직을 자연스레 한 셈이지요.

 

보육교사란 아시다시피 책도 읽어 주고, 만들기 놀이도 하고, 함께 산책도 가볍게 합니다. 노래 부르고, 가르치고 그게 일과입니다 보통 오후 3시까지 맡고 있는데 경우에 따라 일하는 부모들을 위하여 저녁 7시 반까지 머무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오전 9시부터 아이들을 맞이하며 일이 시작되고 아이들이 모두 가면 하루 일지를 쓰고 다음 날 수업준비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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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아이들과 지냈던 경험은 어땠나요.

 

애들한테 구연동화 해줄 때가 가장 즐거웠어요. 제가 잘하는 것이거든요. 내가 연기하듯이 하면 그걸 듣고 감동받아서 애들이 막 울기도 해요. 집에 가서 내 얘기를 다시 부모님께 들려준다는 것을 알게 되면 더 기쁘지요. 달리기 할 때나 숫자 맞추기 놀이할 때도 빨리하거나 일등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지요. 그냥 재밌게 놀아라 그러죠. 집에서는 학교 가서 일등해야 된다 그런대요. 그럼 애들은 우리 선생님은 1등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던데, 난 선생님 말이 더 좋다고 한대요. 그런 편지를 부모로부터 받을 땐 기쁘고 보람이 있지요. 가끔 어린이 집에서 다치거나 장난감 등을 삼키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해요. 응급상황과 안전사고가 날 땐 정말 힘이 듭니다. 코피가 멈추지 않는 애들도 있어요. 부모들은 일단 어린이집 책임이라고 해요. 아이들은 쉼 없이 움직이니까 아차 하는 사이 사고가 납니다.

 

Q : 어르신과 어린이 돌봄 현장에서 느낀 점을 말해주세요.

 

고령자나 유아 돌봄은 과거에는 가정에서 가족들이 감당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제는 요람에서부터가 아니라 병원에서 태어나 병원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 되어버렸어요. 앞으로는 더욱 정부의 역할이 커지리라 여겨집니다.

 

돌봄 종사자 한 사람이 돌보는 사람 수가 많으면 감당이 안되기도 하고 간혹 개인의 감정을 대상에게 푸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지요. 직원 복지에 신경을 써 주면 아무래도 돌봄에 좀 더 충실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한 사람이 담당하는 노인이나 어린이들을 줄이거나 인력을 늘리든지 해야 잘 보살필 수 있게 되리라 여겨집니다.

 

노인분들은 자신의 아야기를 들어주는 걸 좋아하는 분들이 꽤 있어요. 그런데 그럴 시간이 없는 겁니다. 물어보는 질문에도 성의가 없지요. 그저 처리할 일들이 많으니까요. 선생님 나 지금 김을 매러 가야 합니다. 밥 하러 가야 해요 옷 좀 입혀주세요, 하는 현실을 혼돈하는 분들이 종종 있어요. 그렇다고 그 한 사람만 잡고 들어줄 수는 없어요. 여기저기서 선생님, 선생님 하면 혼이 빠집니다. 그래서 점차적으로 한 사람이 감당하는 인원을 줄여야겠다는 절실한 바람이 있습니다.

 

열악한 시스템과 환경도 물론 개선되어야 합니다. 모두 누워 있긴 하지만 바람도 쐬고 햇볕도 받으며 자연을 볼 수 있는 환경이면 얼마나 좋을까 합니다. 사고방지와 위생관리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고요, 많은 시설투자가 되어야 하는데 개인사업자에게는 투자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국, 공립 요양원들은 정부 보조금도 있고 시설이 조금 더 낫긴 합니다. 더구나 코로나 상황에서의 돌봄 종사자에게는 특히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Q : 오래전부터 향린에서 신앙생활을 해왔는데요.

 

요즘은 정말 신앙에 대해 태만해졌어요. 정기적으로 교회에 못 나가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에는 저두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고 있기는 합니다.

 

90년도인가, 홍근수 목사님 설교 듣고 싶어 향린에 나오기 시작했던 거 같아요, 벌써 오래됐네요, 남편이 학교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을 때 홍근수 목사님 설교문을 우연히 읽고 관심이 생겼어요. 그게 향린에 오게 된 인연입니다. 그전에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 따라 동네교회에 나갔었지요. 향린에 나와서는 성가대 활동을 했어요. 남편은 초중등부 교사를 했었지요. 그때가 젤 열심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다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들이 좀 있었어요. 근데 하느님께 매달리기보다는 도망갔던 거 같아요. 해외도 나가있고 신앙생활에서 좀 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마음을 잡고 광화문 시대부터라도 다시 열심을 내보려고 합니다.

 

Q : 길목 조합원이 되었어요. 참여하고 싶은 프로그램이라든가 바람이 있을까요.

 

길목회원이 된 건 김명화 권사님으로부터 안내를 받고서부터입니다. 희년여신도회 가을 수련회를 갔었지요. 같이 산책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길 하다 길목의 성곽길 프로그램을 알게 되고, 그 후 성곽길 걷기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역사기행 프로그램이 무척 좋습니다. 그전에도 길목은 알고 있어서 간혹 강연을 들었긴 했습니다. 공감편지도 받아보기 시작했는데 좋은 글들이 너무 와닿습니다.

 

더 바란다면 음악 애호가들의 모임이 있어 음악감상이나 음악회에 같이 가기도 하고요, 연극도 좋아요. 어쨌든 공연 같이 보고 나누는 팀이 있었으면 합니다.

 

새해는 작년 보다 더 성장하고 더 괜찮은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회원 여러분도 꿈꾸고 있는 소망이 다 이루어지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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