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운석 80

어쩌다 보니 10년 - 심심 지난 10년 개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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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년여, 타국 생활을 접고 귀국해 다시 향린을 다닐 즈음, 낯익은 이들의 분주함이 주일마다 이어졌다.

그리고는 얼마 후에 길목협동조합 발기인대회와 창립총회가 열리는 모습을 조금 떨어져서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봤었다.

 

여름이 가을로 바뀌던 시점에 홍 이사장님의 함께하자는 제안을 받았고, 어떤 사업이 길목의 취지에 부합하고 꾸준히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스스로가 아파하며 힘들어했던 심리치유를 생각하게 되었고, 우선해, 당시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아픔이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주었던 현장, 평택에 있던 '와락'(쌍용차 해고 노동자와 가족들의 심리치유 공간과 프로그램 총칭)을 방문해서, '와락'의 운영진과 참여하는 분들을 만나 두루 얘기를 나눴다.

 

방문 시 초기 목적은 '와락'에 대한 재정이나 인적 지원을 하면서 운영 등을 배우려 했는데, 당시 '와락'에서 활동의 주체였던 동지의 제안은 노동자들이나 활동가들의 죽음이, 평택이라는 지역, 쌍용차라는 사업장의 해고자에 국한되어 있지 않고, 신자유주의라는 자본의 국제적 재구조화에서 피할 곳이 없는 전국의 문제이니, 할 수만 있다면, 서울에서 같은 활동을 시작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역사와 책임, 관계의 무게 등으로 불면과 우울, 공황 등을 겪었던 나로서는, 우리 사회의 평화를 위해 활동하는 여러 활동가들이 관점과 조직 운영 방식의 차이, 과로, 생활고 등 중첩된 고통을 겪다가 몸과 마음의 아픔을 안고 사라지는 일들이 잦은 현실에서, 큰 도움이 되진 않을 수 있어도 마음의 아픔을 줄이고, 책임과 책망을 털고, 마음 다잡고 일으키는데 도움이 되고, 장기투쟁 사업장의 노동자들의 마음의 짐을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다면, 세상은 차츰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길목협동조합 『심심』을 시작하게 되었다.

 

『심심』은 지난 10년간 매월 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사업 과정을 돌아보고, 초기 내담자 기준을 넓혀 왔다. 초기에 성소수자들을 포함했고,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와 힘든 여러 사회적 사건을 보면서 사회적 약자, 사회적 재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이들로 그 지원 대상을 확대해 왔다.

 

『심심』초기에 진행했던 사업들을 응용해 상담실에서의 상담만이 아닌 현장 방문 방식을 병행하였으며, 작년부터는 매월 2회 명동 2지구 세입자 대책위 천막 농성장을 "도시락 사들고" 방문해 함께 점심을 먹으며, 때로는 무거운 얘기를 나누고 있다.

 

5월부터는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함께하는 낮은 수준의 실천을 계획하고 있다.

첫째, 분향소 지킴이 둘째, 리본 만들기 셋째, 집회 등 행사참석 넷째, 유가족과 활동가 상담지원 등 많은 활동을 이어왔다. 길목의 조합원과 후원회원이면, 누구나 참석 가능한 방식 등으로 확장해 보려고 한다. 격주로 공부하는 심심스터디 회원은 모두 길목의 조합원 또는 후원회원으로 현재 25명이 함께하고 있다.

 

어쩌다 10년을 진행해 오면서 변함없이 지켜주신 귀한 분들이 계신다. 참 기쁜 것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변함없이 함께 하는 분들에 더해, 새롭고 참신한 신입 선생님들이 함께해 바통을 이어가고 있어 20주년에 대한 그림을 벌써 기대해 본다.

 

『심심』이 10년을 걸어온 것은 서로 어깨를 내주어 기댈 수 있는 동지들이 계셨고, 헌신적으로 이끌어 주신 노경선 박사님, 이은경 선생님 그리고 염려와 함께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신 사회적 협동조합 길목의 조합원과 후원회원들, 향린교회의 배려가 큰 힘이 되었다.

 

『심심』의 노력이 아픈 이들의 그늘을 조금씩 걷어내고, 힘이 되는 작은 햇살 한 줌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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